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영국 공군은 항공전투 훈련기로 사용했던 DH82 기체를 개조해 세계 최초의 무인 비행기를 만들었다. ‘DH82 Queen bee(여왕벌)’라고 이름 지어진 이 무인비행기는 사격훈련 표적기 용도로 사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엔 단순한 표적기가 아니라 폭탄을 투하하고 돌아오는 무기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 무기로서의 무인 비행기의 가치를 확인한 미국 해군장성 윌리엄 H. 스탠틀리는 이를 본뜬 무인 항공기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개발에 나선 델마 S.페르니 중령은 ‘DH82 Queen Bee’에 경의를 담아서 미 해군이 만든 무인 항공기를 ‘Drone(수컷벌)’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 군사용으로 시작된 드론은 취미용, 상업용으로 그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사진|심동일 기자 shen@

늘어나는 드론 활용범위
  국내에서 드론에 대한 활용과 관심이 지속해서 증가 중이다. 지난 11일 코엑스에서 열린 ‘드론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드론 활용 비즈니스모델 및 시범사업 확대’에 따르면 2014년까지 등록된 드론 수는 354대, 올해 6월까지 등록된 드론의 수는 1344대로 나타났다. 등록업체와 드론 조종자증명 취득자 역시 증가 추세다. 등록업체는 2014년에 384개에서 2016년 817개, 조종자증명 취득자 역시 667명에서 1087명으로 증가했다.

  드론은 아직까지 국방 부문에서의 활용도가 가장 높지만, 취미용, 레저용, 상업용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취미용 드론은 고정, 회전, 멀티로터 등 다양하게 사용되며, 드론 비행장이나 공터에서 날리는 레저용이 대부분이다. 상업용 드론은 논밭 위에서 농약을 뿌리는 농업형 드론과 절벽 등의 위험지역을 탐색하는 관측용 드론 등이 있다. 드론은 이제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물건이 됐다. 2009년 중국의 DJI는 우공M이라는 핵심 부품을 만들었다. DJI의 대표드론 팬텀시리즈의 시작 부품인 우공M은 안정적GPS센서, 가속도센서, 자이로센서, 기압센서 기능이 한데모인 부품이다. 한국드론레이싱협회 박진일 이사는 “우공M의 개발로 안정감 있고 깔끔한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영상촬영을 위해 드론에 카메라를 장착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들이 드론 1세대다. 박 이사는 “영상촬영 업자들의 드론활용이 증가하면서 드론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졌고, 드론업체 수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IoT(사물 인터넷)를 접목했다. 단순히 농약을 밭 전체에 뿌리는 것이 아니라, 밭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부위에만 농약을 뿌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김만년 성우엔지니어링 대표는 “7월 말 대구 달성구에서 연합방제를 했다”며 “드론을 이용한 방제로 노동력을 절감해 쌀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구글, 아마존, CJ 등의 기업들은 드론택배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배송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기 위해서다. 도이치뱅크는 드론 택배를 이용했을 때 기존 운송비용의 절반, 최대 8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6회 국제물류산업전’에선 세계 최초로 ‘드론 추락 감지 기술 및 낙하산 자동장치’와 ‘화물 자동 하강 장치’를 공개했다. 드론이 비상 상황으로 추락할 경우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드론 외부에 장착한 낙하산을 자동으로 펼쳐주고, 목적지 상공에서 화물을 내려놓도록 한 장치다.

 

배터리강화와 정보보안 선행돼야
  드론 산업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50분 미만의 비행시간과 안전성 문제, 기술 문제 등을 지적했다. 대부분 배터리 충전식인 드론택배 기기는 30분 정도만 비행이 가능한데, 택배운송처럼 장거리를 비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한 관련 전문가는 “아직까지는 드론 택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더 강한 출력을 내는 배터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드론의 상업화 이전에 정보보안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식(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드론을 운영하는 실시간 운영체제는 악의적인 행위를 하는 보안 공격에 대한 고려가 되지 않아 단순한 자원 소모 공격만으로도 비정상적으로 종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악성 코드로 드론을 감염시켜 촬영 영상 등의 중요 정보를 탈취할 뿐 아니라, 내부 기능을 변경해 악의적인 목적으로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더 강한 GPS신호를 줘 원래의 GPS 신호를 덮어씌우는 ‘GPS스푸핑’같은 물리적인 공격에도 대처해야 한다. 김 교수는 “드론을 상용화시켜 시장을 확대하기 정보보안을 위한 기술부터 확립돼야한다”고 말했다.

 

고정익기에서 멀티로터까지
  이후 드론은 기술발전에 따라 고정익기에서 멀티로터 순으로 발전했다. 고정익기는 항공기의 동체에 고정된 날개가 있는 드론이다. 고정익기가 엔진 등의 추진 장치에 의해 높은 속도로 활주로를 달리면 공기가 날개를 중심으로 위아래로 분리돼 흐르는데, 윗면의 공기가 더 빠르게 이동하고 아랫면은 느리게 이동한다. 이러한 공기의 속도 차이는 날개 위아래 간의 압력 차이를 발생시키고, 이 압력 차이가 날개를 위쪽으로 들어 올리는 양력을 만들어 비행기를 뜨게 만든다. 고정익기는 군사 목적의 드론이 대부분이며, 속도와 거리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급유 후 40시간 정도 비행이 가능한 글로벌호크가 대표적인 고정익기 드론이다. 또한 고정익기는 비행 고도에 따라 나뉘는데, 국산 드론은 군 정찰용 중고도 드론인 송골매와 대대급 전력으로 운영 중인 저고도용 리모아이가 있다. 

  회전익기는 고정된 날개 대신에 프로펠러라고 부르는 회전날개에서 양력을 얻어 비행하는 방식의 항공기다. 제자리에서 떠오르는 것이 가능한 회전익기는 보다 안전하고 이착륙이 용이하다. 이런 장점을 이용해 논밭에서 농약을 뿌리는 방제작업드론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멀티로터는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 센서 기술로 구현된 드론으로, 고정익기와 회전익기의 단점인 흔들림을 보완했다. 회전익기(헬리콥터) 본체 위 프로펠러가 회전하면 본체는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려는 힘(역토크)이 발생한다. 자이로스코프는 그 회전관성을 인식해 꼬리에 있는 로터를 돌려 힘을 상쇄시킨다. 여기에 충격량과 가속도를 계산하는 가속도 센서가 더해진다. 바람이나 공기저항이 생길 경우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가 각각 중력가속도와 각속도를 측정해 기울기를 파악한 후 보정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핸드폰을 기울여서 하는 레이싱 게임 ‘아스팔트’가 자이로 센서와 가속도 센서를 사용하는 사례이다. 멀티로터는 로터의 수에 따라 명명하며, 영상촬영에 주로 사용된다. 김승주 무인항공기협회장은 “멀티로터는 대부분 배터리를 동력으로 이용하며, 서로 맞은편에 있는 로터의 상대 회전속도의 차이로 자세변화와 방향전환을 유도한다”며 “기체의 수평을 맞춰주는 자이로스코프와 자동제어소프트웨어가 장착돼 조종에 훨씬 용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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