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숙 원장은 생활 속에 배움이 녹아있는 ‘생활교육’이 아이들의 정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시끌벅적한 응원가 대신 천진난만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개운산 뒷길 입구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어린이집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본교 어린이집은 본교 교직원과 대학원생의 자녀를 위해 2016년 9월 개원했다. 18년 차 보육경력의 김미숙 원장(여·45)은 어린이집의 개설 계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래서일까, 어린이집에서 김 원장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을 찾기가 힘들다.

  개운산 중턱에 위치한 어린이집은 마치 샛노란 레고블록으로 지은 장난감 집 같다. 보안 문을 열고 어린이집 내부에 들어서면, 넓은 거실이 방문객을 반긴다. 영아방과 유아방을 잇는 미닫이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아이들은 나이구분 없이 따뜻한 색감의 원목가구 사이사이에 앉아서 소꿉놀이에 한창이다. 밝고 개방적인 어린이집 인테리어에는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주고 싶은 김 원장의 교육 철학이 담겨 있다.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한 가구들과 턱없는 방 문 이음새에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배려도 엿보인다.

  김미숙 원장의 교육 철학은 아이들과의 대화방식에도 드러난다. “‘안 돼’라는 부정적인 말보다는 그걸 하면 안 되는 이유를 풀어서 설명하도록 보육교사들에게 꾸준히 당부해요. ‘그렇게 하면 친구가 싫어해, 그렇게 하면 여기가 더러워지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화제를 돌려서 이야기하는 거죠.”

  김미숙 원장은 활자교육만큼이나 ‘생활교육’의 비중을 높인 커리큘럼을 지향한다. 개원 이후 현재까지 한국전통문화를 테마로 한 커리큘럼을 주로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전통 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한국의 정서를 알려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성인이 돼서도 특정 절기만 되면 문득 떠오르는 것들이 있잖아요. ‘이 시기쯤 되면 외할머니 댁에서 뭘 했는데’ 하고. 세시풍속처럼 실생활에서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것까지도 아이들이 느껴보면 좋겠어요.”

  김 원장의 핸드폰 앨범 속에는 까치발을 하고 빨랫줄에 곶감을 꿰어 다는 아이들 사진이 빼곡했다. “아이들과 같이 곶감을 깎아서 걸어놓고 만지면서 그것들이 꾸둑꾸둑 말라가는 과정을 느껴보는 거죠. 단지 말로 ‘곶감은 어떻게 만드는 거야’라고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생활에서 직접 경험해서 알 수 있게 해주려고 해요.”

  어린이집은 캠퍼스 외곽에 위치해 있다. 이로 인해 차가 없는 학부모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셔틀버스는 운영되지 않는다. 김 원장은 어린이집의 위치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앞으로도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다. “일단 위험해요. 제일 중요한 것은 부모의 편의가 아닌 아이들의 안전이에요.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 탈 때까지 차 속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도 아이들을 지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어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부모님들도 이해해주시는 편이에요.”

  덕분에 아이들은 아침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등원한다. 김 원장은 셔틀버스가 없어서 부모와 담임 선생님 간 소통할 기회가 늘어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모님께서 시설에 와봐야 해요. 우리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그 환경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알아야죠. 상호작용이 없으면 불신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매일 아침 현관에서 학부모님과 선생님이 마주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선생님들은 아이에게 더 신경 쓸 부분을 확인할 수 있어요.”

  김 원장은 아버지와 아이들의 대화 시간을 특히나 강조했다. 최근 통계조사에서 한국은 아빠와 아이의 하루 대화시간이 평균 6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직원 어린이집이다 보니 아버님들이 등하원길에 아이를 데리러 많이 오세요. 출퇴근 시간이 짧다고는 하지만 차안에서라도 아빠와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죠. 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버지교육’을 추진해서 발달 수준에 맞게 아이들과 노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어린이집이 본교 서울캠퍼스 근처에 위치해 있기에, 학생들도 언제든 어린이집에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 김 원장은 대학생과 아이들이 자주 만나는 자리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대생들이 재능기부를 하러 어린이집을 자주 찾아와주셨으면 해요.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아이들과 체육활동을 같이 해준다거나, 예술동아리 학생들이 어린이집에 찾아와 작은 음악회를 열어 주는 거죠. 어린이집은 언제나 열려있으니까요.”

 

글 | 김신희 기자 shinee@
사진 | 이명오 기자 myeong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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