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중계’, ‘우리말 겨루기’, ‘1대 100’, ‘생생 정보통’ 그리고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프리한19’까지. 제목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이 프로그램들은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한석준(재료공학과 94학번) 교우가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큰 키와 깔끔한 외모,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그는 녹화를 하는 매순간이 너무 즐겁다고 말한다. 지난 8월 중순, 스튜디오에서 영화 프로그램 녹화를 마치고 온 뜨거운 열정의 그를 만났다.

 

  대학생 한석준의 좌절과 고민

  수학에 재능이 있던 그는 1994년에 본교 공과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입학 후 첫 일반화학 시험에서 꼴등 성적을 받았다. 단단한 각오로 임한 다음 시험들에서도 줄곧 밑에서 10등을 벗어나지 못했다. 학업에서 계속된 좌절을 경험하자 그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20대였을 때 생각이 많았어요. ‘나는 어떤 사람일까’와 같은 철학적인 고민도 많이 했죠.”

  강의실보다 학교 앞 만화방에 더 자주 갔던 한석준 아나운서는 참살이길에서의 추억이 많다. “여느 대학생처럼 술도 많이 먹었죠. 참살이길에 내가 들인 시간과 돈으로 아마 참살이길을 샀을 수도 있을걸요?” 방황의 끝을 보지 못한 채 군에 들어간 그는 제대 이후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다같이 ‘놀고 마시던’ 신입생 때와는 달리, 친구들이 학업에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됐다. 전공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다른 학과를 갔어야 했나’하는 생각도 자꾸 들었다.

 

  우연한 계기로 운명의 직업을 만나

  “군 제대 후 우연히 아리랑TV에서 MC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근데 해보니까 되게 재밌었고 이게 ‘일’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들더라고요.” 한석준 아나운서는 대학생 시절 방송을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학창시절 방송반 경험도 없었다. KBS 공채도 친한 지인이 시험 응시를 권해 별 기대 없이 지원한 것이었다. “야구를 너무 좋아해 야구 중계를 즐겨 보긴 했지만, 그 직업을 내가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렇게 공대생이었던 그는 덜컥 KBS 29기 공채 아나운서로 뽑혔다. “저를 뽑은 실장님이 ‘너의 가능성을 봤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아나운서가 된 이후 그는 이 직업이 자신에게 매우 잘 맞고 자신이 방송인으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적으로 너무 행복했던 지난 20년이었어요.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한 고민도 많이 했고 행복했습니다. 아직까지 전현무가 맨날 ‘노잼 대마왕’이라고 놀리긴 하지만요. 하하”

 

  출판사, 제작사 그리고 유튜브까지…

  한석준 아나운서는 방송계에서 일을 하며 ‘방송 콘텐츠 발전에도 직접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현재 방영 중인 MBC 드라마 <시간>의 제작사 ‘실크우드’ 공동 설립을 시작으로, 그 꿈을 이뤄가는 중이다. “단순히 드라마 제작사가 되는 게 목표는 아니에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죠.”

  그는 또한 출판사 ‘비단숲’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비단숲’은 드라마 <시그널>, 영화 <소공녀> 등의 대본을 출판했고 조만간 <북경식탁>이라는 책도 내놓는다. 전반적으로 시장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출판업계에서 그는 “예술과 사업의 조화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예술이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금융이 붙어줘야 해요. 금융이 개입되지 않으면 예술 산업이 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한석준 아나운서는 올 가을 첫째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유튜브 채널 ‘책 읽어주는 아빠곰TV’를 연 이유다. “아빠가 된 모습을 상상해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내 모습을 떠올려봤어요. 그럴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을까 고민이 됐고, 다른 아빠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죠.” 그는 영상 속에서 곰 동물 잠옷을 입고 <아기돼지 삼형제>, <인어공주>와 같은 동화책을 읽는다. 등장인물에 따라 목소리를 바꿔가며 동화 <방귀쟁이 며느리>를 맛깔나게 읽는 영상은 조회 수가 2500회를 넘었다.

  그는 이루고 싶은 꿈이 가득한 ‘욕심쟁이’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온갖 일들을 다 해보고 싶어요.”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대륙, 대양 횡단을 꿈꾸던 그는 요즘 오토바이를 타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임신 중인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는 시간이 줄긴 했지만, 그것 또한 그의 행복이라고 전한다. “나이가 40대 중반인데도 내가 갖고 있던 꿈은 여전히 달라지고 있어요. 꿈이 없든, 달라지든 이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길 바라요.”

 

  당장의 성취보다는 많은 경험이 중요해

  여느 꿈을 이룬 선배들처럼 한석준 아나운서는 후배들에게 ‘독서를 통한 성장’을 강조했다. 책을 읽으며 한 인간의 인격이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업가이기도 한 그는 “채용과정에서 ‘스펙’의 미묘한 차이보다는 지원자의 인성을 훨씬 더 고려한다”고 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겪어보지 않은 삶에 대한 이해가 많아져요. 그리고 그 이해가 아주 많은 일을 좌우할 거예요.” 그에게 독서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에서 경험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책, 영화, 연극, 뮤지컬 같은 것들로 간접경험을 많이 해보세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한석준 아나운서는 ‘뭘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날 것을 조언했다.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규정하는 틀이 될 뿐이라는 이야기다. 대학생 시절 스스로 좌절을 겪었던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는 해야 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는 거죠. 이제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걸 도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학점과 스펙에 매달리는 후배들이 안쓰러웠던지, 그는 진심 어린 조언을 덧붙였다. “인생의 승부는 일찍 나지 않아요. 하나의 방식에 너무 몰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여러분의 눈에는 당장 앞에 놓인 목표가 더 크게 느껴지겠지만, 전체 인생을 놓고 보면 성취 이후의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글│곽민경 기자 zulu@

사진│한예빈 기자 lima@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