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통해 표출되는 언어인 ‘방송언어’는 ‘품위’를 지녀야 한다고 한다.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에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여러 방송언어들을 모니터링, 규제한다. 하지만 최근 방통위의 규제는 기준 없이 들쭉날쭉하다.

  지난 3일 방통위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조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우리말 훼손이 우려된다며 방송언어 관련 심의규정 위반에 대한 중점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다. 예시로는 ‘띵곡(명곡)’, ‘갓창력(god+가창력)’, ‘1도 없는(하나도 없는)’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통위의 규제는 과도하다. 어느 시대나 유행어는 있기 마련이고 또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사라지고 생성된다.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말을 훼손시켜왔는지 의문이다.

  TV 방송언어 규제가 이렇게 엄격한가하면,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는 솜방망이다. 최근 한 인기 BJ는 입에 담지 못할 반복적인 욕설과 인종차별 발언, 5·18 희생자 비하 발언 등 다수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문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이를 계속해서 방통위에 신고했지만 방통위의 최종징계는 이용정지 7일에 그쳤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가 ‘크리에이터’일만큼 1인 방송의 영향력은 TV 프로그램 이상이다. 그런 점에서 더 이상 방통위의 규제는 TV 프로그램에 국한돼선 안 되며 그에 준하는 인터넷 방송 규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10·20대가 사용하는 여러 줄임말이나 은어에 대해선 지나치게 엄격하면서 누가 들어도 상스러운 욕설에 대해선 너그럽게 용인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물론 지적받은 줄임말, 조어, 은어들 중에서도 욕설에 기반 한 것이 있는 만큼 이들 역시 모두 용인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플랫폼의 특성상 서로 다른 두 성격의 방송에 모두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것 역시 아니다. 다만 규제에 최소한 공정성은 있어야 한다. 최근 방통위의 규제 행태를 보자면 기준이 ‘1도 없다’는 말이 어울린다.

 

글|변은민 기자 vi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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