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연전을 알리는 지난 1859호 고대신문을 보고 작년의 분노가 떠올랐다. 학교에 다닐 때 고연전을 이기면 기분이 좋고 지면 나쁜 정도였다. 그런데 이 고대라는 학교는 졸업하고부터 본격적으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지난해 고대빵인지 오대빵인지 깨지고 나니까 참새들이 단체로 “고대에서 판다는 오대빵 먹어봤냐”며 짹짹거렸다. 처음에는 뭐 어쩌라는 거야 했는데 ‘고대 5패 실화임?’ 짤방 공격이 계속되자 나중에는 다 파괴하고 싶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잠복한 참새가 이렇게 많은지 새삼 알게 되었다. 우리집에서 한동안 숨도 못쉬고 숨어있던 참새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5:0’이라고 뻔하고 (신)촌스러운 제목을 붙인 연세춘추를 갖고와 전시해놓았다. 기가 찼다. 그때부터 올해 승리를 간절히 바랐다.

  나와 같은 심정인 재학생·졸업생이 많을 것이다. 멀찌감치 떨어진 나도 이런데 선수들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고연전을 예고하는 1859호 신문은 그런 (분노 내지는) ‘간절함’을 전하는 데 인색했던 것 같다. 1면 제목이었던 ‘기필코 승리를 되찾아 오겠습니다’처럼 승리를 염원하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학생의 간절한 목소리가 더 부각됐다면 그걸 본 사람들도 더 소리 높여 응원할 것 같은데 말이다. 기사 상당 부분을 전력 분석과 종목 특징 설명에 할애했지만 전력이 뒤진다고 응원을 관두지 않으며 게임 규칙을 잘 몰라도 고연전 보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반면 고연전을 준비하는 다양한 사람들(방송국, 응원단, 후원회, 디카츄)의 기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이 글이 실리게 될) 1860호 신문에는 승리한 선수들과 목이 쉰 학생들의 현장 목소리가 많이 담겼길 바란다.

 

  2# 지난해 0대5 패배는 사실 5대0 승리만큼 대단한 ‘사건’이었다. 1승2무2패쯤 해서 진 것과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면 고대신문도 달랐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신문은 우리가 ‘0대5로 패배’했고 그것이 ‘사상 처음’이라는 가장 중요한 팩트도 기사에서 빠뜨렸다. (대패로 마음이 아팠겠지만) 고대신문이 갖는 역사 기록으로서의 역할 수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이번 1859호도 종목별 기사만 있을 뿐 종합 기사는 없었다.

 

  3# 1859호에서 가장 집중해서 본 기사는 ‘공짜 아침밥’을 주는 성복중앙교회 길성운 목사 인터뷰였다. 성복중앙교회는 무료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새벽만나’를 운영하는데, 하루 평균 100명 넘는 학생이 아침밥을 먹고 있다고 한다.

  100명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길 목사가 공짜 아침밥을 주게 된 사연을 감안하면 100명 숫자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길 목사는 “고려대의 학생식당은 반찬 가짓수에 따라 밥값을 내는데, 밥값 아끼려 콩자반 한 접시 집는 데도 몇 번이나 망설이다 집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이제 돈 없으면 좋은 대학도 못 간다’고 말한다. 그런데 소위 명문대로 불리는 곳에 다니는 학생들이 (소중한) 아침잠과 공짜 아침밥을 맞바꾸고 있다. 그 수가 매일 100명이나 되는 것이다. 그 100명이 누구이고 왜 그곳에 있는지는 경우에 따라 많은 사회적 함의를 가질 수 있다. 학교는 자선단체가 아니지만 한 학기 수 백 만원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밥을 못 먹어서 학교 밖에서 밥을 먹는 것을 정상적이라 할 수는 없다.

 

박상기(역교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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