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쇼트>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투자가 ‘마이클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큰돈을 번 뒤 개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가 투자하고 있는 자산은 단 하나, 바로 물이다.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BP의 조사에 따르면 지구 상에서 사용 가능한 석유는 약 49년 이후에 고갈된다. 석유의 고갈은 핵심 자원의 고갈을 의미한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과 한정적인 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자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선 해양심층수의 연구가 한창이다. 해양심층수란 식품, 의료, 에너지 등 다방면으로 사용 가능한 무한한 자원이다. 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는 세계 유일의 해양심층수 인재 양성 학과로 국내 해양심층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해양심층수는 무엇인가요?

 “해양심층수란 일반적으로 수심 200m 아래에 존재하는 해수자원을 말합니다. 바닷물은 해수의 깊이에 따라 표층과 심층으로 구분되는데, 심층의 경우 수심이 깊어 바닷물의 움직임이 적습니다. 심층에 위치한 해양심층수는 재생순환형 자원으로 양이 무한해 가치가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면에 바다로 둘러 쌓였지만, 아쉽게도 해양심층수는 평균 수심이 1700m인 동해에만 존재합니다. 수심 200m에 형성되는 해양심층수의 특성상 평균 수심이 44m인 서해, 100m인 남해에서는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동해 인근의 강원도 고성과 속초, 울릉도는 취수 거리가 짧아 저비용으로 취수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해양심층수는 일반 해수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해양심층수는 일반 해수에 비해 뛰어난 부영양성, 청정성, 수질안정성, 저온안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동해의 해양심층수는 외국에 비해 모든 면에서 더 뛰어난 모습을 보입니다. 세계의 해양학자들은 동해를 ‘동해고유수’라 칭할 정도입니다. 동해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얼음 침강의 영향으로 시계 반대 방향의 고유 순환구조를 가집니다. 태평양과 대서양의 대양 대순환 해류(Oceanic Conveyor Belt)의 수온이 10도를 유지하는 것에 반해 동해의 수온이 1도에서 2도밖에 되지 않는 이유죠. 또한 동해의 용존산소량은 태평양보다 2배 정도 많으며, 영양염형원소(친생물원소) 중에 하나인 규소가 좀 더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온안정성이 높아 온도차를 이용한 발전에 효율이 높고, 부영양성으로 식품 산업에 유리하며, 미생물 증식이 어려운 청정성을 뚜렷하게 보이는 미래의 천연자원으로 분류됩니다.”

 

- 해양심층수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해양심층수학은 해양심층수와 관련한 산업과 환경보존 등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학문입니다. 예를 들어 해양심층수를 연구하기 위해선 일단 해양심층수가 필요하죠. 해양심층수를 얻기 위해선 바닷속에 취수관을 설치해야 하고, 취수관 설치를 위해선 해저의 지질 파악, 구조 설계, 시공 등의 토목 분야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바닷물을 이용하고 응용하는 것이라 해양학개론 등 바다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하죠. 환경보존을 위한 환경공학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해양심층수학은 환경을 보존하며 개발과 이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자원의 기본적 가치관을 중시합니다. 2014년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해양심층수 제2차 기본계획’에도 해양심층수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환경관리를 중요시하는 부분이 명시돼있죠.”

 

- 해양심층수는 어느 분야에 활용할 수 있나요?

 “먼저 해양심층수는 저밀도 자원으로서 대체 에너지에 쓰일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이 발생한 18세기 후반부터 가장 많이 사용된 석탄, 석유, 인공비료는 고밀도 자원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악성 오염재 생성 등 여러 환경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특히 이들은 머지않아 고갈될 자원들이죠. 반면, 해양심층수는 최근 개발되는 태양열에너지, 바이오에너지와 같이 이를 대체할 에너지 자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을 포함한 심층수 개발 국가에선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반 음용수는 취수 후 브론산염과 트라이할로메탄을 이용한 소독과정만을 거치지만, 해양심층수는 이온 분해 방법으로 투석하거나 특별한 거름막 시스템을 이용해 정제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식수 외에도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최근 두산중공업은 해수 담수화과정에 역삼투압법(Reverse Osmosis)을 이용해 환경오염 없이 에너지를 개발하고 식수를 제조 중입니다.

 두 번째로 에너지와 식수 외에도 식품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해양심층수에는 미생물 생장에 필요한 마그네슘(1326mg/L), 칼슘(426mg/L), 칼륨(419mg/L) 등의 무기질이 일반 식수의 마그네슘(6.05mg/L), 칼슘(32.2mg/L), 칼륨(1.84mg/L)보다 훨씬 풍부합니다. 따라서 해양심층수를 이용해 김치를 발효하거나 맥주를 제조하면 미생물 중 하나인 유산균 수가 많아져 더 몸에 유익합니다. 또한 두부에 사용하는 화학 응고제를 대신해 사용하면 과거 간수를 이용해 제조한 초당두부와 같이 맛이 더 좋아집니다.

