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연전은 첫날에 이어 둘째 날도 어김없이 폭우가 쏟아졌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끊임없이 내리는 비에, 꼭두새벽부터 머리를 싸맨 이들이 있다. 고연전의 사소한 장면까지도 학생들에게 속속 중계하고자 쉴 틈 없이 일하는 본교 KUBS 방송국원들이다.

  요란한 빗소리만 들리는 깜깜한 새벽 4시, KUBS 방송국원들은 본교 미디어관 지하에 위치한 편집실에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들의 걱정은 ‘폭우를 뚫고 럭비 생중계를 할 수 있을까’였다. 중계차를 이용하는 야구‧축구 경기와 달리 럭비 경기는 카메라 설치부터 전선 연결까지 방송국원들이 모든 준비를 몸소 해야 한다. 우천 시에 방송에 어려움이 많은 이유다. 감전사고의 위험을 고려해 고민 끝에 럭비 경기 생중계는 내부적으로 취소했다. 김요한 KUBS 국장은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각종 카메라 장비들도 일찍이 대여했고, 국원들이 럭비 경기 중계에 입힐 자막과 CG도 밤을 새 만들었는데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돼 안타깝습니다.”

  이른 아침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 도착한 KUBS는 다행히 STN(New Media Sports Broadcasting)과 협상해, STN에서 찍은 영상에 KUBS 아나운서의 중계를 입힐 수 있게 됐다. 중계문제가 해결되자 경기 송출을 위한 이들의 업무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빨강 우비를 덧입은 방송국원들은 영상카메라와 중계차를 연결하는 라인을 다 함께 당기고,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둘 셋씩 힘 모아 옮겼다. 자신이 담당할 카메라가 비를 맞아 고장 나지 않도록 레인커버를 꼼꼼히 씌우던 이종원(정경대 경제18) 씨는 갑작스레 생긴 문제에 걱정이 어려 있었다. “카메라 위에 세우려 했던 천막이 관중석을 가려 설치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어, 레인커버를 점검하고 있었어요.”

  쏟아지는 빗줄기에 송출이 쉽지 않았으나, 처음 경험하는 고연전과 방송국원으로서의 역할에 들뜬 이들도 있었다. 김윤서(사범대 지교18) 씨는 첫날 빙구 승리의 벅참이 가시지 않은 듯, 취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어제 빙구 경기에서 이겨서 엄청 기뻤어요! 덕분에 오늘도 신나서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KUBS의 중계본부는 STN의 차량 옆에 세워졌다. 빨강 후드티를 입은 두 아나운서는 총 디렉터의 사인에 맞춰 여유로운 미소로 중계를 시작했다. 아나운서의 오른 편에는 제작부장이 다급한 손길로 콘솔을 만지며 음향을 조절했다. KUBS의 방송 송출 과정이 평탄치만은 않았다. 갑작스레 중계석의 경기 화면이 나오지 않아 방송국원들이 진땀을 빼는 일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작된 KUBS의 럭비 중계는, 학생들에게 흥미진진한 해설과 소소한 즐거움을 제공했다.

 

글|송채현‧박진웅 기자 press@

사진|류동현 기자 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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