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야식이 먹고 싶을 때 우리는 직접 음식점을 방문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켠다. 숙박 예약을 할 때, 자취방을 구할 때, 택시를 잡을 때도 마찬가지다. 모바일을 통해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얻는 것, 이미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스며든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즉각적이고 개인 특화된 ‘온디맨드’
  최근에는 기존 O2O 서비스를 넘어 온디맨드(on-demand)가 부각되고 있다. 전통적 개념의 O2O는 소셜 커머스 등 온라인에서 할인권을 구매하고 오프라인에서 소비하는 형태였다면 최근 O2O는 ‘즉각성’이 추가됐다. 택시를 잡고 싶을 때 O2O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이 있는 장소로 바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가 필요를 느끼는 바로 그 순간, 그 장소에서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온디맨드의 또 다른 특징은 동일한 서비스나 제품이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특화된 형태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홈 클리닝 서비스를 이용할 때 청소 범위와 방식, 시간, 날짜 등 본인이 원하는 옵션을 선택하면 맞춤형 가사도우미가 제공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디지털 사이언스 이윤희 수석연구원은 “기존에는 기업이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으로 수집된 고객 정보를 고객군으로 분리해 그룹 맞춤형 고객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온디맨드는 1:1 개별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O2O 플랫폼은 차별화를 위해 고급화, 전문화, 세분화 등 다양한 발전 모델도 제시하고 있다. 카카오는 고급 승용차로만 운행되는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 블랙’을, 배달의 민족은 축적해온 배달음식 거래 빅데이터를 활용한 업종별 맞춤 전문 광고 서비스 ‘우리가게 마케팅 센터’를 운영 중이다. 부동산정보 서비스 플랫폼 다방은 최근 공인중개사 전용 서비스인 ‘다방프로’를 새롭게 선보였다. 다방 홍보팀 전보미 대리는 “임차인, 임대인, 공인중개사 별로 원하는 정보가 다르다”며 “사용자별 맞춤 분리작업을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다방프로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떠오르는 위기론
  우버, 홈조이 등 대표적인 O2O 기업이 한계를 드러내자, O2O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투자 대비 수익이 적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O2O는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재화 및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개모델이다. 중개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인지도가 필요한데 인지도를 얻기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 오프라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비용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이다. 마켓캐스트 김형택 대표는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 과도한 광고를 하거나 경쟁업체와 할인 경쟁을 하면 어느 순간 임계치에 다다라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는 결국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기에 인건비, 교육비, 서비스센터 유지비 등 부가적인 비용이 많이 드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종별 플랫폼도 이미 과포화 상태다. 치열한 O2O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보다 훨씬 간결하고 편리한 방식이 요구된다. KT경영경제연구소 황지현 연구원은 “일상적인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지 못하거나 이용 방법이 너무 어려우면 고객들이 더는 찾지 않는다”며 “고객을 편하게 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O2O 규제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시장이 자유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방치해야 한다는 주장과 O2O 시장에 알맞은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김형택 대표는 “정부가 법적 잣대를 만들어 시장을 통제하려고 하면 도리어 산업이 성장하지 않을 수 있다”며 “새로운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반면 황지현 연구원은 “자본과 정부 정책으로 마음껏 확장하지 못하는 기업이 스타트업 기업”이라며 “O2O 중심 스타트업이 잘 커나가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시장과 기술 혁신이 열쇠
  O2O의 핵심은 여전히 오프라인 상품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에 달려 있다. 2015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온라인 상거래 규모는 51조 원에 머물렀지만 오프라인 상거래 규모는 929조 원으로 온라인의 18배 이상 큰 규모를 기록했다. 온라인 시장이 급진적인 성장을 이뤄왔음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에서 재화를 구매하고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는 것이다. O2O 서비스에서도 오프라인에 대한 이해가 특히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프라인은 소비자가 실질적이고 직접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공간이어서 서비스 품질 유지가 핵심이다. 이윤희 연구원은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보다 강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지속되면 고객 충성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비스 만족도가 낮을 경우 해당 서비스는 쉽게 신뢰를 잃는다.

  O2O 플랫폼은 빅데이터와 위치기반 기술을 넘어 다양한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즉각적 서비스 제공에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 AI와 VR 기술은 인테리어, 부동산, 이사 등 공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다방 전보미 대리는 “다방은 VR 기술을 적용해 별도의 VR 기기 없이도 다방 앱으로 방 내부 구조와 크기를 3D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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