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아침. 평소보다 알람이 일찍 울렸다. 담임 선생님이 오시기 전까지 교실을 풍선으로 가득 채워야했기에. 졸린 눈 비벼가며 카네이션과 고무풍선을 손에 쥐고 현관문을 나섰다. 이른 아침 학교. 서둘러 교실 문을 열면 교탁 위에는 이미 카네이션 다발이 제법 쌓여있었다. 이름이 적힌 꽃다발도 간혹 보였다.

  대학생이 되고 맞았던 5월 15일의 아침. 알람은 늘 그랬듯 강의 시작 15분 전이다. 고등학생 때와 달리 스승의 날에 더 이상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의가 끝나고 꽃송이를 챙겨 교수님의 뒤를 따라 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 한 편으론 조바심이 들곤 했다.

  작년 11월 청탁금지법이 본격 시행되며 교정에선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수업시작 전 학생들이 교탁 위에 종종 음료수를 올려두는 모습도 볼 수 없게 됐다. 교수에게 음료수를 제공하는 행위도 직무연관성으로 해석돼 법의 적용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15일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맞는 첫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이 되면 학생들은 관습적으로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은사님께 전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본지는 이번 1826호에서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달라진 캠퍼스의 모습과 구성원들의 의견을 담았다. 또한 학생 차원에서 교수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무릇 배움을 청하는 제자가 스승에게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 올해 스승의 날, 연구실의 문을 두드리는 제자들의 손에는 쪽빛보다 더 푸른 마음들이 담겨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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