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정맥주사로 나노치료입자를 투여하고, ii) 가시광과 형광 이미징, iii) 표면 플라스몬 공명을 통해 암세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iv) 바이오센서 표면에 부착된 성질 측정 센싱을 이용해 암세포의 생화학적 정보(전도도, 산성도 등)를 수집한다. v) 암세포인 경우 근적외선을 이용한 표적화 광열 치료를 진행한다. vi) 암세포를 재측정해 치료경과를 확인한다. <iBS 참고>

기존 항암제에 있는 부작용 없어

질병의 초기 발견률 높아

상용화 위한 여건 마련해야

 미세먼지 크기의 마이크로(μ), DNA 크기의 나노(n), 물 분자 크기의 피코(p)…. 21세기의 기술은 사람이 보지 못하는 영역까지 점차 발전했다. 나노기술은 10억분의 1 수준의 극미세가공기술로 학제 간 구분 없이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로 인해 생명과학자들 사이에서 학문의 융합으로 ‘나노의학’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나노의학이란 1~200nm(나노미터) 크기의 나노소재를 이용해 나노기술을 접목한 의학을 의미한다. 나노의학이 부상하며 현대의학은 이전의 극복하기 힘들었던 암, 치매, 심혈관질환 등의 난치성 질환치료에 한 발짝 다가섰다.

 

‘사망률 1위’ 암을 치료하다

 나노의학은 현대의학의 난제인 암을 치료할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통계청이 9월 22일 발표한 ‘2016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 28만 827명 중 27.8%가 악성신생물(암)로 사망하며 사망원인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위인 심장 질환보다 약 3배나 높은 수치로, 암은 10년이 넘도록 한국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보다 사망률이 줄어든 뇌혈관 질환, 간 질환 등과 다르게 사망률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 암은 현대의학의 최대 고민거리중 하나다.

 암은 세포가 비정상적인 유전자 변이로 증식을 멈추지 않는 질병이다. 정상적인 세포는 체내에 오랫동안 머물게 될 시 세포사멸이 발생해 더 이상 증식하지 않는다. 반면 무한히 증식하는 암세포는 다른 장기로 퍼지는 전이 현상을 일으켜 정상 세포의 일을 방해하고, *신혈관생성(Angiogenesis) 현상을 통해 체내의 화합물을 자신에게 끌어와 합병증을 유발하게 된다.

 현대 의학에서는 항암제를 투여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아 병을 치료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김종승(이과대 화학과) 교수는 “항암제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풀리고 얽히는 과정을 방해해 단백질 생성을 막는 것”이라며 “암세포는 단백질을 원료로 세포 합성을 하기 때문에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암제는 심독성(심장독성으로 심장 합병증 유발)을 지니고 있고, 암세포가 아닌 정상적인 세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가 있다. 김종승 교수는 “유명한 항암제 중 하나인 독소루비신(Doxorubicin)을 투약 시 구역질 및 구토를 유발하며 심장수축에 영향을 끼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다”며 “이런 부작용들을 제거한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나노기술인 ‘나노메디슨’이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노기술을 활용한 표적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보통 생체조직이 생성될 때 정상 세포는 약 10nm를 유지한 채 촘촘하게 형성된다. 암세포의 경우는 활성화도가 높아 불균일하게 50nm에서 100nm 구멍을 만든 채 생성된다. 문제는 독소루비신과 같은 기존 항암제로 사용되는 분자들의 크기가 아무리 커도 2nm 내외라는 점이다. 따라서 혈관을 타고 흐르던 항암제의 분자들이 정상 세포 사이에도 침투해 의도치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고분자, 금속산화물 등을 나노메디슨으로 만들어 약물을 투여하는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DDS)이 개발되고 있다. 박진성(과기대 전자·기계융합공학과) 교수는 “DDS는 인체에 무해한 나노 물질에 항암 물질을 넣는 약물 전달 방식”이라며 “이는 암세포만 찾아가 공격하는 시스템으로 대포를 쏴 공격하던 방식이 유도 미사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고 말했다. 김종승 교수는 “기존 항암제의 분자는 크기가 너무 작아 암세포에만 도달하지 못했지만, 최근 *RGD 펩타이드를 활용해 그러한 한계를 해결했다”며 “암세포 표면에는 RGD 펩타이드를 인지할 수 있는 *인테그린 수용체가 많아 약물을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에만 한정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단지 작게만 만드는 것뿐 아니라 나노 범위 안에서 더 크게 만드는 것도 나노기술의 하나다. DDS에 활용되는 나노메디슨은 약물의 부작용 최소화와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현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DDS 외에도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열에 민감한 성질을 이용해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시스템인 ‘미토콘드리아 표적화 광열 치료진단제’도 연구 중이다. 미토콘드리아 표적화 광열 치료진단제는 *근적외선을 통해 열 발생을 하는 나노물질의 성질을 활용한다. 화학적 반응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에 나노물질을 전달시키면 체내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열이 발생해 *세포사멸을 유발하게 된다. 이는 기존 치료법보다 안전하고 항암효과가 뛰어난 장점이 있다.

