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제자리찾기’ 구진영 연구원 인터뷰
 

▲ '문화재제자리찾기'의 구진영 연구원(맨 왼쪽)은 2013년에 문정왕후 어보 반환 운동을 성공시켰다. 사진 제공 | '문화재제자리찾기' 구진영 연구원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불법 약탈된 문화재 환수를 위해 2006년 설립된 서울시 등록 비영리단체다. 구진영 연구원은 6년 전, 역사전문기자를 꿈꾸다 우연히 이 단체에 발을 들여놓았다. “문화재 환수 운동은 시민운동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언론감각도 중요하지만, 우리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어요.”

- ‘문화재제자리찾기’ 단체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현재는 국내 문화재인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만들기 운동과,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왕실에 올린 보고서를 모아놓은 장계별책 제자리 찾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훈민정음 해례본의 경우는 작년에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20대 국회 제1호 청원으로 제출했어요. 해례본 따라쓰기 운동도 이뤄지고 있고요. 전국의 청소년 1111명이 각자 1권씩 필사한 이 해례본은 이번 한글날 광화문 광장에 전시돼요. 전시 후에는 국회 청원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죠.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오구라 컬렉션, 오쿠라호텔 소장 율리사지석탑, 뤼순박물관 소장 금강산 장안사 종, 보스턴 미술관 소장 라마탑형 사리구 반환이 최종 목표에요.”

- 문화재 환수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
  “‘진실은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고, 혼이 담긴 계란은 바위를 깬다’는 말을 혜문 대표가 자주 해요. 이 문장처럼, 문화재 환수도 강제로 빼앗긴 우리 민족의 혼과 얼을 되찾는데 의미가 있다고 봐요.

  일본으로부터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의궤를 환수했을 때도 당시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강제병합 100주년 담화에서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사과와 함께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발표했어요. 우리 민족의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아오는 노력들이 후대에도 문화재 환수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많이 심어줬다고 생각해요.”

- 문화재를 환수하는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2013년 LA카운티박물관 소장 문정왕후 어보 반환운동이요. 정전 60주년을 맞아 미국으로부터 약탈문화재 반환과 함께 아픈 기억에 책임을 묻고자 했죠.

  LA카운티박물관과 협상하려면 LA카운티의 슈퍼바이저를 만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카운티박물관과 1차면담 후 영사관에 연결을 부탁하자 슈퍼바이저가 만나줄리 없다며 거절하는 거예요. 저희는 포기하지 않고 문정왕후 어보 반환 요청문을 직접 슈퍼바이저에게 보냈고, ‘문정왕후 어보가 도난품이 확실하다는 것만 증명하면 돌려줄 용의가 있다’는 뜻밖의 회신이 왔어요. 다행히 도난품이 확실하다는 증거를 갖고 있었기에 2차면담 직전에 슈퍼바이저와 면담을 가질 수 있었죠. 결국 박물관 측에서 문화재제자리찾기 측의 문서를 검토한 결과 ‘문정왕후 어보가 도난품이라 판단돼 조건 없이 문정왕후 어보를 반환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표하더라고요.

  슈퍼바이저와 박물관 측 변호사의 면담 덕에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 거죠. 7개월 만에 문화재 환수에 성공한, 잊지 못할 경험이었죠.”

-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재 환수 정도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한다면
  “국외에 있다고 해서 모두 불법 반출된 문화재가 아니에요. 또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돈을 주고 사오는 것을 문화재 환수라고 보지 않아요. 우리가 도둑맞은 물건을 당당하게 찾아오지 못하고 돈을 주고 사오는 것은 문화재를 모으는 행위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돈이 있으면 문화재를 찾을 수 있다는 자본의 논리로 문화재 환수를 가르치고 싶지도 않아요. 그렇게 따졌을 때 우리나라의 환수는 다른 국가에 모범이 되는 사례가 많죠.

  2014년에 환수한 문화재 중 대한제국 국새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어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6·25 전쟁 당시 미군이 훔쳐간 문화재를 자발적으로 반환해서죠. 먼저 문화재를 되돌려줬다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에 대한 사과의 의미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사건으로 많은 문화재를 약탈당한 이집트나 그리스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해요.

  그리스에 유명한 문화재 환수운동가인 멜리나 메르쿠리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 분은 평생을 던져 대영박물관에 있는 엘긴 마블스 반환운동을 했는데 결국엔 환수를 못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질적으로 한국은 문화재 환수에 매우 높은 수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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