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정갈한 남색 단복에 베레모를 쓴 채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마주할 수 있다. ROTC이라 불리는 그들은 3월 내내 교정을 거닐며 그들의 역사를 지속하기 위한 지원자 모집을 계속한다. 그들은 졸업 후 소위로 임관되면서 2년 4개월간 의무복무를 한다. 단기 장교직을 맡아 군 복무에 임할 수도 있지만, 직업 군인으로 진로를 삼는 경우도 있다.
일반 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공부를 하고, 생활하는 ROTC를 보며 우리는 그들이 특별한 사람들이란 생각을 한다. ROTC 그들은 누구이며, 언제부터 대학과 군대는 함께였을까.

▲ 2015년 2월 25일 학위수여식에서 ROTC 후보생들이 인촌기념관 앞에 도열해 있다.

대학 안의 군대, ROTC

장교는 소위 이상의 계급을 지닌 군인으로, 통상 각 부대의 지휘나 운영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ROTC는 이러한 장교를 1961년 최초 설치 이후 19만여 명 배출한 ‘대학 내 군대’다.

대학 내에 ROTC라는 학생군사교육단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초급 장교의 부족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원래 미국의 제도였던 ROTC는 1960년대 초, 미국과 소련 냉전 구도의 불안정한 국제 안보환경과 계속되는 북한의 군사도발로 한국에도 도입됐다. 육군학생군사학교 곽민영 대위는 “6·25전쟁을 겪으면서 초급장교의 부족이 군 전투력에 미치는 영향을 느낀 것도 하나의 배경”이라며 “기존 사관학교와 간부후보생 과정을 거쳐 양성하는 장교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평시부터 초급간부를 육성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ROTC 후보생들은 2년간 군사학 교육과 입영훈련을 받는다. 학기 중엔 체력단련과 더불어 군사학을 한 학기당 44시간을 이수해야 하며, 이는 대학마다 2~3학점 교양과목으로 인정된다. 이들은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여름 4주, 겨울 2주간 입영훈련을 받기도 한다. 본교 ROTC 이보선 소령은 “개인별 전공 수업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이른 아침에 군사학 강의를 편성하고 있다”며 “불가피한 경우엔 휴학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후보생은 학과 수업과 ROTC 활동을 병행하며 3~4학년을 생활한다”고 말했다.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군대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이유로 ROTC를 대학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은 사례도 있다. 올해 1월 27일 48대 이화여대 총학생회(회장=최은혜, 이대총학)에서 이화여대가 학군단 신설학교로 선발된 것에 대해 반대한 것이 그 예다. 48대 이대총학은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학내 군대문화를 가속하는 본교 ROTC 유치를 반대한다”며 “군대는 지금껏 가부장제를 구체화하고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을 생산해왔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사례의 경우 ROTC 설치 반대에 대한 학내 여론 수렴의 어려움으로 올해 11월 설치가 확정됐지만, ROTC의 문화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일부 군인들의 악행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장교를 선택해 전방에서 국가를 지키는 ROTC 출신 학생들까지 전부 매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학생’인 그들

ROTC 후보생은 아직 군인의 신분이 아닌 ‘학생’의 신분이다.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하지만, 그 전까지는 지휘자가 되기 위한 능력을 기르는 ‘후보생’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은 학교에 소속된 학군단 후보생이라는 이유로 학교 행사에 차출되기도 한다. 육군학생군사학교 답변서에 따르면 ROTC는 일반 학생이기 때문에 학교에 해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대부분의 ROTC 후보생들은 입학식, 졸업식과 같은 큰 학교 행사에 참여해 사열 및 예도 등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본교 ROTC 이보선 소령은 “ROTC 학생들은 군사학을 공부하고 훈련받는 것 외에는 의무가 아니지만, 대학의 협조요청이 오면 자기 시간을 할애해 지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OTC 학생들은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것에 큰 불만은 없지만, 시위 진압용으로 인원 충족이 되는 등 일부 업무에는 거부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2011년 홍익대에서는 청소노동자 농성장에 ROTC가 동원돼 ROTC의 직무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본교 역시 2014년 ROTC 측에게 비정규직 노동자 집회에 후보생 소집을 요청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ROTC 졸업생은 “학교 측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학교 소속인 ROTC 후보생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시위를 막는 일은 분명한 경찰의 직무이지 후보생이 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교 임관 경로 다양화 의견도

장교가 되는 방법은 ROTC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현행 체계에서는 중등교육과정 이수를 요구하는 ‘단기간부사관’을 제외하면, 모두 대학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학사학위를 취득해야 장교로 임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기간부사관의 경우 다른 방식으로 임관한 장교에 비해 이후 진급 확률이 낮다. 장교의 역할과 요구 능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쟁 목적 수행을 위한 장교 임무의 경우 대학교육과정에 따르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수적이지 않으므로, 기회균등을 위해 장교 임관 체계의 다양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환 바른기회연구소장은 “간호장교와 같은 특수 전문 분야를 제외한 일반 장교를 뽑는 데에는 굳이 학력에 따른 제한은 필요하지 않다”며 “지금 우리 사회의 교육·의식 수준을 고려했을 때 고졸자도 특수 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학습 능력이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하를 통솔하고 군사 작전을 실행하는 장교의 특수성 때문에 현행의 조건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방부군사편찬연구소 김진섭 중령은 “어느 집단에서나 사람을 모집할 때는 조건이 있기 마련”이라며 “고등교육을 이수하는 것은 장교의 특수성을 감안해 역사적으로 유지돼왔던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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