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플랫폼의 오디오북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책을 들을 수 있다.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하지만 모니터와 핸드폰 화면을 하루종일 쳐다보며 사는 현대인에게 독서는 또 하나의 ‘일’이 돼가고 있다. 이에 ‘오디오북’이 최근 새로운 독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오디오북은 ‘읽는 책’이 아닌 ‘듣는 책’으로 운전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도 편하게 독서가 가능하고 눈으로 읽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출판 업계와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들도 오디오북의 장점에 주목하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는 선풍적 인기, 국내는 태동 단계

  미국에서 오디오북은 일찌감치 구글과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진입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미국오디오출판협회(APA)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오디오북 판매 건수는 8950만 건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고, 미국인의 24%는 오디오북을 들어 본 경험이 있다. 미국 전자책 분석 사이트 굿이리더닷컴은 세계 오디오북 시장이 2013년부터 연평균 20.5% 성장해 2016년 기준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35억 달러(약 3조948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해외에서 이미 오디오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반해, 국내 산업 규모는 아직 세계 오디오북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 국내로 유입돼 시장이 형성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몇몇 업체들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올해 7월 오디오 플랫폼 서비스인 ‘오디오클립’에서 유료 오디오북을 출시했는데, 이는 한 달 만에 5000권 판매를 돌파했다. 유명 배우나 작가가 오디오북 제작에 참여한 상품도 출시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커뮤니케이션북스 천호영 디지털사업부장은 “5월 출시한 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의 경우 정가 7만 원이라는 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현재 1만 권 이상 판매됐다”며 “국내 오디오북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오디오북 시장이 반향을 일으키는 징조가 보이자, 최근 침체된 출판 산업에 오디오북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환희 미래산업팀장은 “오디오북이 침체된 출판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중소 출판 업체도 초기비용과 제작비를 줄일 수 있게 투자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영상 콘텐츠에 피로 느껴 오디오북 손길

  소비자들이 오디오북을 선택하는 데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편리함’이 선택의 가장 큰 이유다. 종이책은 눈으로 읽어야 해 장시간 독서 시 피곤함을 느끼기 쉽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오디오북은 이어폰만 끼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편하게 책 내용을 들을 수 있다. 김우영(연세대 언더우드학16) 씨는 “책을 눈으로 읽기 귀찮을 때나 집중하기 힘들 때 오디오북을 듣는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류영호 차장은 “오디오북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책에 대한 관심과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게 도와준다”며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스피커 등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디오 콘텐츠에 지친 현대인들이 눈을 쉴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를 찾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천호영 디지털사업부장도 “오디오북이 인기 많은 미국에서는 차량에 오디오북 어플리케이션이 장착돼 출시된다”며 “눈은 쉬면서 귀를 열어 영상 기반 콘텐츠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선미(여‧47) 씨도 “글, 그림 없이 오직 귀를 통해 소리로만 들으니까 눈이 편하다”며 “장면 묘사를 통해 상상력이 자극돼 좋다”고 말했다.

  오디오북을 단순히 독서 방법의 한 가지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글을 배우기 이전의 유아들에게 적합한 교육 매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중랑숲어린이도서관에서 NFC(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해 오디오북을 교육에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 중랑숲어린이도서관 이지유 운영총괄은 “스마트폰을 종이책에 태그하면 오디오북이 흘러나오는 시스템을 활용 중”이라며 “주로 어린이 도서로서 아직 글을 잘 읽을 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서 도입했고 이용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디오북 발전해도 종이책 안 사라진다

  오디오 플랫폼의 발달 덕분에 오디오북 녹음에 참여하는 제작자도 다양해졌다. 전문 성우부터 시작해서 유명 배우, 작가 심지어 아이돌까지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유명인들을 오디오북 낭독자로 섭외해 성공한 대표적 예시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창작자들이 참여해 낭독자의 음성을 통해 작품을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라며 “아이돌 GOT7 진영이 낭독한 <어린 왕자>와 김영하 작가가 직접 낭독한 <살인자의 기억법> 판매량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책을 읽는 것 대신 문자를 음성으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인 TTS(Text-to-speech)가 오디오북에 활용되기도 한다. TTS는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기술인데, 아직은 소리에서 기계음의 느낌이 나 괴리감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단계다. 김환희 팀장은 “오디오북 녹음에 보조 자료로 사용되는데, 문학 장르를 소화하기까진 한참 멀었다”면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교해지고 있는 데다 최근 네이버가 우수한 음성 데이터 기반과 인공지능의 콜라보 기술을 개발해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디오북 기술과 플랫폼의 성장세에 일각에선 먼 미래엔 오디오북에 의해 종이책이 종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오디오북과 종이책은 결국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류영호 차장은 “전체 출판 산업에서 오디오북이 ‘책의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콘텐츠의 매력도에 따라서 같은 책이라도 다양한 포맷으로 소유할 수도 있기에 상생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성은 문화평론가도 “활자를 읽고 종이를 넘기는 맛으로 독서하는 사람들은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디오북 대신할 수 없는 시각적 콘텐츠가 담긴 종이책은 앞으로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박성수 기자 yankee@

사진 | 류동현 기자 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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