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촌언니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를 일상으로 접하다보니, 커가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삶과 그 가족이 직면한 어려움에 관심 갖게 됐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약자들 중 장애인에게 보다 눈길이 갔고, 그들이 겪는 아픔에 내 일처럼 공감했다. 그렇게 '내겐 장애인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자리하고 있다' 고 자부해왔다.

  사촌언니를 생각하면 ‘알록달록한 그림’이 떠오른다. 언니는 만날 때마다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가져와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다. 도와주려고 크레파스를 꺼내 색칠했을 때,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색이면 화를 내는 제 작품에 엄한 예술가였다. 그래서 다운증후군과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장애인 노동에 관해 취재하며 지적장애인 예술가와 계약을 맺고 그들의 작품 활동을 돕는 사회적 기업 '같이걸을까'의 최은호 대표를 만났다.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오랫동안 품은 질문을 던졌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촌언니도 그림 그리기를 참 좋아해요. 지적장애인들이 예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죠?” 당연히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았던 최 대표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했다. “장애인도 우리처럼 각자 좋아하고 잘하는 게 달라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 하는 사람도, 전혀 관심 없는 사람도 있죠. 같은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잘하고 좋아하는 게 같진 않아요.”

  얼굴이 빨개졌다. 그동안 나는 사촌언니를 한 명의 ‘사람’이 아닌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자기만의 취향과 특기가 있는데 같은 장애를 가졌으니 ‘이럴 거야’라고 일반화 해왔다. 동료 기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누가 나를 연민, 동정하는 게 싫어. 마치 나보다 위에 있다고 여기는 것 같잖아.” 어쩌면 나도, 장애인들을 연민하고 동정했기에, 사촌 언니의 특징을 다운증후군의 특징이라 여겨버린 것 아닐까. 이젠 언니를 ‘한 명의 내 주위사람’으로 진심을 다해 동행하려 한다.

 

글|송채현 기자 bravo@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