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죄송하지만 만석입니다.” 시험기간 대학가 카페는 자리마다 노트북을 켜고 책에 필기내용을 정리하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약간 늦게 카페에 도착한 학생들은 커피만 사서 발걸음을 돌려야 할 정도로 자리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24시간 카페의 경우 오랜 시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학생들이 찾는다. 이렇게 시험공부를 위해 열람실이나 학교 라운지 대신 카페를 찾는 학생들을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 한다.

▲ 본교 타이거플라자 지하 1층에 위치한 북카페 'bokka'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카페에서 공부가 더 잘돼요!”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2017년 전국 20대 대학생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7%가 카페에서 공부해 본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카페가 학업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어 좋다고 입을 모은다.

  도서관이나 열람실은 많은 학생들이 각자 자리에 앉아 조용히 공부하는 공간이다. 반면 카페에서는 적정량의 소음과 음악이 들린다. 주변이 조용해야 집중하기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도서관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인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효율이 좋다고 말한다. 김동현(문과대 국문18) 씨는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서 책장을 넘길 때나 노트북을 쓸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봐 신경 쓰게 된다”며 “카페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집중이 더 잘 된다”고 말했다.

  실제 옥스퍼드 대학의 소비자연구저널에 따르면, 적당한 수준의 주위 잡음이 공부 효율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카페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가벼운 잡담, 음악소리가 집중을 도울 수 있다는 나름의 과학적인 근거도 있는 것이다. 한석원(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음이 전혀 없는 상태는 부자연스러운 상태기 때문에 학생의 학습 효율을 저하시키기도 한다”며 “적당한 소음이 존재하면 학생 스스로 집중력을 높이거나 각성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학습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카페는 넓은 책상과 콘센트, 조명이 갖춰져 학생들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대부분의 학생들이 노트북을 사용하는 요즘엔 충전을 위한 콘센트, 책과 노트북을 함께 펼쳐두기 위한 넓은 책상이 필요하다. 유혜인(사범대 국교16) 씨는 “카페 책상이 넓고 콘센트도 있어 노트북과 책을 함께 보기에 편리해 카페에서 자주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카공족 겨냥 ‘북카페’, ‘스터디카페’ 늘어나

  카공족은 카페 매출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평소 손님이 많지 않던 카페의 경우 시험기간에 오히려 찾는 학생들이 늘기 때문이다. 법대 후문에 위치한 카페 앤드모어(N’D MORE) 알바생 이현민 씨는 “시험 기간엔 손님이 2~3배까지 많아진다”며 “그만큼 자리가 꽉 차는 경우도 많고, 매출이 오히려 오른다”고 말했다. 정문 카페 알바생 A 씨 역시 “시험기간엔 매출이 1.5배 정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에 카공족 대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스터디카페’나 ‘북카페’도 대학 주변에 생기고 있다. 이들 카페는 일반 카페에 비해 비용도 저렴한 데다 책상도 넓어 공부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안암오거리에 위치한 ‘더공간스터디카페’ 정안나 사장은 “스터디카페는 다른 카페와는 달리 팀플좌석, 커플좌석 등 다양한 좌석 배치가 있다”며 “이용료도 저렴하고 독서실처럼 너무 조용하지 않은 적당한 생활소음이 들리는 정도라 많은 학생들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교 주변엔 여러 스터디카페, 북카페가 있어 시험기간에 많은 학생들의 발걸음이 몰린다. 중간고사를 약 일주일 앞둔 12일 자정 즈음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오던 김도현(공과대 전기전자전파12) 씨는 “짧은 시간 공부할 때 기분 전환을 할 겸 이곳을 이용한다”며 “커피와 탄산음료를 마시며 공부할 수 있고 분위기도 도서관과 일반 카페의 딱 중간 정도라 부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스터디카페 이용자인 정경대 재학생 이 모 씨는 “도서관은 답답하고,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며 “시험기간엔 도서관보다 환경이 쾌적한 스터디카페를 찾는다”고 말했다.

 

  회전율 낮추지만, 매너만 지킨다면

  카페가 가진 장점 때문에 카공족들은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장시간 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업소 입장에선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장시간 이용 고객으로 인해 카페 회전율이 낮아져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참살이길에 위치한 한 카페의 직원 B 씨는 “시험기간엔 거의 만석이고 손님들도 오래 앉아있다 보니 회전율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정경대 후문의 다른 카페 직원 C 씨 역시 “시험기간엔 회전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1인 1주문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리를 맡아 놓고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는 손님들은 회전율을 낮추는 주범이다. 법대 후문에 위치한 한 카페의 알바생 D 씨는 “음료를 시키고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우는 손님이 종종 있다”며 “사장님이 계실 땐 손님께 말씀을 드리지만 알바생 입장에선 어찌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공캠 노벨광장 옆에 위치한 카페 소울키친 직원 홍슬비 씨는 “가방만 두고 오래도록 자리를 비우는 경우 가방을 치우기도 하고 주의도 준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최소한의 매너만 지킨다면 괜찮다는 입장이다. 정경대 후문에 위치한 카페 비원 사장 나종현 씨는 “매너를 지키지 않는 학생들도 몇몇 있다”며 “하지만 오래 있는 학생들이 추가주문을 하기도 하는 등 과거에 비해 에티켓을 지키는 학생들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참살이길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장은 “카페가 학생들이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지만 기본적인 에티켓은 지켜줬으면 좋겠다”며 “정해진 시간보다 훨씬 지나 음료를 리필해달라고 한다거나, 자리를 맡아 두고 아예 자는 건 자제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글|박연진·변은민 기자 press@

사진|류동현 기자 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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