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흑인 민속음악의 리듬과 유럽 평균율 음악의 결합으로 생겨난 기악 음악이다. 곡은 정해진 헤드와 개인의 특색을 보이는 솔로 부분으로 나뉘어 연주된다. 악기는 기본적으로 피아노, 트럼펫, 색소폰, 기타, 콘트라베이스 등 클래식 음악 악기를 사용하며, 드럼을 중심으로 야성적 리듬을 준다.

  재즈라는 단어의 어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주로 19세기 말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 지방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즈에는 랙타임, 스윙, 비밥, 프리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시기적으로 초기재즈, 모던재즈, 퓨전재즈로 나뉠 수 있다. 전세계로 퍼진 재즈는 20세기 초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들어왔으며, 6·25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스윙 형식의 재즈가 수입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즈의 인기는 점차 식어 최근에는 본국인 미국에서조차 전체 음반 시장의 5%를 밑돌고 있다. 김광현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은 “아무래도 록과 힙합의 강세로 재즈가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퍼지지 못한 재즈의 물결

 

  재즈는 과거 인기 있던 시절에도 국내에선 그리 관심 받는 음악은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는 “해외서도 재즈 음반은 1960년대 이후 잘 팔리지 않는다”며 “국내에서 한 해에 대략 100장 내외의 재즈 음반이 나오지만 국내 음악은 아이돌 음악 빼고는 시장 자체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내에서 인기 있는 재즈곡으로는 서정적인 연주곡이나 여성보컬리스트의 음악 등이 있으며 과거엔 젠틀레인의 1집 <Into The Gentle Rain>이나 보컬리스트 웅산, 나윤선 정도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1998년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1집 <봄여름가을겨울>을 시작으로 많은 퓨전 재즈 뮤지션들이 등장한 적도 있지만 잠시 인기를 끌고 이내 사라졌다. 한국재즈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경우 재즈 보컬리스트는 “국내 재즈 보급 속도는 아주 느려 아직까지도 카페에서 사용되는 정도”라 설명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독 국내에서 재즈가 인기를 끄는데 그쳤다. 이경우 보컬리스트는 “재즈가 비록 현재 그 입지는 부족하더라도 분명 미래가 있다”며 “앞으론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들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성건 평론가는 현재 국내 음악시장은 가요만이 대중의 공감을 얻어 남아있게 됐다고 표현했다. 박성건 평론가는 “재즈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비밥 재즈 같은 어려운 전통을 고수하려는 음악성 때문”이라며 “결국 재즈가 대중화되기 위해선 ‘스타’가 배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우 보컬리스트는 우선 국내에는 일본에 비하면 재즈 클럽 등의 장소가 적다며 공연할 장소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흥연주의 묘미, 재즈 클럽

 

  재즈는 다른 어떤 음악보다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음악으로,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무대에 따라 매번 다르다. 연주자들은 늘 순간적인 분위기를 살려 무대에서 즉흥연주를 진행한다. 이 때문에 재즈는 작곡된 음악 자체보다 연주자의 영향이 더 크다.

 

  즉흥연주는 재즈를 정의하는 기본 조건 중 하나다. 재즈는 역사 속 그 처음부터 지금까지 대부분 즉흥연주로 진행돼 왔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는 “재즈는 미국에서 탄생할 당시부터 가볍게 술을 즐기는 바와 카페에서 연주됐다”며 “연주자들은 악보를 읽을 줄 몰라도 흥에 겨워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으며 이것이 곧 전통이 됐다”고 설명했다. 즉흥연주 문화는 재즈와 함께 전 세계로 퍼져나가 오늘날까지도 바, 카페 등의 재즈 클럽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는 근간이 됐다.  

 

  2006년 6월 창간된 재즈 전문 월간지 <재즈피플>의 김광현 편집장은 “국내에서 상시적으로 라이브 연주가 이뤄지는 재즈 클럽은 서울에 대략 20여 곳 정도가 있으며, 지방은 대도시별로 한두 곳 정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재즈 클럽은 이태원에 위치한 올댓재즈로 중국계 미국인 마명덕 씨가 1976년 문을 열었다. 진윤호 올댓재즈 실장은 “과거에는 외국인이 많았는데 이제는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며 “연령층은 주로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의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올댓재즈에 방문한 정효정(여·23) 씨는 “재즈 클럽에 처음 와봤는데 무대에 선 연주자들이 신이 난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재즈클럽을 함께 방문한 김정원(여·23) 씨는 “평소에 재즈 음악을 그리 자주 듣지 않았는데 이렇게 라이브 연주를 보니 일상을 탈피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재즈 클럽과 공연장 등에서 재즈를 연주하는 밴드 ‘고희안 트리오’의 리더 고희안 씨는 “재즈의 제일 좋은 점은 매번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똑같은 모습을 반복하지 않고 항상 무대마다 달라질 수 있어서 즐겁다”고 전했다.

 

함께 즐겨요, 재즈페스티벌

 

  우리 사회에서 축제를 음악과 함께 즐기는 음악 페스티벌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 중 재즈를 연주하고 즐기는 국내 재즈페스티벌은 대표적으로 서울재즈페스티벌과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있다. 이런 재즈페스티벌은 재즈의 저변을 넓히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재즈를 접할 기회를 제공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의 경우 프라이빗커브가 2007년 5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여는 것으로 시작해 매년 5월에 주최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규모를 늘려 야외 공연장인 올림픽공원에서 이틀간 행사를 진행한다. 19일과 20일에 열린 올해의 경우 브랜포드 마샬리스(Branford Marsalis), 마세오 파커(Maceo Parker), 그레첸 팔라토(Gretchen Parlato) 등의 해외 재즈 거장을 비롯한 40여 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프라이빗커브 측은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세계 음악 씬에서 힙한 아티스트를 국내에 소개하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선 재즈 외에도 팝 등 다양한 종류의 아티스트를 만나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재즈페스티벌’ 이름과 맞지 않다며 반론을 제기했지만,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는 “흥행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스위스 몽트뢰재즈페스티벌(Montreux Jazz Festival) 같은 유명 재즈 페스티벌에도 타 장르의 뮤지션들이 출연한다”고 말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자라섬청소년재즈센터가 2004년 9월 가평 자라섬에서 처음 개최한 이후 2009년부터 매년 10월에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재즈를 소개함과 동시에, 자연의 공간 ‘자라섬’에서의 축제를 도모한 것이 특징이다. 가평군청은 매년 페스티벌 기간 3일 동안 13만 여명 정도의 사람이 방문한다고 추정한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측은 20·30대 비율이 높긴 하지만 40·50대 중장년층도 꽤 있다며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이 온다고 밝혔다. 박정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프로그램 매니저는 “많은 재즈 페스티벌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위해 팝 아티스트를 초청하기도 하지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재즈에 기본 바탕을 두고 있는 아티스트를 중점적으로 초청한다”며 초청 가수의 조건을 설명했다. 올해 제 15회를 맞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10월

 

 

글ㅣ김도윤 기자 glossy@

일러스트ㅣ정예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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