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우(보과대 바이오의과학12) 씨가 가장 선호하는 향수들을 꺼내둔 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친기즈 수습기자 press@

  ‘존재하는 것의 영혼은 그것의 향기이다.’ 영화 <향수>에서 조향을 배우러 온 그루누이에게 스승 발디니가 건넨 말이다. 향수는 누군가에겐 영혼이고, 패션이며, 추억이다. 김지우(보과대 바이오의과학12) 씨는 스무 살 이후 향수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성년의 날에 처음 선물 받은 향수를 뿌리다 보니 어느덧 그 향에 반했고, 향수병의 디자인도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향수의 매력을 묻자 김지우 씨는 외모 지상주의를 풍자하는 한 웹툰의 대사를 인용했다. “제가 자주 보는 웹툰에 이런 말이 나와요. ‘향수의 아름다움이 진실된 이유는 향기란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향기는 눈을 가리고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아름다움이라는 거죠.”

  김지우 씨가 가장 좋아하는 향수는 펜할리곤스의 ‘오렌지 블라썸’이다. 그에게는 이 향수에 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예전에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이 향수를 뿌리고 나면 학생들이 좋은 향이 난다고 칭찬해줬어요. 그때부터 이 향수가 더 좋아졌고, 요즘에도 즐겨 뿌려요. 다른 향수에 비해 쉽게 질리지도 않고요.”

  김지우 씨는 현재 스무 개 정도의 향수를 갖고 있다. “원래는 더 많았는데 안 쓰는 것들을 중고로 팔다보니 이 정도 밖에 안 남았네요.” 김 씨는 항상 향수 관련 온라인 사이트를 체크하고, 좋아하는 브랜드의 신제품이 나오면 매장에 가서 시향해본다.

 김지우 씨는 향수를 구입할 때 시간 경과에 따른 향의 변화를 보고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처음 뿌렸을 때 느껴지는 향을 탑 노트, 중간을 미들 노트, 끝에 느껴지는 향을 베이스 노트라고 합니다. 저는 항상 시향 후 집에 와서 다시 향을 맡아보고 구매를 결정해요. 탑 노트가 좋아도 마지막 향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향의 지속시간도 향수마다 다르다. 향수는 지속시간에 따라 퍼퓸, 오 드 퍼퓸, 오 드 뚜왈렛, 오 드 코롱 순으로 분류된다. 가장 긴 퍼퓸은 6~7시간, 가장 짧은 오 드 코롱은 2시간 정도 지속된다. 김지우 씨는 오 드 코롱 계열의 향수라도 바디 로션, 바디 워시, 핸드크림 등을 같은 향으로 더해서 사용한다면 향의 지속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몸에만 뿌리지 말고 옷에 같이 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옷에 직접 뿌리면 자국이 남을 수 있으니 공중에 뿌리고 묻히면 더 좋겠죠.”

  김지우 씨는 향수를 뿌릴 때마다 그 향수와 관련된 추억을 떠올린다고 했다. 이를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작가 M.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내용에서 유래한 용어다. 이처럼 김 씨에게 향수는 단순한 향이 아닌 하나의 추억이자, 인생의 일부다. “노래를 듣고 노래를 주로 듣던 시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저도 향수의 향을 통해 추억을 떠올려요. 저에게 향수는 일종의 추억 보관소인 셈이죠.”

 

글 | 김용준 수습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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