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카페 안 개들의 '쉬는 시간', 좁은 우리에서 하염 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김혜윤 기자

 신촌에 위치한 한 동물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좁은 우리에 갇힌 작은 개들이 눈에 들어온다. 동물카페에서는 좁은 우리 안에 동물들이 갇혀 있는 것을 ‘쉬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음료를 주문하면 자연스럽게 ‘사료 놀이’가 진행된다. 개들은 사료를 높이 든 사람에게 달려든다. 덩치가 작은 개들은 땅에 떨어진 사료를 먹을 수밖에 없다. SNS를 통해 홍보를 해주면 사료 놀이를 한 번 더 할 수 있다. 개들은 끈적거리는 바닥을 뛰어다니다 혹시라도 문이 열리면 문을 향해 달려든다.

 최근 기업과 정부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반려동물 산업. 그 성장세가 무색할 만큼 반려동물을 위한 법적 장치는 미흡하다. 최근 늘어난 동물카페를 관리할 관련 법안도 제정되지 않았고, 반려동물 산업 종사자에 대한 동물보호법 교육 역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산업이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도 함께 이루기 위해선 관련 법안의 제정과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동물권 찾아볼 수 없는 정부의 육성 방안

 정부의 반려동물 정책은 ‘일자리 창출과 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반려동물에 대한 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축산정책과에서 주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반려동물을 자원의 일종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우희종(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최소한 반려동물에 있어서는 소비 자원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며 “동물에 대한 정책이나 사업은 기본적으로 동물도 인간과 같은 생명체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작년 반려동물 신산업 육성 방안으로 동물 매매업 활성화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정부의 동물 매매업 활성화 방안은 동물의 양육 방식과 양육 공간 면적에 대한 실태파악 없이 산업의 양적인 규모를 늘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비판받았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서지화 변호사는 “정부에서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하려면 생산·유통의 정책이 아닌 안전한 용품의 개발과 질병의 관리 정책부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료관리법에서 정부의 관리가 의무화되지 않은 점 역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사료관리법은 제조업자가 사료의 안전성과 품질에 관해 자가평가하게 돼 있다. 필요한 경우에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사료검사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서지화 변호사는 “현재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법적 제도는 전반적으로 일반 가축이 먹는 사료의 품질관리, 안전성 확보 규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반려동물에게 맞춰진 원료, 성분 등에 관한 규정은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동물카페, 수익 올리기에만 급급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동물카페 역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2015년 동물카페의 위생과 관리 규정을 담은 동물카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동물카페는 전국에 200여 곳이 있지만 관리 기준 없이 일반 카페와 마찬가지로 식품위생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동물들의 위생 문제는 물론 때때로 학대행위까지 일어난다. 실제로 올해 8월에는 동물카페가 문을 닫은 후 남은 동물들을 관리하지 않아 동물들이 굶어 죽은 사건도 있었다. 일련의 사건으로 국민들은 동물카페에 대한 법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동물카페 이용자들 중에선 동물카페의 위생관리에 의문을 제기한 이용자도 있었다. 정원재(문과대 사회16) 씨는 “잘 안 씻은 강아지들을 만지면 아토피 증상이 심해지는데 동물카페를 다녀온 후 간지러움 증상이 심해져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물카페 법안 제정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올해 3월 동물보호법 32조에 동물카페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시하는 시설과 인력을 충족해야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했다. 개정 내용은 내년 3월 22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이명아 주무관은 “법안이 개정되면 생산업, 판매업 등 사업체 내에서 동물보호 수준과 인력 기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지화 변호사는 나아가 동물의 개체 수와 관리자에 대한 교육의 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동물카페에 상주하는 동물의 개체수와 종의 제한, 관리자에 대한 교육 규정도 관련 법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적으로 반려동물 다루는 행정기구 필요

 반려동물의 위상이 변하며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해졌지만 수의사와 동물 약품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에선 수의사 면허와 동물 약품의 인허가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우희종 교수는 “미국은 수의사 면허를 보건국에서 관리하고, 동물약품 인허가를 사람과 동일하게 FDA에서 관리한다”며 “우리도 수의사 면허와 동물 약품의 인허가에 대해 강화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 산업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닌 별개의 전문적인 행정기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반려동물 관리가 농림축산식품부의 업무일 경우 반려동물이 축산업의 이용수단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서지화 변호사는 “반려동물 정책을 반려동물의 복지증진의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으로 수립, 시행할 수 있는 행정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동물 치료를 담당하는 동물 약사가 자리 잡고 수의사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수의사는 전문적인 약사와 업무 분담이 없어 일반 의사와 비해 현저하게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우희종 교수는 “6년 전문교육을 받은 후 국가고시를 통해 얻게 되는 수의사 자격증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수의사법에서는 수의사의 치료 행위를 제약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동물약을 제조하는 전문 약사가 없는 것도 동물 복지를 저해하는 요소다. 한호재(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반려동물 보호자 부담 완화를 위한 진료체계 개선, 동물복지 및 보호법 등의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며 “반려동물이 정서교감의 대상이자 가족이라는 인식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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