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본인제공

한눈에 들어오는 한복과 갓. 우리에겐 낯선 복장이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본교와 성공회대에서 강의하는 한재훈(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다. 마치 과거에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21세기 선비’를 농심국제관에서 만났다.
일곱 살 때부터 전남 구례서당, 남원서당에서 교육을 받은 한재훈 교수는 중·고 검정고시를 거쳐 1998년 본교 철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입학 당시 한복을 입고 댕기머리를 해 ‘지리산 댕기 동자’로 불렸다. 2012년 2월 ‘퇴계 예학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핵심교양 과목 ‘선비의 정신세계’를 강의한다.

한 교수가 어렸을 적, 그의 형제는 모두 서당에서 공부했다. 삼 형제 중 막내인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홀로 대입 수능을 준비했다. “아버지는 형제들 중에 한 명은 현대문물을 받아들이길 원하셨어요. 그 길을 원했던 저는 대입을 위해 서울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서당 생활만을 해온 그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서당에서는 영어, 과학, 수학 등 수능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서다. 하지만 그에게 더 힘든 것은 학생들을 억압하는 제도권 교육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인 서당에 비해 학교는 무엇이든 틀에 맞춰져 있었다. “학교는 시간표가 있어서 모든 학생이 같은 공부만을 하게 만들어요.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에 왜 그 과목을 공부하는지도 모른 채 수동적인 자세를 가져요. 하지만 서당에는 ‘시간표’라는 개념이 없어요. 한 학생이 아파 못 배우면 그 부분은 나중에 배우면 되는 거예요. 이런 강제적인 환경에서 공부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한 교수는 현재 학생들의 수동적인 자세를 비판하며, 이는 인문학이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인문학을 통해 ‘생각하는 힘’에 대해 배워야 함을 강조했다. “인문학은 하나의 대상을 두고 여러 가지 관점을 둘 수 있게 하는 학문입니다. 학생들은 능동적인 자세로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각 민족이 자신의 문화에서 살다가 세계화를 거치며 다른 문화와 교류할 때, 그들에게 배우는 게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그들의 문화를 수용하지 않고 우리의 것을 그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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