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익숙해지고 친밀해진 가을이 돼서야 캠퍼스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이 있다. 재외국민 특별전형 ‘후기모집’에 합격해 9월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다. 이들은 이미 친해진 학과 동기들 사이에서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수업과 관련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등 곳곳에서 어려움과 맞닥뜨리고 있다. 

 

적응 어려움 겪는 재외국민 학생들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외국에 살며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에 상응하는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이를 대상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본교는 해외 소재 고등학교를 6월에 졸업하는 학생들을 위해 9월에 입학하는 재외국민 특별전형 ‘후기모집’도 진행하고 있다. 2015년도부터 2017년도까지 재외국민 특별전형 지원자는 846명에서 1098명으로 증가했고, 이 중 9월 후기 모집 지원자는 257명에서 430명으로 증가해 증가자의 70%가 9월 입학 신입생이였다. 

  이러한 9월 입학 재외국민 학생들은 소속 단위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새내기새로배움터(새터)를 비롯한 수많은 입학 행사가 열리는 3월에 비해 9월에는 오리엔테이션 행사들이 부족하다. 새터에서의 교양 활동과 세미나를 통해 신입생들은 입학 전부터 소속 단위에 대한 여러 정보를 얻고 수강신청에 대해 안내받는다. 선배들을 통해 전공과 학교생활에 대한 지식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9월에 들어온 재외국민 학생들은 이와 같은 정보 습득의 기회가 제한적이다. 

  과 단위에서 진행하는 환영 행사, 각종 술자리를 통해 친분을 쌓을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어 이미 친해진 동기들과 섞이기에도 눈치가 보인다. 정주은(정경대 정외17) 씨는 “2학기 때는 아무래도 고연전 외에 행사가 별로 없어서 과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가 확실히 적다”며 “학회 등 단위 내 자치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과는 더욱 심하다”고 토로했다.

 

거꾸로 들을 수밖에 없는 이공캠 강좌

  이공계열의 재외국민 학생들은 1학기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전공관련교양 수업을 소화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이과대와 공과대는 대부분 1학년 때 전공관련교양을 수강해야 한다. ‘일반생물학실험’, ‘화학의기초및연습’, ‘미적분학및연습’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해당 강좌들은 생명과학부, 화학과, 물리학과, 수학과 등에서 전담해 개설된다. 강좌들은 각각 I과 II로 나뉘며, I은 1학기에만 개설되고 II는 2학기에만 개설된다. 2학기에 입학하는 9월 재외국민 입학생들의 경우 II부터 수강할 수밖에 없다. 

  작년 2학기에 입학한 생명대 17학번인 A 씨는 ‘화학의기초및연습II’를 먼저 수강했다. A 씨는 “이번 학기에 개설된 I 강의를 수강해야 했는데 18학번들에게 선수강 배정 후 마감돼 ‘빌넣’을 해야 했다”며 “당연히 들어야 하는 강의를 행정실과 교수님께 사정해서 듣는 게 이해가 안됐다”고 말했다. 

  전공관련교양뿐 아니라 전공 강좌도 마찬가지다. 김영준(공과대 기계공학17) 씨는 “2학년에 진급해 전공을 들을 때 애매하다”며 “I과 II가 명확히 나누어진 전공 강좌는 II를 먼저 들을 수 있긴 하지만, I을 먼저 들어야 이해가 쉽기에 걱정된다”고 말했다.

  자연계캠퍼스 담당 행정실 측은 문제를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공관련교양을 개설하는 담당 행정실 직원 A 씨는 “분반을 개설할 시 재수강을 해야 하는 재학생이 I과 II를 동시에 수강하는 악용사례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러한 행정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교수님이 분반을 모두 맡으시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움의 손길 내미는 학생사회

  학생사회에선 재외국민 신입생들의 길잡이가 돼주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 정식 동아리로 등록되진 않았지만, 재외국민 학생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결성된 KUSMO(Korea University Cosmopolitan)가 대표적이다.

  KUSMO는 9월 재외국민 입학생들을 위해 수강신청 오리엔테이션과 예비학교를 준비한다. 전공과 교양 강좌, 수강신청, 학교 활동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다. 김현선 KUSMO 부회장은 “겨울, 여름에 각각 엠티도 진행해 술 게임과 응원 방법을 가르쳐주며 친목을 쌓을 기회를 만들어준다”며 “재외국민 학우들에게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끈끈한 연대감을 심어주려고 한다.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과 단위 차원에서도 9월 재외국민 입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미디어학부는 재외국민, 외국인 학생들과 재학생들의 교류를 돕는 MISA(Media International Students Association)라는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이수연 미디어학부 학생회장은 “재외국민 학생들을 위한 가을학기 오리엔테이션도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집행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준형 기계공학부 학생회장은 “기계공학부의 경우 9월에 입학하는 재외국민들의 반을 별도로 배정해 적응을 도와준다”며 “따로 환영회 형식의 프로그램은 진행하진 않지만, 앞으로 집행부 회의를 통해 해당 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 김예진 기자 starlit@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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