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12시, 한강잔디광장에서 열린 '싱글맘의 날' 행사에서 미혼모와 자녀들이 무대에 올랐다. 사진 | 조현제 기자 aleph@

지난 50년간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약 3분의 1이 한국 어린이였다. UN 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했지만,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해외입양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아동권익단체의 비판이 계속되자 정부는 2012년에 친생부모가 양육을 선택할 권리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하고, 차선책으로 입양을 비롯한 대안적 양육방식을 활용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입양 아동의 친생부모의 대부분이 미혼모들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들의 자녀 양육을 지원하기보다 입양을 장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적 이윤 뒤에 가려진 아동인권
대표적인 대안양육방식인 입양은 제1·2차 세계대전에 의해 전쟁고아가 대량 발생하자 참전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한국과 달리 일본과 유럽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해외입양을 점차적으로 축소하다 폐지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해외입양된 아동은 236명, 2014년은 535명이었다. 성가정입양원 남혜경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위기 아동을 이 땅에서 키우려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해외입양을 보내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비판했다. 성가정입양원의 경우 이러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해외입양이 아닌 국내입양만을 중개하고 있다.

입양을 비롯한 대안적 양육방식이 비대화되는 데에는 양부모, 위탁부모의 수요와 정부의 책임 방기가 작용한다. 김도현 원장은 “아동을 입양보내면 정부는 매년 발생하는 약 2700명의 요보호아동을 지원하는 데 드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이는 이 땅에서 태어난 아동을 국가가 책임지길 포기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아동이 자신을 낳은 친생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국제협약에서도 규정한 아동의 ‘권리’이다. 특히 해외입양의 경우 태생적인 문화권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아동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정체성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유경 박사는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타 문화권에서 성장하면서 정체성 혼란과 자아 부정을 겪는다”며 “이는 아동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동’에 초점 맞춘 양육보조금 필요해
현재 미혼 임신의 약 96%는 낙태로 이어지고, 낙태되지 않은 아동의 약 70%는 입양기관으로 보내진다. 즉, 100명 중 1명의 미혼모 자녀만이 친생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은 ‘강요된 자발’일 가능성이 많다. 미혼모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이 보장되지 않으니 대안양육체계가 공고해진다는 것이다. 입양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뿌리의집’ 김도현 원장은 “미혼모가 양육을 선택하도록 돕는 정부 지원이 미비한 상황에서 지금처럼 입양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안적 양육방식은 최소한으로 남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혼모에 대한 지원은 절대적인 금액도 부족한 데다, 월 소득과 연계되어 지원되고 있다. 성인 미혼모는 월 소득이 133만 원 이하일 경우 아동의 연령에 따라 5~12만 원을 지원받는다. 이러한 보조금은 차상위계층에 한해서 지원되며,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의 경우 생활보호지원금 외의 추가지원은 없다. 김도현 원장은 “양육 보조금은 아동을 위한 것이지 미혼모를 위한 것이 아니기에 미혼모의 소득과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며 “가정법원의 권고에 따라 모든 양육 미혼모에게 월 50만 원 정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 상황만 나아진다고 해서 양육을 선택하기 힘든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직장과 학교 등 사회 각 영역에서 여전히 미혼모는 차별받고 있다.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직장에서 사용주가 미혼모를 하급 부서로 이동을 시키거나, 육아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등의 강제적인 방법으로 차별하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학업 멈춰야하는 20대 엄마들
전체 미혼모의 약 30%에 해당하는 20대 초반의 미혼모의 경우 교육이 단절되는 상황에 부딪힌다. 현재 전국의 대학에서는 출산, 육아 휴학을 보장하는 추세이지만, 아직은 미흡한 편이다. 박영미 대표는 “20대 초반 미혼모가 가장 많은 연령대를 차지하는데도 대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이 학업을 그만두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성인 미혼모 중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미혼모의 비율은 약 49%다. 이 ‘학생 엄마’들이 육아를 위해서 학업을 중단해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용교(광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학이 소수의 미혼모 학생까지 고려해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휴학제도를 활용해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미혼모가 다른 미혼모에 비해 비교적 ‘엘리트 계층’이라는 시선을 받고 있는 것도 이들에 대한 지원을 어렵게 한다. 이에 대해 본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염동규 학술국장은 “누가 더 어려운 미혼모인지를 규정하고, 어려운 일부만을 지원하는 건 결국 점점 복지를 축소시키는 것”이라며 “경제적 사정을 불문하고 모든 미혼모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미혼모의 교육권을 보장하려면 학교에 ‘학생 엄마’가 있다는 전제가 우선돼야 한다. 수유실 마련, 교내 어린이집 설치, 출산과 육아휴학제도 보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본교는 출산, 육아 휴학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외에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또한 연구의 지속성이 중요한 대학원생의 경우 학업 단절과 손실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줄 수 있는 지원조교나 지원교수제도 등이 필요하다.

학생 엄마들이 ‘공부’과 ‘아이’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현실에서, 육아를 선택할 경우 자연스레 학업과 연구는 단절된다. 이는 고정소득이 발생하기 전부터 아이를 양육해 경제적 위기를 겪는 미혼모의 가정을 더욱 취약한 계층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 전민아 사무관은 “교육권 침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위기는 아이에게 그대로 대물림될 수 있다”며 “학생 엄마들이 학업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차이’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