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하랴, 스펙 쌓으랴, 사람들은 하루하루 바쁜 삶에 치여 살아가고 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점점 더 색다른 스트레스 해소 장소를 찾는다.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물건을 부수는 분노방부터 차와 족욕으로 피로를 풀어주는 티테라피 카페까지. 다양한 컨셉의 놀이와 휴양시설은 많은 사람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상점을 탈탈 털어보자. 방털기 카페

  “자, 그럼 한탕 벌여볼까?” 은행과 빈집털이, 국가 요원들의 비밀 캐내기. 현실에선 할 수 없었던 ‘도둑질’을 직접 할 수 있는 곳이 등장했다. 바로 방털기 카페다. 한 TV프로에 나와 큰 호응을 얻었던 방털기 카페는 이미 번화가 곳곳에 즐비한 방탈출 카페와는 다르다. 방 안이라는 공간에서 퀴즈를 풀어 탈출하는 게 목적인 방탈출과 달리 방털기는 참여자가 도둑이라는 가정에 따라 상황극으로 미션을 풀어나간다.

  신논현역 근처에 위치한 ‘480번가’는 국내 최초로 방털기 카페를 선보인 곳이다. 카페 내부에 들어서면 은행과 아파트를 연상하게 하는 세트장이 반겨준다. 은행 세트장에는 실제 은행 ATM과 유사한 기기가 설치돼있다. ‘480번가’에는 은행, 아파트, 마약거래소, 정부 비밀본부의 총 4가지 에피소드 미션이 있다. 미션 중 하나를 선택하면 게임은 시작된다.
  “안녕, 난 베티야. 너희가 바로 그 유명한 도둑들이라며?” 방털기 카페의 특별한 점은 게임을 설명해주는 직원과 손님이 한 팀을 이뤄 특정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돈과 물건을 털어오는 ‘상황극’을 한다는 점이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직원은 ‘반말 상황극’을 제안한다. 반말 상황극은 진행을 원활히 하고 몰입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상황극이 어려운 손님들을 위해 가명을 부여하기도 한다. 상황 설정이 끝나면 무전기와 총을 지급해 현장감을 높인다. 박진감 있는 빠른 음악은 흥분을 유도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미션을 수행하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면 지급했던 무전기로 직원과 소통을 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직원 김다현(여·22) 씨는 “게임 속의 손님과 대화해 서로 즐거움을 느낀다”며 “상황극에 몰입했던 손님들은 다시 저와 게임하기위해 카페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인들과 방털기 카페를 경험한 김예경(여·21) 씨는 “처음엔 상황극을 한다는 게 어색했지만 익숙해지니 방탈출보다 몇 배는 더 재밌었다”며 “내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돼 직원과 직접 상황을 만들어내는 경험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얼마나 가져왔어? 뭐가 있었니?” 미션을 마치고 로비로 돌아오면 같은 팀 직원이 상기된 표정으로 결과를 묻는다. 미션에서 가져온 돈과 물건들은 등수를 말해주는 지표가 된다. 방을 털어 묵직해진 가방을 열면 자신이 털어온 돈뭉치와 금괴, 물건들이 한 가득이다. 하나하나 꺼내 진열하다 보면 부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승현수 480번가 사장은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않은 행위를 가상으로 해보는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도록 기획했다”며 “요즘 경기도 좋지 않은데 게임에서라도 실제 돈을 만져보는 경험을 안겨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모두 마치면 폴라로이드 사진을 통해 추억도 함께 남길 수 있다.

 

글|조한규 기자 honeyq@

 

스트레스, 부수며 날린다

  홍대 인근 골목에는 접시나 가전제품을 깨고 부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서울 레이지룸’이 있다. 레이지룸은 입구부터 ‘쨍그랑’ 접시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고함이 요란하게 들려온다.

  서울 레이지룸은 지급된 물품을 파괴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해 분노방이라 불린다. 분노방에선 분노의 단계를 짜증, 왕짜증, 빡침 등 총 5단계로 나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가격이 올라가고 더 크고 많은 도구를 던져버릴 수 있다. 체험하기 위해선 우선 보호장비 착용이 필수다. 부순 물건들의 파편이 튈 것을 대비해서다. 부상이 일어날 상황을 고려해 손해배상 청구 포기 서약서를 작성해 안전을 주의시키기도 한다. 모든 대비를 마치면 야구 배트와 망치, 깨부술 물건이 지급된다. 분노방 안에 들어서면 앞사람이 부순 파편 조각들이 이미 즐비하다. 사방에는 배트로 두드릴 타이어가 설치돼있고 접시를 던질 과녁판도 그려져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첫 단계인 짜증 단계에서는 작은 접시 여러 개와 큰 접시 하나를 받는다. 접시는 던지면 ‘와장창’ 소리가 날 것 같은 묵직한 접시다. 접시를 과녁을 향해 하나둘 던지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주위는 조각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급된 물품을 다 부쉈다면 이번엔 타이어 차례다. 야구 배트로 정신없이 타이어를 두들기다 보면 타이어의 반동이 배트를 통해 전해져 짜릿한 손맛이 느껴진다. 친구 정혜원(여·21) 씨와 게임을 즐기고 나온 차수민(여·21) 씨는 “최근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접시가 깨지는 걸 보니 속이 후련해졌다”고 말했다. 함께 체험했던 정혜원 씨는 “배트를 가지고 드라마 속 장면을 따라 하기도 해 즐거웠다”고 말했다.

