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따뜻해지자 한복을 빌려 입고 경복궁 구경을 나온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복은 전통한복과 거리가 먼 새로운 의복형태다.
▲ 우리옷제대로입기협회에서 운영하는 ‘곱다, 한복체험관’에서 대여해주는 전통한복이다. ‘곱다, 한복체험관’은 한복 대여 외에도 한복 전시와 우리옷제대로알기 교육 등을 진행한다.

  현재 우리는 한복을 ‘예복’ 대우를 하며 결혼식이나 돌잔치, 명절 등의 행사에만 입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복은 친숙하면서도 낯설고, 다소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나 한복이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한옥마을과 서울의 고궁 근처가 인기 명소로 뜨면서, 한복 대여점에서 한복을 빌려 입고 주변을 구경하는 것은 이미 유명한 관광 상품이다. 또한, 청소년과 대학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한국의 전통 문화를 경험하는 색다른 체험으로 평가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여러 대학에선 한복 동아리가 생겨나고, 한복을 입고 세계 곳곳을 여행 다니는 사람이 나타나는 등 한복은 과거엔 없던 방법으로 새롭게 소비되고 있다. 오늘날 한복 산업은 어떤 상황에 있는 것일까. 현대 사람들은 한복을 어떻게 입고 있을까.

 

  내리막길이던 한복, 체험 ‘인기’

  현재 전체적인 한복 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옛날에는 결혼식 때라도 한복을 맞춰 사 입었다면 요즘은 낮은 활용도에도 높은 가격으로 인해 빌리거나 아예 생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한복 제조업체 수는 4141곳이었으나 2014년엔 3054곳으로 줄었고, 한복 제조업 종사자도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5792명에서 4478명으로 5분의 1이 넘게 줄었다. 한복 소매업체의 매출 역시 2009년 984억 원을 기록했지만, 2014년 863억 원으로 5년 만에 121억 원이 감소했다. 이윤정(사범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현재 국내 한복 산업이나 디자인 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아직 한복 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그리 크지 않을 수는 있지만, 문화적 측면에서 전통 의상인 한복에 관심을 두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교수는 “다양한 소재와 제작 기법의 개발을 통해 한복의 가격을 낮추거나 대여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한복의 높은 가격이 한복 산업의 걸림돌이 되는 것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한복 대여점은 1990년대 후반 전후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고가의 맞춤 한복 시장이 주춤할 때 처음 등장했다. 한복맞춤업체에서 결혼식과 같이 한복이 필요한 날 한복을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는 형태의 사업이었다. 최근에는 고궁이나 한옥마을 등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복을 입고 그 주변을 산책하도록 하는 ‘체험형 한복 대여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여점들은 다양한 색깔과 화려한 디자인의 한복을 여러 벌 구비해 놓고 1~2만 원에 2~5시간 가량 한복을 빌려준다. 이러한 한복 열풍은 고궁 무료입장 프로그램이 계기가 됐다. 문화재청은 2013년 10월부터 한복을 입은 사람을 대상으로 서울에 위치한 고궁, 종묘, 조선왕릉 등의 관광지를 무료로 입장하도록 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자 혜택은 야간개장까지 적용됐으며, 종로구 내 지정된 음식점에서 할인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이 체험을 마친 후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올림으로써 그 인기는 더욱 커졌다. 친구들과 경복궁 근처에서 한복을 대여해본 경험이 있는 이혜연(문과대 영문17) 씨는 “처음엔 시내에서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게 낯설었는데 막상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니 마치 다른 시대에 온 것만 같은 신선함을 느꼈다”며 “비록 그 모양이 옛날 한복과 똑같지는 않아도 한복 복식의 미를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한복을 입고 고궁을 둘러보는 것이 유행이 돼 하나의 필수 코스로 자리섰다. 현재 서울 종로구에만 한복 대여점이 50개가 넘으며 체험형 한복 대여점은 갈수록 늘어가는 상황이다. 친구와 함께 한국에 여행 온 페니 건(Penny Gun) 씨는 “경복궁에 놀러왔다가 한복을 입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특히 걸을 때 참 아름답고 느낌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 벗어난 한복, 제대로 입어보기

  대다수의 한복 대여점에서 빌려주는 한복들은 디자인이 매우 화려하다. 하지만 이런 형태와 색상, 무늬, 소재, 입는 방식 등은 전통 한복과 거리가 먼 경우가 대다수다. 값싼 가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디자인을 만들어야 해서다. 박창숙 우리옷제대로입기협회장은 “현재 한옥마을이나 궁궐 등에서 대여해주는 의상은 한복이라기보다 파티복과 일상복이 합쳐진 새로운 의복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한복의 소재가 아닌 커텐지에 전통문양이 아닌 꽃무늬 등을 사용했고 치마나 고름 등을 원래 입어야 하는 방법을 따르지 않는 모양뿐인 한복을 한복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창숙 회장은 “의복이 시대에 따라 변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도록 전통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식하고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정 교수는 “한복 체험 문화는 한복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 홍보효과가 있다”며 “다만 한복의 디자인적 요소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일어나는 무분별한 제작으로 한복의 고유한 미적 특성이 훼손되는 것은 문제”라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대에 와서 정통 한국적인 디자인을 고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한복 연구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는 부분이지만 한복의 아름다운 미적 특성과 정체성은 유지해야 한복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옷제대로입기협회에서 운영하는 ‘곱다, 한복체험관’은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한복 대여점이다. 이 대여점은 사람들에게 한복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살린 전통 한복을 입어볼 수 있도록 한다. ‘곱다, 한복체험관’은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일반 한복 대여점처럼 일정한 시간동안 한복을 대여해주는 것은 물론, 한복을 그대로 재현한 미니어처 모형 및 마네킹을 통한 한복 전시와 우리옷제대로알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한복을 입을 때 속치마를 겹쳐 입는 방향이나 고름의 방향과 모양 등 작지만 중요한 한복의 요소 하나하나를 어떻게 해서 올바르게 입는지 꼼꼼히 알려준다.

 

  높아진 한복 관심, 대중화 전략은?

  한복대여점 외에도 젊은 사람들의 한복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여러 대학에 생기고 있는 한복 동아리다. 중앙대 한복문화동아리 ‘햇귀’는 2012년 한복을 젊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한복을 입을 기회와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상경(중앙대 문헌정보학17) 햇귀 회장은 “동아리 차원에서 속바지, 속치마 등이 생략되지 않은 전통 한복을 구매해 입고 있다”며 “한복은 우리나라 전통 옷이므로 이를 이어나가고 계속 입는 것은 우리 문화를 보존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에도 한복동아리 ‘아람’이 존재한다. 아람은 2015년 외국인 학생을 포함한 교내 학생들에게 생활한복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홍보하고자 소모임으로 시작했으며, 2017년 정식동아리로 승격됐다. 박신영(한국외대 컴공14) 아람 회장은 “생활한복은 한복의 불편함이나 높은 가격의 단점을 개선하면서도 한복의 멋스러운 선을 살린 제품들이 많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생활한복의 장점과 아름다움을 홍보하면 충분히 대중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복을 입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한복여행’도 화제가 됐다. 전혜숙 한복문화학회장은 이러한 신(新) 한복 문화에 대해 “한복의 전통성이 지나치게 훼손되는 것은 문제지만, 옷이라는 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을 통해 변해나가는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한복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통해 한복이 더 상용화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 김도윤 기자 glossy@

사진 | 이희영 기자 hee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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