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내 소재 대학들과 공동으로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캠퍼스타운 정책은, 상대적으로 지역이 활력이 낮은 대학촌을 중심으로 대학의 자원과 인력을 연계하여 문화예술과 상권을 부흥시키고 청년창업을 통해 활기찬 지역공동체를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여기에는 청년층의 주거불안정과 취업문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결책도 포함되어 있다. 2017년에 고려대 등을 포함한 13개 대학과 인근지역이 선정되어 다양한 재생사업과 프로그램이 계획 중이다.

  도시캠퍼스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권에서 대학구성원의 역량을 캠퍼스 안으로만 한정시키지 않고 주변지역으로 확산한다는 사업의 취지는 상당히 좋으나, 현재 실제 진행되는 과정은 이미 중앙정부와 수많은 지방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스타트업 지원사업, 청년창업 지원사업, 청년주택 공급사업 등과 상당히 유사하다. 현대사회의 대학의 위상과 역할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학의 연구과 교육은 이제 상아탑만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재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대학에서의 지식창출활동은 사회와의 개방적 연계를 통해 더욱 공고해지며, 대학이 가지는 젊은 에너지를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릴 때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의 캠퍼스타운 정책은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사실 캠퍼스타운 정책은 이미 북미와 일본 등에서 도시캠퍼스와 주변의 지역사회 공동체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점은, 먼저 대학교육자원의 개방이다. 즉, 지역사회에 교육 및 커리큘럼 개방과 개혁을 통한 인재육성과 공개강좌의 강화 및 발전, 대학교원의 지역공헌 활동지원을 통한 지역과제 대응이 가장 중요한 정책들이다. 다음으로 지역 경제사회자원의 발굴과 지역의 기업가정신을 고양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지역기업의 매력을 찾고 젊은 인재확보를 통한 지역기업 활성화 사업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연구 및 강좌개설을 통한 지역연구 활성화와 학생들의 지역사회 봉사활동의 실천이다.

  이에 비하면 서울의 캠퍼스타운 정책은 여전히 하드웨어 기반의 센터빌딩 건축을 통한 창업육성과 청년주택공급에 너무 치중되어 있는 경향을 보인다. 서울지역의 대학가는 이미 야간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미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여기에 캠퍼스타운 개발을 통한 주간 젠트리피케이션이 더해지면 원래 캠퍼스타운 정책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과는 달리, 주민과 상인의 전치현상(轉置現象)이 가속화될 수 있다. 민간 상업자본의 활동으로 인한 지역사회의 탈공동체화가 공공의 자원투입으로 가속화되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대학과 주변의 상생과 협력을 목표로 한 캠퍼스타운 정책이, 과대 대표된 지역주민의 수요라는 명목 하에 물리적 환경개선과 지대추구적인 방향으로만 진행된다면, 침묵하는 다수의 과소 대표된 지역사회의 요구와, 대학과 지역사회의 통합, 대학중심의 지역공동체 구축은 요원한 일이 될 수가 있다.

  이제 캠퍼스타운 정책이 그 성과를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좀 더 세심한 프로그램 중심의 사업과 장기적인 플랫폼 형성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학이 고고함을 탈피하여 지역사회에 멤버십을 가져야 한다. 대학의 역동적인 자원을 지역의 젊은 인재 확보에 의한 지역기업 활성화 사업, 지역의 역사·문화유산 발굴과 이를 활용하는 사업, 지역기반 기업과 도소매 등의 비즈니스를 취재하여 지역기업의 장점과 매력을 홍보하는 사업, 지역기반 기업과 학생의 인재매칭(지역기업 인턴십) 프로그램, 지역단위의 시민단체와 비영리사업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구체적이고 지역사회의 시선으로 지역문제를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ㅣ남기범(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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