 게다가 해양심층수는 의료 분야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타라소테라피(Thalassotherapy)는 고대 그리스부터 시행된 해수 요법입니다. 이는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건강과 행복을 모토로 하는 예방 의료법으로 관절염, 류머티즘, 골수염 등을 항생제 없이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에도 활용되는데 해양심층수의 해수, 해조, 해니 등의 조성성분(물질을 구성하는 성분)이 인체의 조성성분과 흡사한 것을 이용합니다. 특히 해양심층수에는 많은 양의 나트륨, 칼륨 등의 미네랄이 있어 치료 효과가 더 뛰어나죠.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상용화도는 적지만 곧 더 많이 알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 현재 국내 연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국내에서의 해양심층수 개발은 2000년에 해양수산부가 동해를 해양심층수 정책 지역으로 추진한 이후 활발히 이뤄졌습니다. 2005년에 연구원이 국가로부터 심층취수관을 지원받아 해양심층수 샘플 연구를 진행했고, 2008년엔 해양심층수 관련법이 제정되면서 산업화도 이뤄졌습니다. 1년 후 2009년에야 비로소 상품화가 이뤄졌으니 본격적인 산업화가 완료된 건 8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죠. 아직 해양심층수 기업에서는 식수 연구를 주로 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농업, 의료, 관광, 식품, 음료 등 크게 9가지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그중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진 분야는 양식업입니다. 최근 바다의 수온 상승으로 국내에서 많이 잡혔던 명태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명태는 주로 심해의 차가운 물에서 서식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명태 양식에 해양심층수를 이용하는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해양심층수로 양식을 진행할 경우 해수 오염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도 있습니다. 농업에서는 농약을 쓰지 않고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수경재배 등을 연구 중입니다. 해양심층수 자체는 멸균 효과와 미네랄이란 영양분을 이용하는 것이죠. 또한 농산물에 염분을 줄 경우 숙성이 빨라지는데 이를 통해 농산물의 출하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외에도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음료로 지정돼 스포츠 음료와 기능성 음료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은 ‘그린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이름하에 저온의 해양심층수를 경기장 및 관람실 냉난방에 이용해 에너지 이용 62.7%, 비용 83.7%, 이산화탄소 배출 67.1%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해외의 연구 동향은 어떻게 되나요?

 “매년 9월 20일인 세계 물포럼에서 각국의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1881년 프랑스의 물리학자인 자크 아르센 다르송발(Jacques-Arsène d'Arsonval)의 ‘심층수를 이용한 해양온도차발전’을 시작으로 현재 일본, 미국, 대만, 노르웨이, 한국 5개국이 해양심층수의 선두주자입니다. 그 중 10조 원 정도의 해양심층수 시장규모를 가진 일본은 지역 활성화 사업과 연결지어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오키나와섬은 뱀이 많은 지역 중 한 곳인데, 이곳에서 심층수를 이용해 뱀술을 담그거나, ‘우미부도우’라 불리는 포도송이 해초를 지역 특산물로 개발해 판매합니다. 해양심층수의 미네랄로 인해 특이하고 희귀한 생물이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도 하와이 주립 자연에너지연구소(NELHA)의 주도 아래 해양온도차 발전에 해양심층수를 이용하는 중입니다. 연구단지 내에 입주해 있는 기업 및 교육기관은 28개로 한국에 비해 규모도 크고 이로 인한 경제효과 또한 연간 약 1000억 원을 달성 중입니다. 5개국 외에도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 식수가 부족해 해양심층수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를 대상으로 한국을 포함한 해양심층수 선진국이 기술을 전도해줄 수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보시나요?

 “해양심층수의 경우 일반 지하수와 비교해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기 때문에 취수 비용이 상당히 고가입니다. 이는 상품의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이어져 소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산업 활성화를 저하하게 됩니다. 외국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취수관과 같은 값비싼 기반시설을 지원합니다. 국민의 건강, 환경보존 등을 이유로 자원 개발에 대해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연구자들은 해양심층수의 취수과정이 고가인 만큼 한번 끌어올린 물을 다방면으로 활용하려는 연계 연구를 계획 중입니다. 보통 심층수의 낮은 온도를 충분히 이용한 이후 부영양성, 청정성을 순서대로 활용한 후 방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하와이의 경우 이미 관을 이용해 냉방에 이용하고, 이로 인한 땅속과 밖의 온도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분으로 농사를 짓고, 마지막으로 넙치 등의 양식에까지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외에도 최근 탈원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대체 에너지로 심층수 열에너지 개발이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해양심층수는 양이 무한하다고 측정되는 재생순환형 친환경 자원인 만큼 앞으로의 개발이 더욱 기대되는 자원입니다.”

 

 -어재선(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 교수는 국토해양부 해양심층수심사위원과 해양심층수연구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국내 해양심층수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2014 대한민국 창조경영 대상 해양종합과학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어재선 교수는 도쿄대 해양연구소에서 해양심층수를 연구했고, 2005년 세계최초로 경동대에 해양심층수학과를 설립해 국내 해양심층수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글 | 류승현 기자 ryus@

그래픽 | 김시언 기자 sean@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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