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기후변화협정이 지구온난화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시각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가 중심이 된 국제에너지기구(IEA)조차 모든 국가가 감축목표를 이행해도 전지구 온도는 당초 제어 목표인 1.5~2℃를 넘어 2.7℃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 협정이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막았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어쨌든 세계 각국은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고, 5년 뒤에는 현재보다 더 강화된 감축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장 극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에너지원의 전환이다. 특히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경우 전세계 온실가스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전세계적으로도 규제가 불가피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는 세계 20위권이지만, 연료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에 이르기 때문에 더욱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이중 대부분은 전기생산을 위한 화력발전소에서 배출이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석탄 수입량이 세계 4위에 이를 정도로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따라서 향후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핵심에 화력발전 비중 축소를 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저감노력이 없을 경우의 온실가스 배출량(BAU) 대비 37%를 저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 중 하나인 화력발전소는 향후 24기를 더 지을 계획이다. 반면에 화력발전을 대체해 향후 에너지 공급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재생가능에너지는 8년 전에 수립한 목표(2030년까지 보급목표 11%)를 고수하고 있다. ‘에너지 먹는 하마’라는 악평을 듣고 있는 중국마저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25%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소극적인 정책목표다.

이런 비대칭 정책이 나온 근저에는 원자력 발전이 있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 설비 비중을 29%로 끌어올려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8기 이상의 추가 원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원전은 우라늄 채굴단계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전 과정을 평가하면 재생가능에너지의 2~6배 정도 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제사회는 청정개발체제(CDM) 등에서 원전을 감축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처리가 불가능한 핵폐기물이나 불안한 안전관리의 허점까지 고려하면 원자력발전은 사회적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 화력발전과 원자력 발전 의존 비중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조속히 확대하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재생가능에너지 보급도 중요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에너지효율화다. 국제에너지기구가 2030년까지 수단별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17%지만 에너지 효율화는 49%에 이른다. 에너지원 전환이 필수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에너지를 효율화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에너지효율화에 대한 정책목표는 존재하지도 않고, 그나마도 기업과 시민의 자발적 참여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원단위는 OECD 34개 회원국 중 29위를 기록하고 있고, 1위 국가인 스웨덴과는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같은 물건 하나를 만들 때 우리나라가 CO2를 5배 정도 더 배출한다는 의미다. 에너지 전환손실률 역시 36%로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기후변화대응에 있어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뒤늦은 수준이다. 우리보다 소득이 낮거나 경제규모가 적은 개발도상국과 비교해도 뒤쳐져 있는 경우가 많다. 21세기를 환경의 세기라고 부른다. 저탄소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확대와 에너지효율화 목표 강화 등의 선제적인 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시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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