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밤에도 30℃에 가까운 기온이 유지되는 초열대야 현상이 우리들의 잠자리를 괴롭히고 있다. 푹푹 찌는 여름밤을 에어컨 없이도 날 방법은 없을까. 11곳의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여름날 축제 ‘2018 한강몽땅’ 중 열대야에 즐길 수 있는 축제들을 소개한다.

▲ ‘한강 열대야 페스티벌’에 참여한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매트에 누워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누워서 콘서트 보고 LED 조명에서 인생사진 찍자!

▲ ‘몽땅 크루즈 타운’의 LED 하트 전시물 앞에서 모녀가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있다.


  여의도한강공원 물빛무대 둔치 바닥에 알록달록한 매트가 펼쳐져 있다. 땅거미가 내릴 때쯤 하나둘씩 자리가 메워지고 몇몇은 편히 누워 단잠에 빠진다. 곧이어 무대의 조명이 켜지고 누운 관객들 앞에 아티스트들의 개성 넘치는 공연이 시작된다. 무대 반대쪽 크루즈선착장엔 로맨틱 LED 포토존이 설치돼 연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강열대야페스티벌’과 ‘몽땅크루즈타운’ 행사가 시작된 여의도한강공원은 열대야를 나고자 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한창이다.

  지난 7월 20일 개최돼 이달 18일까지 진행되는 ‘한강열대야페스티벌’은 매주 금, 토 여의도물빛무대에서 오케스트라, 재즈 등의 환상적인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행사다. 공연 내내 무대 앞 둔치에 마련된 매트에 누구든지 편히 누워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어 일명 ‘눕콘’으로도 유명하다. 솔솔 부는 강바람을 맞으며 머리를 누이고 있다 보면 졸음이 쏟아지다가도 화려한 공연에 싹 달아나기도 한다. 여의도한강공원과 집이 가까워 가족들과 자주 나들이를 나온다는 김현필(남·41) 씨는 딸이 매트에서 해맑게 노는 모습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실 이런 공연은 처음 보는데, 아이도 좋아하고 가족이 즐기기도 좋은 거 같네요.”

  7월 27일엔 싱어송라이터 팀 ‘새우는고양이’와 퓨전국악 아티스트 팀인 ‘여자들 피리피그’가 물빛무대 위를 수놓았다. ‘여자들 피리피그’는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인 ‘My heart will go on’을 대금과 피리의 부드러운 선율에 얹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열대야를 잊기 위해 찾아온 최은서(여·16) 양도 친구인 문예린(여·16) 양과 감미로운 멜로디를 들으며 연신 흥얼거렸다. “앉아서 보는 형식적인 보통 공연과 다르게 누워서 하늘을 보며 공연을 들으니 더 편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어요.”

  여의도 이랜드크루즈 선착장 앞은 ‘몽땅크루즈타운’의 일환으로 로맨틱 LED 포토존이 마련됐다. 몽땅크루즈타운은 유람선과 함께 버스킹 공연, LED 포토존, 추억의 놀이 등을 즐기도록 준비된 행사다. 유람선 탑승은 유료이지만, 그 밖에 콘텐츠는 무료여서 어둠이 짙어지면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시민들의 소원이 적혀 있는 아크릴판을 LED로 밝힌 전시물은 최고의 포토존이자 다양한 소원을 읽을 수 있는 재미도 선사했다. 연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하트 모양의 LED 길, 꼬마기차, 트리 형식의 전시물 등도 카메라 셔터를 기다리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여행을 온 조영래(남·27) 씨는 화려한 LED 전시물을 배경으로 가족들과 사진 하나를 남겼다. “63빌딩 보러 왔다가 여기 경치가 좋아서 찾아왔어요. 예쁜 사진 찍고 좋은 추억 남기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합니다.”

▲ 반포 한강공원 ‘한강 데이트’에서 거리 예술가인 ‘퍼블릭버스’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다.

 먹거리와 볼거리로 쉴 틈 없는 ‘반포한강공원’

  “음악, 야경 그리고 먹거리를 한 번에 만끽할 수 있어요!” 7월 28일 한강반포공원에서 열린 ‘서울밤도깨비야시장’과 ‘한강데이트’ 행사는 시민들의 열대야 더위를 잊게 했다. 달빛광장엔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품은 푸드트럭과 잡화상점이, 옆 피크닉장엔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공연과 야경이 시민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은 19일까지 매주 금, 토 밤에 반포한강공원, 여의도한강공원에서 핸드메이드 물품과 청년 셰프들의 창의적인 푸드트럭 먹거리를 선보이는 축제다. 특히 반포한강공원 야시장은 ‘낭만달빛마켓’ 콘셉트로 달빛 아래 한강야경과 무지개분수가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야시장의 꽃인 푸드트럭에선 전, 곱창을 포함한 한식부터 스테이크, 쉬림프꼬치, 타코 등 각지의 세계 음식까지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대학원 수험생활을 치르고 있는 이치(남·28) 씨도 타코와 감바스를 먹으며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예쁜 조명이 있는 한강의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먹으니까 색다르네요. 대학원 수험생활에 확실히 힐링이 되고 잠시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었어요.”

