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사람들이 청두를 ‘오면 가기 싫은 도시(來了就不想走的城市)’라고 부르더라고요. 근데 이상하게도 정말 떠나가기 싫었어요.” 정찬미 씨는 5년 전 중국 서남지구 유람 중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에 첫 발자국을 남겼다. 단지 관광객에 불과했던 그는, 2년이 지난 2014년 청두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춘시루(春熙路)거리에서 주스 가게를 차렸다. 중국에서도 성공적인 창업 사례로 인정받는 청두 주스 가게 ‘휴롬팜’의 대표 정찬미(경영학과 09학번) 교우는 이곳에서 사업자로서 새로운 발자취를 하나씩 남기고 있다.

  중학교 시절을 상하이(上海)에서 보낸 정찬미 씨는 일찍이 중국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중국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었지만, 청두를 유람한 후 그는 이 도시의 매력에 빠졌다. 예로부터 기후가 적합하고 물산이 풍부하여 ‘천부지국(天府之國, 하늘이 내린 땅)’이라고 불리는 청두. 오늘날 서부 경제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란 별칭을 얻은 이 도시에서 정 씨는 창업을 하고 싶었다. 한가로운 생활 리듬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청두 시민을 향해 정찬미 씨는 도전의 다트를 던졌다.

  정찬미 씨가 선택한 아이템은 한국회사 ‘휴롬’의 과일·채소 원액기 판매 사업이었다. 건강을 중시하는 청두 시민이 반길만한 제품이라 예측했다. 춘시루에서 제품을 팔기 시작했는데, 예상처럼 뜨거운 반응을 받지 못했다. 과일·채소 주스가 익숙한 한국인과는 달리, 중국인들은 생과일을 그대로 먹는데 더 익숙하고 채소를 생으로 즐겨 먹지 않아서였다. 정찬미 씨는 춘시루의 주스 가게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원액기를 무료로 빌려주기까지 했지만, 주인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들은 ‘주스가 느리게 나온다’, ‘중국산 착즙기보다 배로 비싸다’는 이유로 정 씨의 제안을 거절했다.

  “‘애플’ 회사처럼 체험관을 만들어 어떤 주스가 좋은 주스고, 어떤 착즙기가 좋은 착즙기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느낀 정찬미 씨는 물러서지 않고 더 큰 그림을 그렸다. 2014년 정찬미 씨는 한국 생과일‧채소 주스 가게인 ‘휴롬팜’ 사업체를 청두로 가져와 개업했다. 원액기만을 팔기보다 원액기로 만든 주스를 팔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물, 설탕, 과일 시럽 등 첨가물 없이 100% 과일과 채소로 주스를 만드는 가게는 오직 정 씨의 가게뿐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세상에, 이런 주스도 있어?” “이런 주스를 어떻게 만들었어요?” 손님들은 정찬미 씨의 가게를 ‘주스계의 스타벅스’라고 부르면서 찾아왔다. 주스가 잘 팔리면서 원액기 매출도 늘었다. 더욱이 채소를 익혀서 먹는 청두인의 식생활까지 바꿨다.

  정찬미 씨의 주스 가게가 입소문 나면서 오픈 6개월 만에 메뉴부터 가게 인테리어까지 모방한 가게들이 나타났다. 그는 새로운 가게들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프로다운 운영’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한국 일류 영양사들의 주스 레시피에 따라 제철에 맞는 메뉴를 출시했고,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직원들을 달달 볶듯이 교육했다. 정찬미 씨의 맹공격에 ‘짝퉁’ 가게들은 2달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오리지널을 결코 이길 수 없죠.” 그때의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그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정찬미 씨의 창업 이야기는 중국 중앙방송국(CCTV)의 경제 채널에서 특집으로 보도됐다. 하룻밤 사이에 전국적으로 정 씨의 ‘창업 팬’이 생겼고 시민들로부터 ‘주스 서시(西施)’라는 이름까지 받았다. 방송에 나간 후 주스 가게에는 손님뿐만 아니라 창업 비결을 배우러 온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정찬미 씨는 그들에게 경험담을 아끼지 않았다. 가게 직원들에게도 창업의 꿈을 심어줬다. 가게 직원 대부분은 청두 주변 도시에서 올라온 청년들이다. 이들은 돈을 많이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 보다 좋은 생활을 누리고자 대도시로 올라왔다. 정찬미 씨는 이들에게 월급은 창업하기 위한 ‘본전’이라고 강조하면서 창업의 꿈을 심어줬다. 정 씨의 격려로 3년 전 1호점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청두의 번화가마다 주스 가게를 열어 번듯한 사장이 됐다. “누구든지 창업으로 꿈을 키워나가고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찬미 씨는 어느덧 주스 가게 5호점까지 만들면서 주링허우(九零後,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 창업가로 성장했다. 그의 경영비결을 묻자 현장에 답이 있다고 답했다. “현장에서 실천을 해봐야 현지인이 어떤 제품을 원하고 어떤 서비스를 좋아하는지 체득할 수 있어요. 또 현장에는 직원과 손님만 있을 뿐만 아니라 기회도 가득 있어요.” 정찬미 씨를 인터뷰했던 기자, 비즈니스 파트너인 유기농 과일 농장주, 외로울 때 힘이 됐던 중국인 친구 모두 그의 가게라는 공간에서 관계를 맺었다. 창업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바로 이 현장에서 벌어졌다.

  주스 가게에 애정에 없었다면 휴일 없이 3년 동안 버티지 못 했다고 정찬미 씨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거죠.” 정찬미 씨는 청두에서 주스 가게 200호점까지 오픈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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