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국내 건전한 성문화를 위한 성담론 전문 포털 ‘속삭닷컴’이 오픈했다. 이 외에도 마녀사냥 TV프로그램, 섹스 토크 콘서트, 공모전 등 다양한 성에 대한 정보 제공, 대화, 논쟁 등이 온오프라인에서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개방적이고 자율적으로 변하고 있는 성인식과 성문화에 대해 짚어봤다.

▲ 여성을 위한 성인용품점을 표방한 '플레저랩(Pleasure Lab)'은 20,30대 고객이 주를 이룬다. 사진|백승주 기자 100win@

자유롭고 개방된 성을 만들다

현대인들은 성과 섹스에 대해 SNS나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이야기, 경험을 공론화시키며 공감을 하고 의견을 나누곤 한다. B(여‧22) 씨는 “SNS에서 성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여성 커뮤니티를 자주 찾곤 한다”며 “내가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말을 대신 해줘 공감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성관계도 건강한 육체의 대화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에는 ‘시크릿 가족’ 웹툰이 연재되고 있다. 크림(이충민) 작가는 실제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 관련 이야기를 통해 9점이 넘는 별점을 받으며 80화 째 웹툰을 그리고 있다. ‘남성 생식기 편’, ‘청소년 성관계’, ‘채팅앱 편’ 등 다양한 소재로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으며, 독자층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하다.

사람들의 성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다양한 콘텐츠를 모아놓은 온라인 공간도 생겨났다. ‘레드홀릭스(REDHOLICS)’라는 섹스 콘텐츠 플랫폼은 기존의 성 산업화 속에서 남성 중심적이고 과장된 콘텐츠와는 달리 섹스에 대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 레드홀릭스 백상권 대표는 “우리나라에 만연한 성인콘텐츠와는 달리 섹스콘텐츠에는 미성년자를 위한 콘텐츠도 존재한다”며 “성을 엄숙하고 무겁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섹스에 대해 터놓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강의하는 수업도 만들어졌다. 열정대학엔 2014년 2월에 섹스학과가 생겼다. 열정대학에서 섹스학과를 운영하고 섹스 교육을 진행하는 이석원 강사는 건강한 성 가치관을 알리기 위해 수업을 시작했다. 섹스학개론에서는 피임법과 성 지식에 관해 다룬다. 이석원 강사는 “참여자가 쌍방향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라며 “많은 수강자들의 성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 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도 생겨나고 있다. 경향신문에서는 ‘제1회 생리백일장’을 열어 성에 대해 여성과 남성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초경부터 완경에 이르기 까지 여성 생리에 관한 경험과 생각을 글로 나누는 공모전을 연 것이다. 경향신문 미래기획처 관계자는 “여성이 생리라는 당연한 생리현상도 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생리란 소재를 가지고 남녀가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성 관련 행사나 프로그램에도 사람들은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 청년들이 직접 주최하고 참여하는 토크콘서트 및 행사도 있다. 지난 1월 청년문화허브에서 진행하는 예술극장 프로젝트 ‘Paper Q’의 <처녀들의 섹스토크>에서는 여성의 섹스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임수정(여‧24) 씨는 “평소 꺼내지 못했던 고민이나 얘기를 서로 교환하며 서로를 알고 나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을 위한 성인용품점

옥션에 따르면 2014년 남성용품 판매 증가율은 전년대비 60% 증가했으며, 여성용품은 그 두 배 이상 판매율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엔 성인용품점도 변화하고 있다. 유해업소와 같이 폐쇄적으로 보여지는 공간이 아니라, 개방적이고 밝은 분위기의 가게로 바뀌는 것이다. 성인용품점 플레저랩(Pleasure Lab)은 섹스토이 판매뿐만 아니라 성문화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대중문화에서 드러나는 성이나 타인이 준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개개인이 주체가 돼 성 생활에서의 기쁨 찾기를 추구한다. 플레저 랩 관계자는 “20대, 30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커플도 관심을 갖고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명동 부르르 성인용품점은 자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등 대중들이 성문화를 보다 개방적으로 누리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민 이뤄져야

성문화가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경계해야할 부분도 있다. 여성들이 일상에서 권력관계나 성적 소수자나 여러 가지 권력관계를 숙고하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돼야 하는지 생각하고 성찰해야 성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차별적인 사고가 존재하는 가운데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민은 성적자유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본질론적인 수업을 듣는다거나 자신만의 관점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입장에서 성에 대한 이해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세미나, 섹스학과, 커뮤니티 등의 성문화가 생긴 만큼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성 상담소 ‘푸른 아우성’ 신동민 관계자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칙 없이 성의 쾌락과 흥분만을 강요하고 있진 않은지 성찰이 필요하다”며 “건전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통해 행복을 누려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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