  분노방은 회사원이었던 김현우(남·32) 사장이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장소를 고민하다 만들어졌다. 김 사장은 “접시를 부수다 우는 아주머니 고객도 있었다”며 “전문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은 아니지만 이렇게나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평소 쌓였던 화를 여기서라도 풀고 갔으면 좋겠다”며 “가전제품 등 부수는 도구가 들어가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컨텐츠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조한규 기자 honeyq@

사진|고대신문 press@

 

잔잔함 속 힐링, 티테라피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혜원’은 복잡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 조용하고 한적한 고향에서 스스로를 돌아본다. 각종 미세먼지와 자동차 경적 소리가 가득한 서울에도 혜원의 시골 고향같이 편안한 장소가 있다.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우측 골목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차와 재즈가 어우러진 서울의 리틀 포레스트, ‘티테라피’가 나온다.

  100년 이상 된 한옥에 자리한 티테라피는 조선 시대 가옥의 느낌을 품고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잔잔한 재즈 음악이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은은한 조명이 어두운 카페 속 테이블의 스탠드와 꽃을 비춘다. 은근한 꽃향기와 멜로디가 어우러지면 아늑함이 더해진다. 사방에 있는 찬장에는 각종 차가 담겨있는 용기와 낡은 접시들이 줄지어 놓여있다.

  티테라피는 한의사였던 사장이 검고 쓰다고만 생각되는 한약차를 조금 더 친근하게 하고자 가게를 만들었다. 한약재를 이용해 만든 차 메뉴 외에도 대추차 같은 일반 차들을 함께 준비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차를 고를 때 재미를 더하기 위해 사장이 만든 간이 테스트 용지도 있다.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거나 ‘거침없고 과단성이 있다’ 등 사람의 성격에 맞는 차를 내주는 것이다. 직원 김상희(여·33) 씨는 “한의사 선생님이 직접 조합해 마셔본 뒤 반응이 좋은 걸 상품으로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차를 시키면 작은 쟁반에 주문한 차와 거름망, 간식으로 즐길 말린 대추와 검은콩이 나온다. 찻주전자를 달그락거리며 차를 거름망에 걸러 따르고, 입가심으로 간식거리를 먹으면 절로 피로가 풀린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과자들과 말린 꽃들은 모두 카페 내에서 직접 제작한다. 김상희 씨는 “이외에도 각종 한과는 사장님의 할머님이 직접 제조해주신다”며 “감귤 칩은 사장님이 국내 시장을 돌아보고 가장 맛있는 걸 골라 들여온다”고 소개했다. 카페 외부에는 20분 동안 간단한 족욕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있다. 족욕 시간을 통해 발을 녹이면 피로가 더 효과적으로 회복된다. 골목에 있는 카페의 위치도 회복에 한몫한다. 주변 저층 건물들의 골목에 나지막하게 있는 카페는 일상에 충분한 휴식처를 제공해 다시금 일상의 활력을 되찾게 도와준다.

 

글|조한규 기자 honeyq@

사진|고대신문 press@

 

힘들고 지칠 때 낮잠 한번, 어떠신가요?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내려 대학로 거리를 걷다 보면 궁금한 카페 하나가 보인다. “미스터힐링? 저기는 뭐 하는 곳이지?” 건물 2층에 ‘Healing Place’라 소개된 미스터힐링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두운 분위기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면 밝은 공간 속에서 미스터힐링의 마스코트 구름이가 반갑기라도 한 듯 환하게 맞아준다.

  “어서 오세요. 어떤 코스를 이용하시겠어요?” 입장을 하면 간단한 계산과 함께 코스를 선택한다. 미스터힐링 대학로점 동방령 사장은 6가지 피로회복 코스 중 2번 ‘미스터 힐링’ 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2번 코스가 3, 4, 5, 6번 코스를 모두 합친 것이라 많이들 이용하세요. 스트레칭 코스를 조금 더 늘린 3번 코스도 인기가 많은 편이에요.” 미스터힐링은 쾌적한 휴식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 위생관리를 중요시한다. 코스를 선택하면 손 소독과 함께 일회용 덧신을 받는다.

  모든 준비를 마치면 산소마사지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사장은 조그마한 불빛을 등불 삼아 손님들을 안마기가 있는 자리로 안내한다. “여기서는 시끄럽게 하면 안 돼요. 사람들이 모두 잠도 자며 휴식하는 공간이거든요.” 안마기에 몸을 맡기면 담요를 덮어주시며 아까 선택한 코스로 안마 의자를 설정해 손님들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준다.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잠을 자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안마기에 심취해 즐기는 손님도 있다. “이런 안마기 하나 있으면 좋겠다. 얼마 정도 할까?” 50분의 마사지를 만족해 마사지 의자의 가격을 물어보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안마를 마치고 나오면 커피와 차 등 다양한 음료 중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대부분의 음료는 피로 해소를 위한 음료다. 피로회복 효과로 유명한 허니티를 포함한 다양한 차 종류도 메뉴판에 적혀있다. 음료와 함께 즐기는 다양한 보드게임들은 조용하기만 한 카페에 생기를 더해주는 요소도 존재한다.

  미스터힐링 대학로점은 20대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 동방령 사장은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 3시에서 6시가 가장 붐빈다고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에 20대 연인들이 많이 찾아와요.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아 부모님을 다시 모시고 오시는 분도 되게 많지요.” 젊은 층의 데이트코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에게도 인기다. 최보윤(여·30) 씨는 잠깐의 낮잠을 잘 수 있는 이 공간이 정말 좋았다고 했다.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왔다 이름이 신기해 처음 와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일에 지친 저희에게 잠깐의 낮잠은 최고의 피로회복제거든요.” 일상에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달래고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하기엔 조용하고 마음이 안정되는 곳이 최적이다.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다면 수면카페에 방문해 단잠에 푹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글 | 류승현 기자 ryus@

사진 | 부경민 기자 bb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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