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은 천간 중 노란색을 상징하는 무(戊)와 십이지 중 개를 뜻하는 술(戌)이 합쳐진 황금개의 해다. 개는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 중 하나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지내왔다. 옛날부터 한반도에서 우리 조상과 함께 살아온 토종개엔 어떤 것이 있을까. 토종개라 하면 친근하고 가까워 주변에 많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많은 우리 개들은 이미 멸종됐거나 멸종위기에 처했었다. 현재 한국애견협회는 진돗개, 삽살개, 풍산개, 동경이 총 4종의 개를 토종개로 공인하고 있다.

 

시대를 거치며 사라진 토종개

  토종개가 멸종된 가장 큰 이유는 일제강점기 때 방한용 군용모피로 사용하기 위해 국내의 개들을 대량으로 도살했기 때문이다. 일제는 ‘야견박살령’을 내리고 조선원피주식회사라는 별도의 회사를 만들었다.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의 개와 그 모피>에 따르면 군용모피사업은 1938년부터 1945년에 걸쳐 토종개 모피 150만 장을 군수품으로 이용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서양 애완견의 유입과 개를 식·약용으로 사용했던 과거 우리나라 풍습도 토종개 멸종에 한몫했다. 이후 6·25 전쟁 등을 거치며 기존에 남아있던 개들조차 교잡되고 보호받지 못해 토종개는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하지홍(경북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없어진 토종개로는 불개, 오수개, 거제개 등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진돗개와 풍산개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경성제국대학의 모리 다메조(森為三) 교수가 일본의 기슈견을 닮은 모습과 뛰어난 품성을 보고 일본에 적극적으로 가치를 알린 것이다. 그 결과 진돗개는 1938년 조선의 천연기념물 제53호, 풍산개는 1942년 제128호로 지정돼 정부의 보호를 받았다. 이에 진돗개는 다른 종에 비해 개체 수가 많이 남아 1962년 당시 토종개로선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현재까지 사람들의 인식에 제일 친근한 토종개로 남게 됐다. 풍산개도 전쟁 후 북한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토종개로 인정받고 있다.

 

성공적인 토종개 복원사업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한국삽살개재단 삽살개육종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하지홍 교수는 삽살개를 되살린 일등공신이다. 하 교수는 유년시절 부친이 목장에서 키우던 20여 마리의 삽살개가 8마리밖에 남지 않자 자신의 전공인 유전학을 살려 토종개 보존 연구에 뛰어들었다. 하지홍 교수는 고문헌과 옛날 풍속화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고증을 진행하고 유전적 표준을 만들어 삽살개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홍 교수의 노력 끝에 마침내 삽살개는 1992년 천연기념물로 제368호로 지정돼 한국삽살개재단 등이 설립되며 본격적인 보호를 받게 됐다. 특이한 점은 연구 과정에서 3%의 비율로 단모종 삽살개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이러한 유전 형질을 분리해 고정시켜 단모종 삽살개인 ‘고려개’와 단모종의 얼룩무늬 삽살개인 ‘바둑이’ 복원에 성공했다. 하지홍 교수는 “토종개는 한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는 문화동물로서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현상”이라며 “토종개 육종 연구가 더욱 발전해 우리나라도 애견문화국으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에 위치한 ‘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의 최석규(동국대 생태교육원) 교수는 경주 지역의 토종개 동경이 복원 사업을 성공시킨 장본인이다. ‘동경이’란 이름은 고려시대 경주의 옛 지명에서 유래된 것이다. 최석규 교수는 경주 주변 종가에서 키우던 잡종화된 동경이 78마리를 수집해 역사적 고증과 품종 표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동경이의 혈통고정화에 성공해 동경이는 2012년 천연기념물 제540호로 지정받았다. 최석규 교수는 “동경이는 우리나라 토종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5~6세기 신라고분군에서 출토된 토우와 삼국사기, 동경지 등 고문헌에 기록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 교수는 “토종개는 자국의 자연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한 동물”이라며 “그 자체가 우리 민족의 생활환경과 국민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종생물자원의 DNA는 그 지역 사람의 질병을 연구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며 토종개 보존 사업의 가치를 강조했다.

 

토종개, 체험 문화로 발돋움

  전국 곳곳에는 시민을 대상으로 토종개를 홍보하고 만나볼 수 있는 문화공간이 있다. 전남 진도에는 진돗개의 본고장답게 ‘진도개테마파크’가 있다. 진도개테마파크에는 진돗개의 역사와 특징이 전시된 홍보관, 진돗개를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방사장, 진돗개 공연을 볼 수 있는 공연장 등이 있다. 이외에도 진돗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훈련 목적의 선수촌도 갖춰져 있다. 진도개사업소 직원 박서현 씨는 “보통 가족 단위로 많이 진도개테마파크를 방문한다”며 “댄스, 경주, 어질리티(개와 핸들러로 불리는 사람이 함께하는 장애물 경주) 등을 하는 진돗개 공연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동경이의 경우 경주 교촌한옥마을 안 동경이 체험관을 비롯해 동경이마을로 지정된 용명마을과 양동마을이 대표적이다. 동경이 체험관에는 동경이의 오랜 역사에 대해 설명해놓은 전시관과 어린 동경이를 만지고 함께 놀 수 있는 페팅 존(Petting Zone) 등이 있다. 늠름한 모습의 성견 동경이도 우리 속에서 그 자태를 뽐냈다. 가족과 함께 동경이 체험관을 방문한 김영태(남·36) 씨는 “동경이를 처음 봤는데 아이들도 좋아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간다”며 반응을 보였다. 친구와 동경이 체험관을 찾은 차혜윤(여·23)씨는 “동경이라는 전통개가 존재하는지 몰랐는데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하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에는 함경남도 풍산 일대에서 길러지던 ‘풍산개 마을’이 있다. 풍산개 마을 안에 들어와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다 보면 마을 이장 이기운(남·63) 씨가 운영하는 풍산개농장이 나온다. 농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렁찬 풍산개 소리가 방문객을 반긴다. 이기운 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동생 노신만 씨에게 1993년 풍산개 5마리를 받아 키우며 풍산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본디 개를 좋아했던 이 씨는 풍산개를 키우며 체력과 성품에 반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를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 씨는 “풍산개의 용맹함과 충직함은 으뜸”이라며 “추위와 질병에도 강해 군견, 경찰견 등의 특수목적견에도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 끝에 2004년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덕산리는 농촌체험마을로 선정돼 ‘풍산개마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마을에선 풍산개와 교감할 수 있는 산책 프로그램, 농촌체험 프로그램 등을 진행 중이며 풍산개 분양 사업도 함께하고 있다.

 

글 | 김도윤 기자 glossy@

그래픽 | 부경민 기자 bb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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