 

보다 정확하게 질병을 발견하는 ‘나노센싱’

 나노의학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단일 세포 수준에서의 질병의 조기진단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나노바이오센서의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나노바이오센서는 바이오센서에 나노입자, 나노패턴, 나노채널 등과 같은 나노 단위의 기술을 이용한 최첨단 센서로 효소, 항체, 항원, DNA 등의 생물분자를 이용해 물질을 검출한다. 백세환(과기대 생명정보공학과) 교수는 “나노센서의 등장으로 시행된 나노스케일 계측 기술은 기존 존재하지 않던 물리·화학적 성질의 등장으로 바이오센서의 발전을 가속화시켰다”고 말했다. 새로운 성질이란 금 입자가 나노 크기로 작아지면 금나노입자의 광학적 성질이 변해 보라색에서 빨간색으로 점차 변화되거나, 반도체의 크기가 나노 수준에 도달하면 형광물질이 되는 것 등을 뜻한다. 백세환 교수는 “이 성질은 최근 광학 성질이 우수한 양자점(크기가 줄어 전기적, 광학적 성질이 바뀐 반도체 나노 입자)을 제조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며 “금속 나노입자의 성질을 이용하면 분석 간편성과 측정 민감도를 모두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점은 최신 나노기술로 인공적으로 장기 등 유기체에 색을 내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살아있는 세포의 라벨링, 세포의 운동경로(Phagokinetic Track) 이미지화를 통한 세포 유동성 측정, 나노결정을 이용한 세포 안전 전달 등 나노바이오센서의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현재 나노바이오센서는 세부적으로 광학 기반, 나노 전도체 기반, 나노 구조체 기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광학 기반의 나노바이오센서는 가장 먼저 개발된 방식으로, 국부적인 굴절률의 변화나 *표면 플라스몬 공명(SPR) 방식을 이용해 반응과 검출이 이뤄진다. 이 센서는 나노물질의 다량 측정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나노 전도체 기반의 센서는 나노 와이어와 탄소나노튜브 등 높은 전기전도도를 가진 나노 물질을 이용해 일어나는 생체 반응과 검출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앞선 광학 방식과 다르게 다량 측정이 어렵지만 바이오 물질을 민감하게 측정하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나노 구조체 기반은 나노 공진자의 탄성파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박진성 교수는 “나노 센싱 기술은 기존 센싱 기술에 비해 센서의 사이즈가 작다”며 “사이즈가 작아질수록 표면적이 증가해 더 많은 시료를 붙여 다량의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노 센싱 기술의 민감도가 기존의 기술보다 높아지며 더 빠르고 정확도가 높은 질병의 발견이 가능해진 것이다.

 

빠른 개발 속 아직은 아쉬운 여건

 나노의학은 이제 20여년 정도 개발이 진행된 차세대 기술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14년에 발표한 ‘나노기술 상용화 현황’에 따르면 나노바이오와 나노센서 분야는 시장 규모와 성장률이 아직 미비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낮은 상용화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나노 독성 때문에서다. 나노물질은 체내에 들어갈 경우 기존 물질과 달리 특별한 독성을 일으켜 세포 내 단백질 분해 기능 손상 등을 유발하게 된다. 김종승 교수는 “아직 병원에서는 나노메디슨을 사용하지 않고 임상시험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나노메디슨에 독성이 발생하면 나노물질이 심장, 콩팥, 전신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모든 곳에 문제가 생겨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식품의약안전처 의료기기안전평가과 임천일 연구원은 “1년에 의료기기의 부작용과 안전성에 대해 5000여 건 이상의 문의가 들어온다”며 “나노기술 또한 안전성 면에서 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노물질이 인체에 위해하단 것이 밝혀진 후 2012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나노물질을 사용할 시 위해성 평가를 거치는 등 ‘나노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위해성 평가는 △수용해도와 같은 16개의 물리·화학적 성질 및 물질의 특성 △물에서의 분산 안정성 및 생물학적 분해와 같은 14개의 환경거동 등의 까다로운 과정으로 이뤄진다.

 나노 독성 외에도 임상시험 등으로 발생하는 생명윤리 문제를 포함한 ELSI(Ethical, Legal, and Societal Implication)에 대한 논의도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NNI(National Nanotechnology Initiative)를 통해 나노 연구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NNI는 국가 나노기술개발 전략 수립에 연구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미국 의회에서는 2003년 ‘21세기 나노기술 연구개발법’으로 나노기술에 대한 사회문화적 영향평가를 명시했고, 2009년 ‘국가나노기술이니셔티브 수정법 2009’에서 사회적 중요성을 강조해 일반인에게 기술 정보 제공의 강화와 조정자의 역할 등을 명문화했다. 안전에 대해서는 2010년 ‘나노기술 안전법 2010’ 등을 발의해 여러 차례 논의를 진행했다. 유럽도 전략적 차원에서 관련 프로젝트 운영 및 법안이 발안됐다.

 한국의 경우 아직 연구가 초창기이기 때문에 장·단기적으로 여러 해결방안의 모색 및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DDS와 나노의료기기 등에 대한 표준과 대비책, 임상시험이 전문성을 지닌 채 진행되는지, 이익과 위험 분석을 이용해도 되는지 등을 빠르게 확립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박진성 교수는 “나노기술은 결국 의학을 비롯한 사회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하나하나 빠르게 해결해 국내에서도 나노의학의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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