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를 지배하는 자, 그가 바로 인간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다.”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소설 <향수>를 빌려서 이렇게 말했다. 소설 속 대사처럼 인간은 현실에서도 무수히 많은 향을 맡고 향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향이라 하면 단순히 몸에 뿌리는 향수만을 떠올렸지만, 최근엔 디퓨저와 향초를 비롯한 향 제품들이 점점 늘어나며 일상 속에서 향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성장하는 ‘향기 시장’…제품군 다양화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향기 시장이 연평균 6.8% 성장해 2017년 기준 약 3조원 규모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존 향 산업을 대표하던 향수 제품군 매출이 성장세에 있고 디퓨저, 탈취제, 방향제를 포함한 제품군이 다양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헬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디퓨저, 캔들 등 실내 방향제의 매출은 전년 대비 90%, 향기 관련 제품의 경우엔 약 2배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디퓨저를 꾸준히 자취방에서 사용한다는 김현영(부산대 기계공학14) 씨는 “좋은 향기가 나는 곳에 들어가면 기분도 함께 좋아진다”며 “방뿐만 아니라 나쁜 냄새가 나기 쉬운 화장실에도 둔다”고 말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대학생들의 경우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DIY 공방 등에서 원하는 향을 만들기도 한다. 머무르는 장소에 디퓨저를 애용하는 박지흠(경상대 경영정보학14) 씨는 “가격대를 올리며 좋은 제품들도 써봤지만 아쉬운 부분이 남았었다”며 “직접 원하는 대로 만들고 싶어서 향수 공방에서 만든 DIY 디퓨저를 써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문화‧예술 분야로 확장되는 향 산업

  최근 향기 산업은 향수나 디퓨저 외에도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분야에 접목돼 공연이나 전시회에 활용되기도 한다. 향과 미술을 접목한 전시회에 참여한 윤도환 ‘DWAN’ 대표조향사는 “요즘은 향을 다른 예술과 함께 아트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향 관련 전시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향 산업의 성장 흐름에 발맞춰 국내 화장품 업계도 관련 분야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해외 기업에 비해 빈약했던 향 연구 조직을 강화하거나, 전문 브랜드를 출범해 향과 관련된 전문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 국내 최초로 향 전문 연구소 ‘센베리퍼퓸하우스(Scent Berry Perfume House)’를 개소한 ‘LG생활건강’에 이어, ‘아모레퍼시픽’ 또한 2014년부터 서울 본사에 향 전문 연구소인 ‘프래그런스랩(Fragrance Lab)을 운영 중이다. 김후덕 센베리퍼퓸하우스 팀장은 “향을 통한 감성 마케팅이 각광받으면서 업계에서도 향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박성수 기자 yankee@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