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을 판단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기준은 그 나라의 의무교육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중학 의무교육제가 완비됐고, 이에 따라 2008년 평생교육법 전면개정 시 교육이 필요한 문해 수준을 중학 수준 이하로 정했다. 이처럼 사회적 맥락에 따라 문해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르다. 보통 선진국의 경우 문자 해득 능력에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문제해결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기본적인 독해 및 산술 능력에서 기초생활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이처럼 문해에 대한 정의는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문해교육이란

  ‘문해교육’이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초능력이 부족해 불편을 느끼는 자들에게 문해를 가르치는 조직화된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해교육은 ‘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시민(수준1)’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가문해교육센터에 따르면 수준1 대상자는 18세 이상의 전체 성인인구 중 7.2%인 310만 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문해교육은 민간기관과 공공기관에서 맡아 진행하고 있다. 민간기관은 1980년대 이전 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야학의 형태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온 경우가 많다. 반면 현재 운영되는 형태의 공공부문 문해 사업은 역사가 짧다. 2010년 전후로 정부의 지원책이 발표되고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높아지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의 평생교육기관이나 초등학교 내에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한국문해교육협회 전은경 회장은 “기존에는 야학으로 대표되는 민간의 전문기관이 다수였다면 최근에는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기관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해교육 보충하는 학력인정제도

  문해교육기관의 수는 증가했으나,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는 여전했다. 이에 시‧도교육청에서는 매년 문해교육심사를 거쳐 기관을 선정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인학습자가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초·중등 학력을 취득할 수 있는 ‘성인학습자 학력인정제도’다. 고등학교 이상 학제에서는 기간학제 외에도 학력을 취득할 다양한 경로가 있는 반면 초‧중등과정의 경우 학력취득 수단이 검정고시밖에 없다는 점을 보완한 것이다. 18세 이상의 저학력자가 ‘학력인정 문해교육기관’에서 일정 시간 수업을 이수하면 해당 과정의 졸업자격을 받을 수 있다.

  기존 문해교육기관도 시·도교육청에서 학력인정기관으로 승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수 시 학력을 인정해주는 기관인 만큼 승인 절차가 까다로워 실제 개설이 미진한 상황이다. 학력인정기관에선 교사의 학력 기준도 강화돼 적용된다. 학력 미인정의 문해교실에선 고등학교 졸업자라면 문해교사로 활동할 수 있다. 반면 학력인정기관 교사의 경우 대학졸업자격에 국가문해교육센터가 시행하는 45시간의 문해교원연수를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이로 인해 학력인정제도의 노년층 수요가 많은데도 운영 기관은 부족한 상황이다. 전체 문해교육기관 1600여 개소 중 학력인정기관으로 지정받은 기관은 246개소에 그친다. 한국문해교육협회 익산지부 최영이 사무국장은 “익산시의 경우 2016·2017학년도 초등학력인정과정을 통해 졸업생이 다수 배출됐지만, 중학과정이 개설되지 않아 학습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며 “도 교육청의 학력인정기관 설치와 지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국 아우르는 문해교육지원 필요해

  우리나라의 문해교육기관 지원을 총괄하는 기관은 교육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국가문해교육센터다. 2018년 국가문해교육센터에 배정된 국고보조금은 40억 원으로, 그중 약 30억 원 정도가 각 기관에 보조금으로 지원된다. 단,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국가문해교육센터에서 정한 대응투자비율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전은경 회장은 “대응투자 방식의 지원금 지급요건은 지자체의 관심을 촉진할 수 있다”며 “향후 대응투자비율을 100%까지 올리는 것이 교육부가 발표한 정책의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현재 시·도 단위의 광역문해교육센터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는 경기, 대전, 충남의 세 지역에만 설치돼있지만 2022년까지 17개 모든 시·도에 문해교육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최영이 사무국장은 “시·도문해교육센터가 설립된다면, 문해교육의 효과적 시행을 위해 DB 구축과 교육대상자 파악 등에 대한 종합계획이 수립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거창군 평생교육센터 김승혜 주무관은 “시·도문해센터가 문해교육 기관 간 연계체제를 구축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해교육의 개념 확대돼야

  현재 우리나라의 문해교육 현장은 수준1에 해당하는 대상자에 집중돼있다. 교육부는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환경에 대한 이해와 적응을 위해 문해교육의 범위를 금융, 교통, 정보 등 생활 전반의 영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작년 국가문해교육센터는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협력해 카카오톡 활용방법을 담은 교과서를 개발했다. 글을 몰라 약을 잘못 먹는 노인들을 위해 ‘건강문해교과서’를 개발하기도 했다. 단순히 읽고 쓰고 셈하는 능력에 한정된 교육이 아닌, ATM 활용이나 정보매체에의 접근 등 ‘생활문해’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이 확대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 구성원의 변화가 문해교육이 계속해서 필요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은경 회장은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문해교육을 필요로 하는 주된 대상이 확대·변화될 것”이라며 “이주민, 탈북자 등은 글자 중심의 문해교육과 더불어 높은 차원의 생활기술이 필요하므로 생활문해 측면의 교육모형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세대가 교체되면 비문해인구가 사라질 것인가 하는 의문에 대한 전망도 있다. 전 회장은 “문해력은 상대적 개념으로, 사회 내에서 문해력이 낮은 하위 20%는 문해교육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며 “사회는 점차 높은 문해력을 요구하므로 수요는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 박문정 기자 moonlight@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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