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희 (법학전문대학원‧IT법 전공)

인공지능(AI)이란 기계가 인간의 행동 및 지식과 같이 행동하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처음으로 이를 개념화하였다. 1950년대 이후 공학, 물리학, 수학, 경제학, 철학 등 다양한 영역의 학자들이 인공지능의 개발에 대하여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펼쳐지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같은 해 12월 가천대 길병원에서 IBM사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한 암진단 왓슨(Watson; Watson for Oncology)을 도입하였고, 다양한 분야에서 왓슨이 활용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과학기술적 개발과 더불어 사회학적 논의가 활발해졌다. 인공지능의 개발은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을 이끌었고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인공지능의 오작동 등의 기술적 결함에 따른 사회‧윤리‧법률적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는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과학기술의 개발을 촉진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나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인공지능을 명확히 정의하거나 이에 대한 법적 문제를 규정하는 법률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만, 인공지능을 소프트웨어로 본다면 이를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이나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컴퓨터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제도적 노력이 필요하고 동시에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에 미치는 인공지능의 권리 보호 및 책임에 대한 법적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인지하고 학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기존의 기계 내지는 프로그램과 다른 특징을 나타낸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계에 불과한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곧 기존에는 기계에 대한 권리와 기계의 결함에 대한 법적 책임이 도구로서의 기계를 소유하거나 이용하는 인간에게만 한정하였다면 오늘날 인공지능은 권지의 주체 및 책임의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

인공지능을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본다면, 이는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서 우리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될 수 있다(§4⑨). 그런데 컴퓨터프로그램으로서의 인공지능 자체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스스로 인지하고 학습하며 인간이 아닌 주체로서 창작 활동을 하고, 인공지능에 의하여 마들어진 창작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문제된다. 곧 인공지능에 의하여 만들어진 창작물을 누구의 저작물로 할 것인가 문제된다.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2①). 따라서 현행법 하에서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볼 수 없다. 또한 인공지능에 의해 표현된 것이 ‘사상 또는 감정’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도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인공지능이 인간의 그림이나 연주를 학습하여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나아가 영화를 제작하고 옷을 디자인하며 인테리어를 설계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창작 활동이 기대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물이 저작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며, 저작권자를 특정하여 인공지능 창작물을 보호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러한 현황을 파악하고 지속적인 인공지능 창작물의 보호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인공지능의 보호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곧 일본의 지식재산전략본부는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을 검토함으로써, 이를 보호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였다. 비록 인간이 창작한 저작물이 아니지만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인간의 관여 정도에 따라서 인공지능 창작물의 보호 정도를 달리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예컨대, 인공지능을 인간이 창작의 도구로 이용한 경우에는 저작권을 인공지능 이용자에게 부여하고, 인간이 인공지능을 하나의 주체로 보고 함께 창작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그 정도에 따라 이용자가 인공지능 플랫폼 사업자에게 이용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고 저작권을 갖거나 인공지능 플랫폼 사업자에게 저작권이 귀속되고 이용자는 단순히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될 수도 있다. 유럽연합도 인공지능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논하는 결의안을 통하여 로봇의 개발자, 운영자, 이용자 그리고 로봇의 인공지능 정도에 따라 권리와 책임의 범위를 달리 보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즉,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물을 인간에 의한 것도 아니고 사상이나 감정에 해당된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인간의 개입 정도에 따라 이를 저작물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 저작권자는 인공지능 개발자, 운영자, 이용자 또는 이들의 공동저작자 그리고 나아가 인공지능 그 자체가 될 여지도 있을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 저작물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 책임의 귀속 문제와 함께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편,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한다면 그 보호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을 도구로써 이용한 경우 이를 통한 저작물의 창작자에게 온전한 저작권이 귀속될 것이지만,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이 단순한 수단을 넘어선 경우에는 그 정도에 따른 보호 기간이나 범위를 달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인공지능에 의한 저작권 침해 문제도 그 정도에 따라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물의 보호 여부 및 수준은 인공지능의 지적 수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수준의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을 현행 저작권법의 잣대로 저작자를 결정하거나 보호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고, 따라서 현행 저작권법상의 판단기준이 아니라 새로운 법원리가 요구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인공지능은 제4차 산업의 기반이 되는 기술로서 산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제4차 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춘 법제도의 개선은 끊임없이 요구된다. 인공지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이에 대한 법제도적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에 따라서 인공지능에 대한 법제도의 대응 방식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법’은 물론이고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대한 획기적인 대응방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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