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이 가고, 매년 찾아오지만 별안간 반가운 계절인 가을이 왔다. 선선한 가을은 예민하고도 작은 소리가 유독 많은 계절이다. 캠퍼스 벽돌과 계단 틈 사이를 따라 살살거리는 바람 소리부터 다람쥐 길의 참새가 통통 튀는 소리까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작은 소리가 고려대학교를 가득 울린다.

  그러나 이러한 소리는 워낙 소소해서 자칫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큰 소음들에 묻혀 버리기에 십상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가을귀’, 날카롭게 곤두선 감각과 민감한 촉으로 가을의 작은 소리도 포착해내는 귀라는 뜻이다. 이번 1857호가 그러했듯, 앞으로의 고대신문은 학우들의 ‘가을귀’가 되어야 한다.

  대부분 알찬 소식이 많았던 이번 호의 아쉬운 점을 한 가지 뽑자면 바로 1면이다. 홍보관을 떠나며 철거를 아쉬워하는 학우들의 마음이 담기기는커녕, 딱딱한 ‘이사 시작’이라는 글과 시퍼런 트럭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진은 다소 밋밋했다. 오히려 홍보관을 떠나기 전 짐을 옮기는 학우들이나 동아리 방에서 함께 웃으며 모여 있던 모습을 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호에서의 고대신문의 가을귀 다운 면모는 사회면에서 볼 수 있었다. 6면에서 7면으로 이어지는 사회면은 장애우의 노동과 직업에 관한 이야기들로 꾸려졌다. 그중에서도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들의 급여 또한 정부 차원에서 지원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임금을 정부의 보조금 없이 고용된 장애인들이 낸 수익만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불리하고 씁쓸한 실상을 고대신문의 기사가 아니었다면 속속들이 알 수는 없었을 것이기에 이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인 기획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소외된 이들의 얘기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 오래 머물지 않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소식을 전한 8면도 소소함이 가득했다. ‘아랑졸띠’에서 소개한 작은 카페와 카메라 사계에서 조명한 파이빌 가을밤 라이브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파이빌은 학교 내에 문과캠을 지나다니는 학우라면 한 번쯤 본 건물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어떤 전시를 하는지, 더군다나 저녁에 하는 공연이라면 주의 깊게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행사였을 것이다. 아마 이 기사들 덕에 많은 학우가 숨겨져 있는 일상을 찾아내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더욱 세세하게 담고 지나쳐 지나갈 법한 뉴스를 보도하는 고대신문이 되었으면 한다.

 

박세원 (생명대 식품공학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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