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술자리, 팔찌를 차고 있는 한 사람은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 없는 안전한 귀가를 책임질 그날의 ‘귀가책임자’다. 프랑스에서는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정해 팔찌를 채워 음주자의 귀가를 책임지고 음주운전을 방지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점진적인 처벌 강화에도 계속되는 음주운전 피해에 이러한 사전예방책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 작년 12월 도로교통공단은 신촌 명물쉼터 일대에서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대국민 서약 캠페인’을 실시했다.

  음주운전 방지 위한 장치 도입 논의

  최근 발의된 윤창호법은 재범 우려자의 자동차 압수 지침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임준태(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운전 재범 우려자의 자동차를 압수한다면 음주운전 예방이나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동차를 위험운전치사상죄라는 범죄행위에 이용된 물건으로 볼 경우 형사사법 체계 내에서 압수가 불가능하진 않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방안 중 하나는 시동잠금장치 도입이다. 시동잠금장치 프로그램은 음주측정기를 시동 시스템에 연결해 운전자가 불어넣은 호흡의 혈중알코올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할 시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설계한 장치다. 스웨덴의 경우 1999년에 시동잠금장치를 시범적으로 시행한 후 현재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작년 3월 28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음주운전 초범은 6개월, 재범은 1년, 면허 재취득자는 5년 간 시동잠금장치가 설치된 차량만을 운전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현경(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동잠금장치는 강력한 형사처벌 없이도 음주운전을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기술적 범죄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장현석(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동잠금장치 프로그램을 시행 중인 다른 나라에서 음주운전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도 버스나 화물차에 우선 적용해 효과성을 알아본 뒤 적용을 확대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처분 기간 이후에 재범 방지율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과 오작동에 대한 위험 등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주현경 교수는 “프로그램 종료 이후의 음주운전 재범을 막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시동잠금장치 프로그램 사용 이익과 대상자의 자유 제한 형량을 비교해 해당 규범이 과도한 침해가 아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효과 높은 음주운전 안전교육

▲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도로교통공단에서 시행하는 교통안전교육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도로교통공단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취소된 사람을 대상으로 ‘특별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음주운전 적발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교육반을 나누던 이전과는 달리 2012년부터 음주단속 횟수에 따라 교육반을 나누고 있다. 안전교육은 음주운전 1회반, 2회반, 3회반으로 나뉘며 각각 6시간, 8시간, 16시간의 교육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이상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교육은 강의와 토론식 위주로 진행되며 3회 반의 경우 전문상담사를 통해 상담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교육 전문가들은 교육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경은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교통안전교육 이수자들의 재범률은 높지 않다”며 “대부분의 교통안전교육 이수자들이 ‘음주운전을 하기 전에 교육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라며 후회하곤 한다”고 말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 교통안전교육 미이수 시 운전면허를 재취득할 수 없는 반면 면허가 정지된 경우에는 4만 원 또는 6만 원의 범칙금으로 교통안전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 이연호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교육 이수자가 다시 적발돼 재교육 받으러 오는 일은 많지 않다”며 “2회반으로 오는 대부분이 처음 면허 정지된 경우 범칙금을 내고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상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범칙금을 부과하고 특별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며 “미이수 시 범칙금 부과 내용을 삭제해 면허정지 운전자도 반드시 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전 교통안전교육도 강조되고 있다. 면허를 처음 취득할 시 받는 한 시간 정도의 교통안전교육을 제외하곤 체계적인 사전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연호 교수는 “일본의 경우 고등학교 때부터 운전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며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에서도 보행자 교육뿐 아니라 안전운전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인식 개선 우선돼야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운전자 스스로가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술자리에부터 주의할 수 있는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상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5%를 넘지 않으면 운전을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는 운전자가 많다”며 “한잔이라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인식 개선을 위해 캠페인과 프로그램 운영도 지속돼야 한다. 현재 도로교통공단은 각종 홍보와 캠페인을 진행하며, 운수업체, 공기업 및 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음주운전 출장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작년 12월 도로교통공단은 신촌 명물쉼터 일대에서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대국민 서약 캠페인’을 실시했다. 남녀 모델들이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저승사자로 분장해 음주운전 퇴치 퍼포먼스와 피켓 홍보를 진행했다. 올해 8월에는 OB맥주와 협약을 맺어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운전면허를 새롭게 취득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음주운전 안 하기 서약’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황의갑(경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캠페인과 공익광고에서 한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위험 인식을 확산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 김예진 기자 sierra@

사진 제공 | 도로교통공단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