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돼 보이는 골목 사이를 들어서자 스산함이 몸을 감싼다. 철거 예정인 건물의 대문마다 무단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붙어있다. 집 안에는 각종 쓰레기와 오폐물이 나뒹군다. 괴기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재개발 구역이다.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며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빈집으로 동네는 한순간에 바뀐다.
‘빈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이다. 우리나라의 빈집 수는 끝없는 증가 추세를 보인다. 2015년에 실시한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10년 79만 호였던 빈집은 2015년 107만 호로 증가했다. 도대체 어떤 집들이 ‘빈집’이 돼 남아도는 것일까.
다양한 요인으로 빈집 발생해
빈집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는데도 구체적인 실태 파악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현재 빈집의 통계는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 총조사가 유일하지만, 다양한 빈집 유형을 담아내지 못한다.
통계청 조사에서 집계된 빈집은 재건축에 의한 일시적인 빈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1년 이상 방치된 빈집만 집계했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있다. 심교언(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계청 조사에서의 빈집은 대부분 재개발 지역의 빈집일 가능성이 높다”며 “빈집도 방치 기간, 재활용 가능한 정도 등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므로 빈집 집계 방식을 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공공기관과 협력해 통계를 집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우 교수는 “사람이 사는 곳엔 물, 전기, 가스가 필요하므로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기관과 연계한다면 좀 더 정확한 통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정보보호 법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빈집 해결 본받아야
우리나라는 빈집 양상이 비슷한 일본의 빈집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빈집 문제가 더 심각해 ‘빈집 쇼크’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2013년 일본 총무성의 주택·토지통계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빈집은 약 820만 호로, 전체 주택의 13.5%에 해당했다. 게다가 10년 뒤에는 1000만 호, 20년 뒤에는 2000만 호를 넘어서 3분의 1이 빈집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일본은 축소도시 정책을 펴고 있다. 축소도시 정책은 인구 감소를 예측하고 마을의 수를 줄여 이주시키며 소수의 마을로 통합시키는 방안이다.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가(空家)대책특별조치법’도 빈집 문제 해결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공가대책특별조치법은 화재위험이 높고 범죄의 온상이 되는 빈집을 지자체 차원에서 철거하는 등의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률안이다. 우리나라도 같은 맥락의 법률안인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내년부터 지자체 차원에서 빈집을 파악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재우 교수는 “빈집해결을 위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큰 의의가 있다”며 “더 나아가 빈집 해결을 위한 재원 마련과 재원의 우선순위 문제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개선과 함께 사회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이재우 교수는 “빈집 소유주들은 개발계획이 생기면 고가에 팔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주민역량 강화를 통해 인식을 개선하고 문화 공간, 주거지, 마을의 주차장, 텃밭 등으로 재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빈집의 활용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인 계획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도 있다. 전영미 연구원은 “가능성 있는 건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보여주기 식의 해결은 지양해야 한다”며 “도시의 변화를 예측하고 변화시킬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