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과 서점은 우리 사회의 책 문화를 가꾸는 양대 축이다. 그런데 공공도서관이 꾸준히 발전해온 반면 서점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왔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2016년 3월 19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6년 5378개나 되었던 서점수가 2015년 1559개로 대폭 줄었다. 현재 서점이 하나도 없는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6곳, 서점이 하나밖에 없는 곳이 43곳이나 된다. 이렇게 지난 20년 동안 무려 70%가 넘는 서점이 문을 닫았다.

서점의 급격한 감소는 책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져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많은 출판사들이 책 판매가 줄어들어 어려움이 많은데 서점의 감소가 중요한 원인으로 손꼽힌다. 서점의 감소는 그만큼 독자들이 일상적으로 책과 만날 공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적어도 마을마다 최소한 한두 개씩 좋은 책을 취급하는 동네책방이 운영되어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책을 만날 수 있어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면 괜찮은 동네책방이 있는 마을에서 살았을 때 내 삶의 질이 엄청 높았었다는 사실을 그 책방이 문을 닫고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다행스럽게 최근에 동네책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동네책방을 다루는 언론 기사도 연일 나오고, 특색 있는 다양한 책방들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도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린다. 서점학교처럼 서점 관련 내용을 다루는 강좌도 많이 열리는데, 이런 강좌마다 금방 마감이 될 정도로 열기가 높다.

이러한 동네책방 붐에 불을 붙인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남해의봄날)는 이런 종류의 책으로는 드물게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작년에 일간지가 뽑은 ‘올해의 책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핫 플레이스로 손꼽히는 서울 홍대, 연남동, 상암동에는 특색 있는 서점들과 북카페, 그림책방들이 잇달아 문을 열며 동네책방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순례지가 되고 있다. 동네책방을 시작하는 이들의 전직도 다양하다. 서점 직원, 편집자, 도서관 관계자 등 책과 관련된 일을 해왔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IT회사 직원, 광고 전문가, 연예인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동네책방을 열어 기대를 갖게 한다. 이들이 각자의 경험을 살려 특색 있는 책방들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 들어 서점에 희망을 주는 일들도 여럿 있다.  2014년 11월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오프라인 서점들이 인터넷서점에 견주어 뒤떨어졌던 가격 경쟁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이와 때를 맞춰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서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책 구입을 지역서점에서 구입하도록 하는 ‘지역서점 우선구매제도’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이다. 정부에서도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서점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지난 7월 14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서점 지원 조례인 ‘서울특별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경기도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조례를 제정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지원조례 제정은 다른 지자체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동네책방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는 것인가?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런 생각은 아직 섣부른 기대로 보인다. 이런 현상들이 분명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아직 동네책방의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할 정도는 아니다. 동네책방이 고유한 업무인 책 판매 수익으로 지속가능한 운영을 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실제로 많은 동네책방들이 높은 임대료에 허덕이고, 책방 주인들이 가져가는 인건비는 노동시간으로 따지면 최저임금도 못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동네책방이 마을마다 자리를 잡고 지속적으로 운영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독자의 역할이다. 책을 의식적으로 동네책방에서 구입하는 성숙한 독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여기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적인 지원이 보태진다면 다양한 특색을 지닌 동네책방들이 우리의 책 생태계와 독서문화를 풍성하게 하리라 기대한다. 대학마다 마을마다 소박하지만 고유한 색깔을 가진 책방들이 자리 잡아 마을의 책 문화를 가꾸는 중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상수 ㈔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
<동네책방동네도서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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