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발달장애인이 노동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자신의 적성을 알고, 실제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전국의 특수학교에서 제조업 위주의 직업 교육을 제공하는 가운데, 최근 발달장애인들의 맞춤형 취업 지원을 위한 ‘발달장애인 훈련센터’가 전국에 유치되고 있다. 하지만 훈련센터의 직업교육 역시 관련 직종의 취업을 담보하지는 못해 다양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조업 위주로 이뤄지는 교육

발달장애 학생들의 직업교육은 직업에 대한 인식교육에서 시작해 다양한 직업체험, 그리고 구체적인 업무의 기술습득으로 이어진다. 초‧중학교 시기의 발달장애 학생들은 ‘직업이 무엇인지’, ‘왜 직업을 가져야만 하는지’, ‘직업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배우며 직업에 대한 인식을 강화한다. 밀알학교 교사 A 씨는 “지적장애 학생들이 직업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체득할 수 있도록 한다”며 “학생들은 직업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며 앞으로의 직업 탐색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직업의식을 고양한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직종을 탐색하며 실습을 진행한다. 이때 특수학교 졸업생들이 가장 많이 취직하는 제조업 분야의 기능습득이 주가 된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8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특수고등학교 졸업생 취업자 97명 중 절반에 가까운 41명이 제품제조업에 취업했다. 성베드로학교 최민식 특수교사는 “콘센트 조립, 볼펜 조립 등의 작업을 주로 학습한다”며 “업체와 협약을 맺어 학생들이 직접 조립한 콘센트를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 실제 편의점, 병원과 똑같이 조성된 직업 체험관의 모습이다. 이곳에서 발달장애 학생들은 제품정리, 고객응대, 사무행정, 주방보조 등의 업무를 경험하며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간다.

  맞춤형 교육 위한 발달장애인훈련센터 확충

  근래에는 발달장애인들이 제조업 분야를 벗어나,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도록 현장중심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2015년 11월 ‘발달장애인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발달장애의 특성에 맞는 최적화된 직업교육훈련을 제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특히 발달장애 학생들도 진입 가능한 서비스 업종 교육이 주요 과제로 부각되면서, 특수학교는 학생들이 서비스직을 직접 경험해보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성베드로학교에는 실제 업무를 체험할 수 있는 카페, 주방, 공방이 마련돼 있다. 최민식 교사는 “학교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학생들이 교직원에게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어서 직접 서빙하며 서비스직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에게 맞춤형 직업훈련과 사회적응훈련을 제공하는 발달장애인훈련센터도 전국에 설립·확충되고 있다. 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실제 업무환경과 유사한 직업체험관을 조성하고 있어 발달장애학생들이 다양한 직무를 경험해볼 수 있다.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 최민호 과장은 “발달장애 학생들은 비장애인처럼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직업세계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기 어려우므로 여러 직업을 체험해볼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편의점, 옷 가게, 교육청, 영화관, 병원 등을 실제처럼 만든 다양한 특화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발달장애 학생들은 제품정리, 고객응대, 사무행정, 주방보조 등의 업무를 경험하며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간다.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 직원 B 씨는 “학생들이 여러 직종을 경험해보며 스스로 직업 선호를 찾기도 하고, 교사들이 학생마다 잘 수행하는 직종을 판단해 취업으로 연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체험식 교육은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직업의식을 갖추는데 도움을 준다.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 최민호 과장은 “발달장애 학생들이 직업체험관에서의 경험을 통해 ‘아, 나도 이 직종은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는다”고 전했다.

 

  아직까진 아쉬운 고용 연계율

  하지만 발달장애학생들이 발달장애인훈련센터와 특수학교에서 경험한 업무와 무관한 직종에 취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훈련교사들의 아쉬움이 이어진다.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 직원 B 씨는 “학생들이 체험을 통해 자신의 직업 선호를 알게 되고, 훈련을 통해 직무에 익숙해지더라도 교육받은 것과 같은 직종에 취업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옷 가게에서의 업무를 능숙하게 했는데도 해당 업종의 장애인 고용인원이 많지 않을 시 어쩔 수없이 제조업으로 가곤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장애 유형에 적합한 새로운 일자리를 개발할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선 지적장애인 세차원, 시각장애인 헬스키퍼 등의 다양한 고용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발달장애인훈련센터와 일반기업과의 고용 연계도 주요 방안으로 꼽힌다.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 직업훈련교사 B 씨는 “교육청이나 일반 기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서 발달장애학생들의 고용 연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송채현 기자 bravo@

사진제공|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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