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프리 쇼(Jeffrey Shaw) 미디어아티스트의 'Legible City'. 작품의 관람자가 페달을 밟으면 이미지가 움직이며 작품과 관람자의 상호작용이 드러난다.

  신문, 비디오, TV 그리고 컴퓨터까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미디어는 어느새 현대 미술을 표현하는 도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흔히 대중에 파급 효과가 큰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예술을 ‘미디어아트’라 부른다. 어디서든 미디어를 접할 수 있는 현대에 미디어아트는 주요한 미술 사조로 떠올랐지만, 그 정의와 미적 의미에 대해선 많은 논의가 오고 가고 있다.

 

사진 발명이 촉발한 미디어아트

  미디어아트의 등장에는 사진 발명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초반까지 서양미술은 공간의 정확한 재현에 큰 의미를 뒀다. 하지만 사진기의 발명으로 사실적 그림들이 사진으로 대체됐다. 사진이 등장하면서 미술가들은 전통적인 표현방법에 회의감을 느껴 작품에서 객관적으로 사물을 묘사하기보다 주관적 표현을 통해 본인의 개성을 표출하는 것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술가들은 20세기 초중반에 이르러서 사진을 포함한 영화, 라디오, 비디오 등 미디어가 급격히 발전하자 이를 개성 표출의 도구로써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미디어아트의 출발이다. 이정은(경북대 미술학과) 교수는 “화가의 전문적 능력에 의존했던 ‘재현’이라는 미술의 고전적 개념이 사진기의 발명으로 대체됨에 따라 전통적인 표현방법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며 “미술가들은 자신의 작업에 다양한 미술 표현들을 실험하며 미디어 테크놀로지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미디어아트는 현재까지도 그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넓은 의미로 미디어아트는 미디어와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미술 전반을 가리킨다. 하지만 미디어아트라는 용어가 주로 1990년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창작행위를 일컬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좁게 사용되기도 한다. 미디어아트의 개념은 시대적 상황과 사회·문화 현상의 복잡한 범위로 인해서 그 개념의 정의가 불분명하고 명칭도 뉴미디어아트, 디지털 미디어 등 어떠한 부분에 더 비중을 뒀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불렸다. 류재하(경북대 미술학과) 교수는 “미디어아트는 사회적 변화와 도구의 발전에 따라 표현방법이 확장된 것으로 현대예술의 표현방법을 총체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용어라 생각하면 쉽다”고 말했다.

 

관람자의 참여로 완성…확대된 ‘아우라’

  미디어아트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상호작용이다. 작가가 일방적으로 작품의 의미나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작품에 직접 참여해 그 의미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런 미디어아트의 상호작용적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인터랙티브 아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제프리 쇼(Jeffrey Shaw) 미디어아티스트의 ‘Legible City’가 있다. 관람자가 설치된 자전거에 타고 페달을 밟으면 마주하는 스크린의 이미지가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원하는 곳의 알파벳 모양의 도시를 둘러볼 수 있다. 류재하 교수는 “미디어아트의 가장 큰 특징은 매체기술을 활용해 관람자와 작품과의 접촉기관이 확장된다는 것”이라며 “체험과 경험에 새로운 차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미디어아트는 미술작품이 갖는 ‘아우라’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우라는 독일의 철학자 벤야민이 제시한 것으로 미술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뜻한다. 1930년대 벤야민은 미디어아트는 원본과 복제품이 똑같이 복제되기 때문에 원본성을 잃고 미술계의 아우라를 상실시킨다고 우려했다. 특히 초기 미디어아트는 미디어 자체에 너무 집중해 작품에 아우라를 담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정보로 저장되는 현재의 이미지는 유동적이어서 기존의 아우라와 다른 다양한 미학적 관점이 대두되고 있다. 아우라를 원작의 고유성에서만 찾지 않고 공간, 시간, 관중 등 외부 요소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강이연 미디어아트 작가는 “초기의 미디어아트는 아우라를 붕괴한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지만, 지금은 더욱 넓은 범위에서 아우라를 정의해 미디어아트를 받아들이는 상황”이라며 “원형적으로 같은 미디어아트 작품이라도 작품이 펼쳐진 시공간은 다르기 때문에 그 작품의 본질성이 확보된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고 설명했다.

 

글│김인철 기자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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