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호선 동묘앞역 2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으면 템플스테이 체험이 가능한 낙산묘각사를 찾을 수 있다.

  동묘앞역 2번 출구에서 왼쪽으로 오르막길을 10분가량 오르면 알록달록한 사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택가 사이에서 홀연히 나타난 듯한 낙산묘각사는 본교 서울캠퍼스 기준으로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찰이다. 본교 가까이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전통불교 문화와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낙산묘각사의 산문(山門)을 열어젖히고 1박 2일 여정에 빠져보자.

 

전통불교 매력에 빠지다

  “템플스테이는 오늘, 내일 스님의 생활을 잠깐 경험하는 겁니다. 따라서 저는 여러분을 인솔하면서 스님다워지도록 불교의 가르침, 수행 등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낙산묘각사 템플스테이는 여은 스님의 오리엔테이션(OT)으로 시작된다. 올해만 1700명의 외국인이 다녀간 낙산묘각사 특성상 영어에 능숙한 여은 스님이 한국어, 영어로 번갈아 진행한다. OT 시간에는 템플스테이의 규칙에 불교의 가르침을 간략히 소개한다. 마음을 주제로 한 가르침은 종교를 벗어나 스스로 욕심에 빠지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만든다. 친구와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이지연(한림대 간호16) 씨도 스님의 말씀에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사람의 욕심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제는 저부터 내려놓는 방법을 배워야겠어요.”

▲ 불상 앞에 공경하는 마음을 표시하는 예불은 오전 5시와 오후 5시에 진행된다.

  OT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웠다면, 공경하는 마음의 표시를 불상 앞에 드리는 예불 시간엔 전통불교 문화를 공부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하루 세 번의 예불 중 오후 5시 예불과 오전 5시 예불에 참여한다. 특히 예불 직전 스님과 함께 타종을 치는 프로그램은 많은 참가자가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다. 타종을 직접 치는 경험이 색다르고 청아한 소리에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불교는 예불하기 직전인 오후 5시경엔 28타를, 오전 5시경엔 33타를 친다. 이는 33개로 나뉜 하늘과 28개로 나뉜 지옥을 향해 울린다는 종교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묘각사는 주변에 주택가가 많아 오후 7번, 오전 5번 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새벽 타종에 참여한 박세영(여·27) 씨는 상쾌한 새벽 공기와 타종 소리에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종소리가 청아하고 맑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오히려 새벽에 하니까 피곤하기보다 스스로 깨끗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몸과 마음의 수양

▲ 108배를 할 때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올리는 행동에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존경을 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러분이 절하는 순간 ‘잘못했습니다’의 에너지가 나옵니다, 이 에너지는 마음을 청소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108배는 템플스테이에서 스님들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불교의 수행방식이다. 사람이 만드는 108번뇌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것이 108배의 목표다. 108배의 자세는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가 방석에 닿아야 한다. 이어 엎드린 채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올렸다가 내린다. 이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존경합니다’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마음을 유지하며 절 한 번에 염주 한 알을 꿰어 108배 염주를 만들고 염주를 보며 그 마음 되새기는 것이 108배의 목적이다. 108배를 막 마친 강희은(전북대 생명공학16) 씨는 편안한 미소를 보였다. “108배가 힘들다고 들었는데, 막상 몸은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모든 것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어요. 108배를 하며 사소한 부분에서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8배 수행이 끝난 후엔 20분 동안 앉은 자세로 명상을 하며 자신의 호흡과 마음에 집중하는 명상 체험이 이어졌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장시간 명상하는 실제 스님들처럼 잠시라도 자신에 몰두해 본다. 명상은 현대인들이 남의 시선과 마음은 신경 쓰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것에 자신의 마음을 찾으라는 의미로 ‘where is my mind’라는 화두로 진행됐다.

  여은 스님은 명상하는 모습을 시범하며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명상은 마음의 근육을 단련합니다. 마음의 근육이 없으면 쉽게 좌절하고 병에 걸리죠. 하지만 명상을 통해 마음의 근육을 단련한다면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명상은 스님의 알림과 함께 20분간 진행됐다. 명상할 때는 졸지 않도록 눈은 반만 감고 움직이지 않은 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가만히 있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익숙해지면 평소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되돌아 볼 수 있다. 서진명(여·27) 씨도 명상하며 온전히 자신만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표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도 찾고, 요즘 무슨 생각을 안 하고 살았는지 되짚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스님과의 다도 수행

  스님과 템플스테이를 함께한 참가자들끼리 차를 나눠 마시는 다도도 템플스테이에서 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다. 3인조로 진행된 다도는 주인 역할을 맡은 1인이 차를 우리고 이를 손님 역할의 두 명에게 차를 대접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인 역할은 “차 드시지요”라고 말하고 차를 내주며 상대방에 대한 감사함과 예를 전한다. 손님 역할은 차가 옅으면 “차가 매우 가볍습니다”, 쓰면 “차가 매우 깊습니다”, 맛이 좋으면 “차 맛이 매우 좋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예의를 표한다. 이처럼 차 맛은 중요하지 않고 차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대를 향한 감사함과 존중심을 함양하는 것이 목표다.

  다도의 과정에서도 불교 사상이 들어있다. 다도에서 차를 따를 때는 차를 우려내는 ‘다관’에서 바로 찻잔에 따르지 않고 ‘속우’에 담았다가 다시 찻잔에 따른다. 이는 다관에서 바로 따르면 잔마다 차 맛이 바뀌기 때문인데, 여기서 모두에게 공평한 차 맛을 대접하고 싶은 불교의 평등사상을 엿볼 수 있다. 손님 역할을 맡은 서정희(여·26) 씨는 차 맛에 빠져 금방 첫 잔을 비워냈다. “차가 굉장히 맛있고 마음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다도 세트 구비를 고민하게 되네요!”

  다도 수행은 스님과의 대화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때 참여자들은 스님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나 고민을 털어놓으며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여은 스님은 질문이 끝난 후 참여자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하며 다도를 마무리했다. “힘들 때 상황을 바꾸기란 어렵습니다. 그럴 땐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글│김인철 기자 charlie@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