지금은 저성장, 저금리, 고실업 등이 세계 경제의 표준이 된 ‘뉴 노멀(New Normal)’ 시대다. 강명헌(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경제에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며 “이전의 고성장, 고물가 현상은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엔 경제 성장이 당연했다면 이제는 성장이 더딘 것이 당연한 것이며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뉴노멀'은 기존의 전통적인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사진 | 이경주 기자 race@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성장둔화
  
세계 경제성장률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데이비드 립턴(David Lipton) 수석부총재는 지난 8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연례회의 강연에서 “세계경제가 궤도 이탈 위험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해 IMF의 최근 예측조차도 더 이상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더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월 경기예고지표(CLI)에서 캐나다와 일본이 ‘안정적 성장’에서 ‘성장세 약화’로 전환됐고, 독일도 ‘성장세 약화’에 근접하고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채권 운영 회사 ‘핌코’의 CEO 모하메드 엘 에리언(Mohamed El Erian)은 2008년 금융위기 발발 후 발표한 자신의 저서에서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 등 경제 불황의 전형적인 상태가 이제는 ‘정상상태’라며 ‘뉴 노멀’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일본은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회복에 힘썼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찍어낸 만큼의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일본과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썼음에도 오히려 주가와 환율이 급락했다. 강성진(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경제학이 설명하는 것처럼 정부 또는 시장이 우월하다는 논의로는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판 뉴 노멀 ‘신창타이’
  
2008년 금융위기 후 세계 시장에서 그나마 견인차 역할을 했던 중국도 ‘중국판 뉴 노멀’인 ‘신창타이(新常態)’ 시대를 선언했다. 2014년 5월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경제가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간의 고도성장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하며 ‘신창타이’라는 단어를 처음 꺼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신창타이의 4대 특징으로 중고(中高)속 성장, 구조변화, 성장동력 전환, 불확실성 증대를 제시했다. 실제로 중국 경제는 부동산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 부진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 경제의 핵심인 수출액 증가율이 2015년 2월 이후 마이너스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2월엔 수출증가율이 25년 만에 최저치인 -25.4%를 기록했다. 지난 5일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GDP) 목표치가 최근 25년 간 가장 낮은 6.5%~7%라고 발표하며 중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신창타이 시대로 진입했음을 시사했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신창타이 선언은 내수 진작, 도농 빈부격차 등 기존의 고속성장 단계에서 살피지 못했던 부분을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의 경제가 흔들리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의 신창타이  시대 돌입은 우리나라에 큰 충격을 줬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다”며 “중국의 저속성장 선언은 우리나라 내수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3월 경제동향 발표 자료에선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경제 불안이라는 G2리스크가 부각되는 가운데 우리 내부 금융건전성 제고가 지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사업 투자해 성장 동력 찾아야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 위주 경제구조의 한계를 인식하고 저성장, 저금리, 고실업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05년∼2008년 평균 4.35%에서 2009년∼2015년에는 3.14%로 하락했다. 물가상승률도 2005년∼2008년 평균 3.05%에서 2009년∼2015년 2.18%로 0.87% 포인트 떨어졌다. 강명헌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며 우리나라도 이미 뉴 노멀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정부, 언론, 일반 시민들 모두 저성장 시대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며 “이제는 고속성장이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새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강성진 교수는 “전통적 제조업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나 바이오산업 같은 새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선진국에선 뉴 노멀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바이오 산업 등 기존의 제조업을 넘어선 새로운 산업을 개발 중이다. 구글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해 인류 최고의 바둑 기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고, 무인자동차도 빠른 속도로 개발 중이다. 김성훈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정부도 나름대로 새로운 산업에 투자하고 있기는 하지만 좀 더 과감하고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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