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암역 8분 거리에 위치한 제기동 방아다리 어린이공원. 지진 옥외대피소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지난 2년간 경주와 포항 일대에 규모 5이상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한반도 내 지진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울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인식해왔지만 지진 안전지대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에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16일 실시된 ‘전국 국민참여 지진대피훈련’을 비롯한 다양한 지진방재 정책이 추진하고 있다.

 

서울, 과연 지진 안전지대일까

 

  2016년 9월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은 1978년 기상청에서 지진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기록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다. 기상청은 매년 규모 2 이상의 지진 발생횟수를 파악해 발표하고 있으며 최근 사람이 지진동을 체감할 수 있는 유감지진과 규모 2 이상의 지진 발생횟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 서울은 지진 진원지와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어 불안감이 덜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에서도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왕조실록, 삼국사기, 승정원일기 등에 남아있는 역사지진 기록에 근거해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희일 연구원은“지난 40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진도 2 이상의 지진은 2차례 밖에 없어 대규모 지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서울에서도 담이 무너질 정도의 대규모 지진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기에 안전을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

 

  500여 년 전의 지진 기록이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것은 각 단층마다 지진 주기가 다를 수 있어서다. 홍태경(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진엔 회귀주기(Recurrence Interval)가 있어 지층 아래서 힘이 천천히 쌓일 경우 지진이 다시 발생하기까지 수백 년이 소요되기도 한다”며 “활성단층이 있는 곳은 시간이 지난 후에 반드시 다시 지진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역사서에 정확히 지역명이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라 미처 파악하지 못한 단층대가 더 있을 수 있다”며 “실제로 경주와 포항 지진의 경우에도 지표상에 드러나 있지 않은 단층에서의 지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발견되지 않은 서울 내의 활성단층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 지진을 대비한 정부 차원의 고민 또한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이희일 연구원은 “서울 같은 경우 6·25전쟁 이후 급격히 복구발전이 진행되다 보니 제대로 된 도시계획 없이 거주지와 공업지역, 상업지역 등이 뒤섞여 있다”며 “이런 경우 지진 등의 자연재해에 피해가 커져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시 위험 큰 서울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의 경우 지진이 발생했을 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시내의 건물들이 내진설계가 미진하다는 점도 위험도를 높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8년 4월 기준 내진설계 대상 대비 내진성능 확보 건물은 18.4%에 불과하다.

이에 서울시는 1차적으로 공공시설물을 대상으로 한 내진보강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공공건축물, 도시철도, 도로시설, 하수처리 시설을 대상으로 한 내진 성능평가를 대부분 완료했으며 올해 보강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간건축물의 내진보강공사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서울시 안전총괄본부 상황대응과 관계자는 “민간건축물의 경우 내진평가와 공사비용 때문에 내진보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민간건축물이 내진보강공사를 진행할 경우 5년간 취득세를 면제해주지만 수십만 원에 불과해 신청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건물 외벽, 유리, 마감재, 칸막이와 같은 비구조재의 내진설계 기준의 부재에 대한 지적도 있다. 주영규(공과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경주, 포항 지진에도 비구조재에 의한 지진피해가 상당했으니 이와 관련된 규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리미리 예방훈련 진행돼

 

  대부분의 지진의 진동은 1~2분간 지속되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내진성이 높은 초고층 건물이 아닌 경우, 진동이 멈춘 이후에도 빠르게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때문에 미리 대피방법과 장소를 숙지해 놓아야 한다. 작년 11월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는 규모 5.4 지진에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등 피해가 발생했지만 지진발생 당시 학생대피는 신속히 이뤄졌다. 한동대 총무처 관계자는 “2016년 경주 지진 발생 이후, 학교 자체적으로 2차례 불시에 지진대피훈련을 실시했다”며 “훈련 덕분에 실제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학생들이 신속하게 잔디운동장으로 모여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2016년 12월 ‘지진방재종합대책’을 보완했다. 지진방재종합대책은 △지진대피시설 및 구호체제 개선 △내진설계 의무대상 확대 및 기준 향상 △지진매뉴얼 및 대응체계 개선 △국민행동요령 전파 및 교육·훈련 확대 등의 중점분야를 설정해 진행된다. 특히 예방훈련이 강조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재난 대비 훈련인 ‘안전한국훈련’도 올해부터 2주간 확대 시행됐다.

서울시 역시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따라 1년 4회 정기 지진대피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추가 훈련을 하기도 한다. 성북구에선 지난 15일 상황이 장기화됐을 경우를 대비한 이재민 구호훈련이 이뤄졌다. 훈련에 참여한 박정주 성북구 자율방위대 총단장은 “그동안 여러 재난상황에서 행정력에만 의존해 피해가 커지는 사례가 많았다”며 “지역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지역자율방위대도 실제 재난 발생 시 도움이 되기 위한 자체적인 훈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 안전대피소, 실내 구호소 알아둬야

 

  지진 옥외대피소와 지진 실내구호소도 대폭 확충됐다. 경주 지진 이후 495개소에 불과하던 서울 내 옥외대피소는 1580개로, 실내 구호소는 258개소에서 538개소로 확대됐다. 지진옥외대피소는 주로 학교운동장, 공원과 같은 개활지 위주로 선정한다. 하지만 지진대피소가 급하게 확보되면서 표지판이 설치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시 안전총괄본부 상황대응과 관계자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직후에 급하게 많은 대피소가 설치되느라 표지판이 미설치된 곳들이 있었다”며 “작년 12월까지 사업을 진행해 현재 100% 표지판 설치가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정된 장소가 지진 시 대피 장소로 적합한지에 대해선 여전히 비판이 제기된다. 옥외대피소나 실내구호소를 선정하는 데 있어 명확히 마련된 법정 기준이 없어서다. 학교 운동장과 같은 넓은 개활지더라도 주변에 낙하물이나 비산물이 떨어질 환경이라면 적절하지 않아 재고가 필요하다. 이영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2년 사이에 많은 지진대피소를 지정하려다 보니 기준요건이 마련되지 않은 채로 사업이 진행됐다”며 “지정된 장소 중에서도 근처에 비탈이나 축대 등이 있어 지진 발생 시 오히려 위험한 장소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ㅣ박규리 기자 cur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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