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닝아웃’이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등장하면서 ‘미닝아웃’에 쓰이는 상품들의 시장성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기업들 또한 상품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며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 욕구에 부응하려 한다. 추세에 발맞춰 기업은 가치를 담은 하위 브랜드를 창출하기도 하고, 수익을 중점으로 한 단기적 시각에서 탈피해 기업의 근본적 가치관을 재정립하기도 한다.

 

또다른 시장 모델이 된 미닝아웃

  ‘미닝아웃’ 제품이 사회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특성상 사회적 기업이나 시민단체는 제품의 주요 공급자이다. 미닝아웃 하는 소비자들은 다른 사회적 가치를 드러내는 경향도 높아 시장은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이에 미닝아웃 굿즈를 주요 상품으로 삼은 단체는 사회 곳곳의 문제의식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알리는 역할도 담당한다. 사랑의전화복지재단과의 협업으로 시작한 ‘비마켓(B-market)’은 수익금 일부를 국내외 빈곤아동이나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지원한다. 현재는 해외 빈곤아동들의 문구류 지원, 물부족 국가의 식수지원 사업, 여권 신장 등으로 지원의 시각을 넓혔다. 비마켓 담당자는 “해외의 다양한 이슈들을 기획으로 선보여 국내소비자들의 의식을 고취하는데 길잡이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가치관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에선 제품의 디자인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에 미닝아웃 굿즈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경우 디자인에 주안점을 둬 마니아층을 형성한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압화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리몬드는 시즌마다 바뀌는 꽃 디자인과 세련된 패턴이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마리몬드 휴대폰케이스를 사용하는 이 모 씨(여·23)는 “제품의 취지뿐만 아니라 품질과 디자인도 만족스러워 구매하게 됐다”고 제품을 사용한 이유를 말했다.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는 “예쁘면서도 의미가 있기에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한다”며 “예쁜 제품과 의미 있는 콘텐츠를 고객들이 직접 사용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리적 생산공정으로 소비에 가치 부여

  미닝아웃이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주목한 기업들 또한 브랜드에 가치를 담기 시작했다. 기업의 이미지 향상을 통해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신발 브랜드인 TOMS는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구매할 때마다 아프리카의 아동들에게도 한 켤레를 후원하는 ‘One for One’ 기획을 진행 중이다. 강수환(공공행정12) 씨는 “브랜드의 설립이념과 ‘One for One’ 가치관이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부합해 구매하게 됐다”며 “소비가 소모적인 기능에 그치지 않고 사회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기능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생산 공정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개선해 브랜드와 제품에 미닝아웃의 가치를 더하는 사례도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유기농 목화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병을 녹여 폴리에스터 실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김성현 부장은 “다른 아웃도어 제품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면서도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순위권 안에 들었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기업의 가치 자체를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친환경 가치에 동참하려는 소비자들의 뜻이 기업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닭고기 브랜드 ‘하림’ 또한 ‘그리너스’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사회적으로 인간과 동물 간 공존의 개념이 소비자들에게 더 크게 인식되고, 살충제계란 파동 등으로 축산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안심하고 취식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하림은 닭의 사육부터 도계 과정까지 사육환경을 개선하고, 항생제를 적게 쓰는 방법 등으로 닭의 생리에 친화적인 생산 방식을 도입했다.

  하림의 사례처럼 생산단가가 높아지는 경우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장벽이 생기게 된다. 생산 단가는 높지만 소비자들이 해당 품목에 대해 가지는 준거가격이 있어서 둘 간 격차가 커지면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림 신선마케팅팀 정충선 부장은 “사전 리서치를 통해 가격조사를 실시하긴 하지만 조사 결과와 실제 수용가격은 다른 경우가 많다”며 “친환경동물복지 생산 시스템을 실시하는 그리너스도 아직 전체 제품 수익에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회 환원 통해 의미 더하는 미닝아웃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관은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서 윤리적 소비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보다 추구하는 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가 브랜드의 고정소비자를 유인한다.

  유기동물 보호 플랫폼 ‘포인핸드’는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굿즈를 생산하고 있다. 굿즈의 수익금으로 펠로우 동물병원들과 협력해 유기동물의 건강검진과 치료를 지원한다. 유기동물이 많은 질병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입양을 꺼려하는 점을 인식해서다. 이런 방식으로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포인핸드 관계자는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면서 일부 수익을 기부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유기동물 입양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며 “유기동물 문제를 단순 마케팅 수단으로 삼지 않으려는 진정성이 포인핸드가 가지는 차별성”이라고 말했다.

  마리몬드는 제품을 판매한 영업이익의 50%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NGO에 기부한다. 2018년 현재 누적 기부액은 17억여 원으로, 이는 매출 대비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윤홍조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마리몬드를 설립한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몰입하고 싶었던 문제”라며 “그렇기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에 공감하고 참여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타고니아도 전체 매출액의 1%를 환경단체에 후원한다. 옷을 만드는 행위가 어떻게든 환경에 위해를 끼친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수익 기부와 더불어 제품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자연에 미치는 해악을 줄이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김성현 부장은 “소비자들의 가치판단 기준이 높아졌다”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진정성 있게 추구해야만 소비자들이 기업가치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문정 기자 moo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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