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는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와 이미지가 겹치면서 사회 부적응자로 치부되곤 했다. 이런 덕후 이미지를 깨뜨린 프로그램이 있다. MBC <능력자들>은 전 세계 700여 개의 테마파크를 돌아다닌 ‘롤러코스터 덕후’부터 커뮤니티를 통해 새우에 대한 모든 지식을 공유하는 ‘새우 덕후’까지. 덕밍 아웃을 하는 출연자의 말 한마디와 표정에서 애정이 돋보인다.
<능력자들>의 박창훈 PD는 출연자들을 회상하며 연신 ‘대단하신 분들’이라 말했다. “어느 것에 흥미를 갖고 남과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고립돼 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돼요.” 그는 덕후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며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 사진 | 서동재 기자 awe@kunews.ac.kr

- <능력자들>을 통해 시사하고자 한 바는
“덕질은 쓸데없는 일이 아니라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덕후’라는 단어를 ‘능력자’로 바꿨다. 그들이 ‘덕질’을 통해 얼마나 행복해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연출진들도 ‘무슨 매력 때문에 저렇게 빠져있는 건가?’하는 궁금증에 출연자들을 따라 새로운 취미생활에 눈 뜨게 되는 경우도 있다.
출연자들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좋아하면 외연이 넓어진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짬뽕 덕후는 단지 먹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짬뽕을 개발하더라. 시장 덕후는 시장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마이클 잭슨 덕후는 마이클 잭슨의 인생에 대한 강연을 하고 다닌다. 그들이 2차 생산자가 되고 덕질로 인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사람이 각자 빠져 사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궁극적으로 1인 1덕질을 응원한다.“

- 자신이 생각하는 덕후의 범위는
“누구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프로그램에서 조명하는 ‘덕후’가 <생활의 달인>이나 <화성인 바이러스>의 출연진과 다른 점은 2가지다. ‘덕업일치’를 지양하며, 덕후의 기이한 모습에 집중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대신 지속적으로 취미를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능력으로 발전된 경우를 조명하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사물 하나하나도 모두 덕질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포토샵 덕후편 방송이 나간 후, 능력자의 ‘자격’에 대해 비판을 받았었다. 우리 프로그램의 ‘능력자’와 전문가를 비교하는 것은 <능력자들>의 제작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어떤 능력은 너무 흔해서 신기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능력은 비슷한 깊이임에도 신기할 수 있다. 그저 우리는 그분들이 취미에 빠져 밝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프로그램 내에서 경쟁 요소도 많이 없애려고 했다.“

- 프로그램 중 ‘덕후생활장려금’을 제공한다
“덕후생활장려금은 출연자 중 1등에게 300만 원, 방청객에게 45표 이상을 획득한 덕후 모두에게 500만 원을 주는 것이다. 그들의 열정을 응원하고자 하는 것이지, 덕후 생활에 쓰이는 돈이 부족해서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덕후에게 갖는 편견 중 하나가 ‘쓸모없는 걸 모으면서 돈 낭비한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실제 컬렉터 생활 자체에는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진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영화를 보고, 여행 가는 시간과 돈을 그들의 취미생활에 더 투자하는 것일 뿐이다. 그들에게 더 큰 비용이 필요한 이유는 ‘수집하기 위해서’가 아닌 ‘더 넓은 영역으로 도전해보기 위해서’다. 그래서 ‘지원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장려금’이다.”

- 다양한 취미를 갖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많다
“한국은 유행을 많이 타고, 기존의 획일화된 문화도 남아있다. 예를 들면, 음식에 흥미를 두는 덕후는 많지만, 그 외 덕후를 찾기 힘들다. 껌 종이를 모으는 덕후가 있었는데, 이런 사례처럼 예상치 못했던 흥미로운 소재를 찾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하지만 이 경우는 방송이다 보니 능력의 특이성을 고려한 것일 뿐, 시청자들은 다소 진부하다 생각될지라도 각자 취미를 갖고 있었으면 한다. 커리어를 쌓느라 바쁜 시대에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삶을 바꿔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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