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한 <예술공감> 토론회가 시민청 태평홀에서 진행됐다.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연상호 영화감독, 노순택 사진작가, 신현식 앙상블 시나위 대표 등 각계 문화예술인 6명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문화예술인의 의견 △블랙리스트 시대 예술 검열에 대한 대책마련 등의 논의가 이뤄졌다.

 

▲ <예술공감> 토론회에서 각계 에ㅖ술인사들은 블랙리스트에 대한 견해와 앞으로의 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제공 | 서울문화재단

문화예술계 시국선언 이어져
  토론회를 시작하며 노순택 사진작가는 문화예술인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사회에 부당함이 만연해 있을 때 이를 깨는 돌파구가 바로 문화예술이어야 한다”며 “현 시국에서 문화예술가들이 각자의 표현 방법으로 발언을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악계 또한 문화예술가들의 연대가 혁명의 시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현식 앙상블 시나위 대표는 “그동안 국악계는 사제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야할 때 자기검열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통예술가들도 함께 모여 작품을 만들고 발표하며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계각층에서 진행된 예술 검열
  토론회 후반부에서 패널들은 문화예술 각계에 가해진 불합리한 지원 배제와 검열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작년까지 제한상영가를 받아 상영이 불가했던 김선 감독의 영화 <자가당착>을 예로 들며 정부의 검열을 비판했다. 그는 “영화에는 제한상영가라는 것이 있는데 소위 포르노나 스너프 필름처럼 방영 자체가 위법인 내용을 담은 영화에 매기는 심의”라며 “정치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가 제한상영가를 받는 모습을 보며 이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순택 사진작가는 정부가 문화예술계를 장악하기 쉬운 취약한 영역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는 ‘돈 주면 안 되는 애들 명단’이라 해석할 수 있다”며 “정부는 문화예술인들의 돈줄을 조이거나 푸는 방식으로 얼마든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작의 자유를 위한 인프라 복구해야
  패널로 참석했던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하며 “블랙리스트의 몸통이 드러났으니, 이제 우리는 검열에 대한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의 배제를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고민할 차례”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문화 산업에서 소위 ‘킬러 컨텐츠’에만 투자하고 있는 정부의 지원 방식을 지적했다. 그는 “문화 산업은 생태계와 같아서 다양성을 기반으로 성장한다”며 “정부는 대박을 위한 하나의 킬러 컨텐츠가 아니라 혁신적이고 새로운 독립 예술에 대한 지원의 폭을 넓혀야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필요한 단계라며 공감의 의사를 밝혔다.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직까지 문화예술가들이 보조금 없이도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잘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며 “문화와 예술이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의 자유와 행복을 누리도록 서울시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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