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닝아웃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만들어진 가치관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굿즈를 만들어 가치를 담아내기도 한다. 안산 송호고의 역사·문화 동아리 ‘송호실록’, 연세대 창업동아리 ‘연희동장사꾼’, 본교 디자인조형학부 학생회는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미닝아웃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리는 배지와 세월호 4주기를 기념하는 메시지 스티커,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맨투맨 티셔츠 등 그 방법은 다양했다. 송호실록 최혜주 전 부장, 연희동장사꾼 유창현 부팀장, 디자인조형학부 이진선 사회연대국장이 그 기획과정과 차기 진행방향을 밝혔다.

- 어떻게 기획을 준비했나

  송호실록│“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그 상태에 그치고 마는 점이 안타까웠다. 학생 신분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물음 끝에 배지를 제작했다. 교내 미술동아리에 도안을 부탁했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타 학교 학생회와 연계해 홍보하고 판매했다.”

  디조부│“세월호 4주기를 맞이해 학우들에게 세월호 사건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스티커를 통해 적극적으로 연대의 메시지를 표명하며 해당 사건을 더 널리 알리고자 했다.”

  연희동장사꾼│“영화 ‘1987’을 보고, 이한열 열사가 사망했던 ‘연세인결의대회’의 의미를 기억하고자 <remember 1987> 맨투맨 티셔츠를 기획했다. ‘이한열기념사업회’와 연락해 프로젝트 승인을 얻고, 연세대 국제대학의 학우와 디자인을 논의했다.”

- 얼마나 많은 반응을 얻었나

  송호실록│“1, 2차 합쳐 2600여 개의 배지를 판매했다. 수익금 전부인 300여 만 원을 ‘나눔의 집’에 기부했다. 고등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이었기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 같다.”

  디조부│“1000장을 제작해 600여 장 이상이 판매됐다. 세월호 4주기 당일에 진행된 기획인 만큼 더욱 관심을 받은 듯하다. 판매가 이뤄진 미디어관 로비보다 개방적인 장소에서 진행했다면 더 많은 판매가 이뤄졌을 거라는 내부평가도 있었다.”

  연희동장사꾼│“기획이 입소문을 타고 언론 매체에 소개되며 당초 기획의 두 배인 100장 이상의 주문이 들어왔다. 판매 수익 전액은 ‘이한열 장학금’에 전달했다. 열사와 같은 연세인이라는 동질감,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사회적 변화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많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 배지, 스티커, 맨투맨티셔츠라는 방법을 사용한 이유는

  디조부│“스티커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구체적인 문구나 이미지로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또,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다면 수첩 같은 개인적인 공간에 붙일 수도 있다. 자유롭게 뜻을 표현할 수 있도록 스티커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연희동장사꾼│“이한열 열사께서 입고 있었던 맨투맨을 모티브로 제작했다. 가운데 들어간 ‘We Stand By Your Side’라는 문구도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한열기념사업회와 신청자 모두 만족했다. 연세인결의대회 당시의 느낌을 살려 핏자국이나 흙 자국 등이 있었으면 한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 기획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가

  송호실록│“구성원들이 기획의 의도를 정확히 알도록 해당 주제를 적극적으로 공부했다. 관련 전시회 관람, 책이나 기사 읽기 등 올바른 정보를 선택해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연희동장사꾼│“가장 어려웠던 점 중 하나는 이번 프로젝트가 상징성과 의미를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창업동아리이기 때문에 항상 수익성을 고려했던지라 이 프로젝트가 지니는 ‘사회 기여’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 ‘미닝아웃’의 수단이 될 다른 기획을 준비하고 있나

  송호실록│“기회가 된다면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다뤄보고 싶다. 여성 우월주의나 여성혐오가 아닌 성 평등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기획을 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할 예정이다.”

  디조부│“디자인 조형학부는 교육국, 인권국, 사회연대국 등 미닝아웃과 관련된 부서가 많다. 다른 기획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연희동장사꾼│“비영리적 사회 기여 프로젝트인 이번 기획을 준비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첫발을 내디딘 만큼, 이번 5월부터 준비할 <remember 1987> ‘반팔’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며 배워갈 예정이다.”

 

글·사진│박문정 기자 moonlight@

사진제공│송호실록, 연희동장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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