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천주현 학예연구관 인터뷰
“문화재 수리에 부지런한 선행 연구 필요해”
“보존과학 23년차 연구관이 말하는, 보존과학”
“보존과학 기술, 제도의 장단점 간과 못해”
“보존과학, 쉬운 분야 아닌데 허술한 제도까지”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문화재도 훼손되면 보존과학실로 와요. 이곳은 문화재 병원인 셈이죠. 의사처럼 보존과학자는 선조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오랫동안 유지하도록 공부하고 치료해요. 올해 보존과학이 국내에 도입된 지 40년이고, 대학에 보존과학과가 생긴 지는 20년이 넘었어요. 앞으로 보존과학이 더 나아갈 수 있게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문제도 시급히 해결됐으면 해요.”

▲ 지류문화재를 복원 중인 천주현 학예연구관 사진 | 본인 제공

  지난 3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존과학, 우리 문화재를 지키다>라는 주제로 2개월 동안 전시가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천주현 학예연구관은 보존과학 40주년을 맞아 전시 총괄기획을 맡았다. 그를 통해 우리가 잘 모르는 보존과학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1994년에 처음, 보존과학에 발을 들였다. “벌써 이 분야를 공부한지 20년이 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 보존과학이란 생소한 분야여서, 재료학이나 역사분야 전공자들이 박물관이나 문화재연구소 및 사설단체에서 공부했다.” 그 또한 마찬가지로 서화복원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립기관에서 교육을 받았다.

  기술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는 보존과학은 조금은 허술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존과학은 인문, 자연과학, 예술 모든 것이 다 융합된 학문이에요. 교육적인 측면에서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한 학문 중 하나죠. 의사가 되려면 학교에서 전공을 배우고 부속병원과 연계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교육을 받는 반면 보존과학은 그러지 못해요. 이론만 있고 실제로 적용은 못하는 상황인 거죠.”

  또 그는 우리나라의 문화재수리 기술자·기능자 자격부여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재수리 기술자와 기능자 자격이 조금은 이상한 방법으로 부여돼요. 보통 기능자에서 실력을 쌓고 점차 기술자로 올라가는 식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술자는 필기시험, 기능자는 실기시험에 한정해 자격을 줘요. 기능만 공부한 사람은 기술자가 되지 못하고, 필기만 공부한 사람들이 기술자가 되는 거예요.” 그 중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는 세분화되지 않은 기술직 부여제도다. “기술자는 광범위한 보존과학의 분야를 모두 담당해야 해서 일을 처리하는 데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세부 분야별로 기술자가 있어야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가 유산인 문화재를 내 손으로 관리하려면 끊임없는 연구가 선행돼야 하죠.” 천주현 학예연구관은 문화재 보존을 위해 활동하는 각 분야의 연구원들을 언급하며 보존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묵묵히 일을 진행하는 사람들을 강조했다. “새롭게 이 분야를 도전하고 싶다면 그만큼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는 그의 목소리에선 사명감이 묻어났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