  먹거리로 배를 가득 채우면 화려한 조명 아래 놓인 잡화상점이 눈길을 끈다. 액세서리, 애완용품 등을 파는 핸드메이드 잡화상점은 또 다른 야시장만의 매력이다. 액세서리를 직접 제작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밀 수 있고 지인과 상징적인 헤나를 새기기도 가능하다. 윤기현(남·18) 군도 친구들과 팔뚝에 새긴 헤나를 우정의 상징이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친구들과 우정을 다지기 위해 똑같은 문양으로 헤나를 했어요. 오랜 추억으로 남을 듯해요.”

  야시장에서 멀지 않은 피크닉장에선 ‘한강데이트’ 행사가 한창이었다. 한강데이트는 한강 야경 명소에서 전시물과 야외공연을 보며 ‘한강과 데이트를 한다’는 주제로 기획된 축제다. 7월 28일 반포한강공원을 시작으로 이달 19일까지 토요일마다 양화, 뚝섬 등지에서 개회된다.

  반포 한강데이트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는 내용을 담아 ‘달의 속삭임’이라는 테마로 진행됐다. 특히 한강 거리 예술가인 퍼블릭박스와 우연수 싱어송라이터가 위안을 주는 노래 가사를 직접 낭독하며 관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정나영(여·31) 씨는 친구인 매트 쿠퍼(matt cooper, 남·31) 씨와 잔잔한 선율과 한강의 야경을 물씬 느끼고 있었다.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감미로운 노래를 들이니 정말 멋지네요!”

  노란 전구 아래 한강야경 사진이 걸려 있는 전시물엔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최 측에서 시민들에게 받은 야경 사진을 실제 야경과 어울리도록 노란 전구가 달린 줄에 매달아 놓았다. 사진 뒷면엔 야경과 어울리는 낭만적인 시가 적혀 있어 감성을 더해준다. 오은혜(여·32) 씨는 연신 셔터를 누르며 노란빛에 반짝이는 사진에 흠뻑 빠져들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해 만든 전시물이라 그런지, 더욱 인상 깊은 사진들이에요. 감성적인 시도 한강야경에 엄청 잘 어울리고요.”

  한강데이트의 배턴은 반포, 양화를 넘어 11일 뚝섬한강공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반포한강공원은 아름다운 야경과 다채로운 먹거리로 열대야를 잊을 수 있는 멋진 피서지다.

 

▲ 지난 7월 27일, 시민들이 청담대교 아래에서 희망 테마의 <얼리맨>을 관람하고 있다.

 영화관으로 탈바꿈한 ‘청담대교 다리 밑’


  해가 뉘엿뉘엿한 토요일 오후 8시 뚝섬한강공원 청담대교 밑,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 뒤로 못 보던 대형스크린이 눈에 띈다. 흰색 좌석도 갖춰져 흡사 영화관을 방불케 한다. 몇몇 관람객들은 돗자리를 펴고 치킨과 맥주를 세팅한다. 이내 자유롭게 대화가 오고 가는 분위기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지난 7월 21일부터 시작된 ‘한강 다리밑 영화제’로 청담대교 밑은 토요일마다 이색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한강 다리밑 영화제는 8월 18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청담대교, 천호대교, 원효대교, 서울함공원 등 다리 밑 네 곳에서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행사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밤에 도심 속 가장 시원한 야외 상영관이 마련된 것이다. 상영되는 영화는 희망, 사랑, 환상, 화해, 행복 등 다섯 가지 테마로 선별된 작품으로 청담대교에선 <코리아>, <행복까지 30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장에서 시민들을 안내하던 박재영 한강다리밑영화제 기획팀장은 상영하는 영화의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더운 여름날에 시민들이 강가 바람을 쐬면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끔 기획된 영화제예요. 되도록 시민분들이 무료로 언제든 와서 즐기도록 대중성과 장르의 다양성을 고려해 상영할 영화를 선정했습니다.”

  다리밑 영화제의 진정한 묘미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영화를 즐긴다는 점이다. 친구, 애인과 담소를 나눠도 탁 트인 공간 덕분에 영화 감상에 큰 지장이 없다. 시험이 끝나 남양주에서 스트레스 풀러 온 김예은(여·16) 양도 같이 온 친구와 영화를 보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친구들끼리 더욱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나와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니까 너무 즐겁습니다. 일상에서 지친 분들이 찾아오면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요.”

  팝콘 대신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과 함께 영화를 만끽하는 점도 다리 밑 영화제만의 강점이다. 뚝섬한강공원 주변에 배달문화가 발달한 만큼 치킨, 떡볶이, 피자 등 다양한 배달음식과 더불어 근처 편의점에서 즉석라면도 맛볼 수 있다. 페이스북 홍보를 보고 찾아온 황준식(가천대 바이오나노학14) 씨의 돗자리에도 치킨 한 마리가 먹음직스럽게 놓여있었다. “영화관 안에서는 조용해야 하고 음식도 못 먹지만, 여기서는 영화 보면서 이야기도 마음껏 하고 음식도 먹을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인 거 같아요.”

  한강 다리밑 영화제를 즐길 기회는 11일, 18일 두 번밖에 남지 않았다. 열대야에 더워진 방에서 잠을 설치기보다 한강 다리 밑에서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영화와 먹거리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글│김인철 기자 aupfe@

사진│고대신문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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