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대 서울총학생회(서울총학) 선거가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선거에는 ‘다감’(정후보=윤정인)과 ‘시너지’(정후보=김가영) 두 선거운동본부(선본)가 출마해 지난 제48대 서울총학 선거 이후 3년 만의 경선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다감이 지난달 29일 사퇴하면서 시너지가 단독으로 선거에 나서게 됐다. 시너지 선본은 학생복지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일상에서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꾀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이공캠 복지’ 최우선으로 제시

  시너지는 이공캠 복지를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김가영 정후보는 “최근의 총학생회장이 모두 인문캠 출신이라 이공캠이 총학생회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며 “이공캠 복지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시너지 선본의 이공캠 관련 주요 공약으로는 △이공캠 복지시설 확충 △실험실습비 사용내역 공개범위 확대 △셔틀버스 역순환 노선 도입 등이 꼽혔다.

  이공캠 복지시설 확충은 현재 비어있는 과학도서관 지하 1층과 하나스퀘어에 편의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학교본부에서 이미 검토 중인 것으로, 건축팀은 과학도서관 지하 1층에 학생 휴게공간과 교육시설 등 다용도로 활용될 공간 조성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가영 정후보는 “비어있는 공간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이공캠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며 “총학생회장이 직접 의장을 맡는 ‘이공계 연석회의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실험실습비 사용내역 공개범위 확대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사업별 실험실습비 관련 자료 공개를 의무화하고, 학부 및 학과별로 상이한 세부내역 자료의 공통된 양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공약집에 따르면 시너지 측은 연중 두 차례에 걸쳐 실험실습비 사용 방향성을 정립하고 요구안을 작성하는 실험실습비 분석 프로젝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공과대 17학번인 이 모씨는 “공과대 학생회의 경우 실험실습비 관련 자료를 학우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려고 노력했으나, 학교의 반대로 인해 제대로 공개되지 못했다”며 “학교가 공과대뿐만 아니라 전체 학생들에게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동시에 토론의 장을 열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셔틀버스 역순환 노선 도입은 기존의 본교 순환 셔틀버스 노선과 반대로 기숙사에서 이공캠을 거쳐 인문캠으로 이동하는 셔틀버스 노선을 도입한다는 공약이다. 김가영 정후보는 “이공캠에서 인문캠으로 이동하는 학생들, 기숙사에 거주하는 이공캠 학생들이 보다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역순환 노선 도입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과 같은 수의 버스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배차 시간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강만식 총무부 차장은 “역방향 노선의 경우 신호등이 많아 운행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기존보다 차량 소요가 2배로 늘어 시간 지연이 생길 수 있다”며 “가중되는 운전기사들의 부담도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박석현(생명대 식자경17) 씨도 “눈이나 비가 올 경우 기존 노선도 배차 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았는데, 역순환까지 생기면 배차 시간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필수교양 큰 변화도 공약사항

  시너지는 교육 정책으로 올해 처음 정식으로 도입된 ‘자유·정의·진리’를 포함한 1학년 공통교양과 핵심교양, 그리고 드롭제도의 변화를 약속했다. △공통교양 P/F 제도 실시 △핵심교양제도 폐지 △드롭제도 부활 등이 주요 공약으로 나왔다.

  공통교양 P/F 제도는 ‘글쓰기’, ‘Academic English’, ‘자유·정의·진리’ 3개 과목의 평가방식을 P/F 형식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시너지 측은 “기초적 소양에 대한 평가는 단기간의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며 “일정 수준의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핵심교양제도 폐지 공약은 필수적으로 9학점을 이수해야하는 핵심교양제도를 폐지하고, 핵심교양을 선택교양과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이진우 부후보는 “핵심교양이 대형강의가 되면서 질적 하락이 이어지고,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하는 강의라 수강인원이 부족해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며 핵심교양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본부 측은 단기간에 걸친 교육제도의 변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초교육원 이상조 차장은 “핵심교양과 공통교양 제도의 변경은 대학 및 학과의 교육목표와 중장기 발전계획의 중차대한 부분”이라며 “이를 단기간에 변경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사항이 있다면 귀담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폐지된 드롭제도(수강포기제도)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올해 5월 드롭제도 부활을 위해 서울총학 주도로 4000여 명의 연서명이 모인 바 있다.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연서명을 받아 교무팀에 드롭제도를 부활시켜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수강신청 제도 변경으로 인한 집행력 부족으로 올해 안에는 드롭제도 부활이 힘들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드롭제도 부활 공약에 대해 학생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박홍기(문과대 국문14) 씨는 “현재 수강정정제도가 있지만, 실제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은 대부분 수강정정기간 이후”라며 “실제 수업을 들어 본 뒤 수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드롭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기숙사 의제

  기숙사 관련 정책으로는 △룸메이트 매칭제도 △기숙사 퇴사기간 확보 등이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다. 룸메이트 매칭 정책은 사생의 생활패턴, 성향, 방학 중 잔류 여부 등을 조사해 사생간의 갈등과 방학 중의 불필요한 이사를 막는 공약이다. 현재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신세희(미디어 18) 씨는 “타교의 경우 입사 희망자를 대상으로 생활패턴을 조사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안다”며 “룸메이트 매칭제도가 꼭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기숙사 퇴사기간 확보는 계절학기 시작일정을 월요일로 고정해 기숙사의 개사 만기일을 기말고사의 마지막 일자에서 종강일 이후 일요일까지로 연장하는 정책이다. 일부 수업은 종강 이후에도 과제나 시험이 있어서 현 퇴사 기간은 사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김보승(미디어 18) 씨는 “지금의 퇴사기간이 너무 짧아 시험기간부터 미리 짐 정리를 해야 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며 퇴사기간 확보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된 공약들이라 결국 어떤 차별화된 실현방안을 이행할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제50대 서울총학 ‘ABLE’(회장=김태구)에서 기숙사 매칭제도를 약속한 바 있고, 현 39대 안암학사 사생회(회장=전유정)에서도 입사 전 룸메이트 성향을 파악하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현실되진 않고 있다. 전유정 사생회장은 “총학생회가 기숙사 문제에 함께 한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기존의 제반 사항 등을 알아보지 않고 매년 사생회와 총학생회에서 나오고 있는 의제를 단순히 반복한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에 열린 공청회에서는 기숙사 신축 관련 공약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김가영 정후보는 “‘도토리 프로젝트’의 전 기획단장으로서 기숙사 신축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원룸 임대업자와의 갈등으로 기숙사 신축 진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학교에서 제대로 요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새로운 총장이 들어서는 시기를 활용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 검토해야

  시너지는 통학버스 도입, 대동제 주류판매 금지 대응 등 학생의 생활과 문화와 관련한 신선한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학교본부뿐 아니라 성북구 등 학교 외부와도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기에 그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통학버스 도입은 인천, 분당, 일산 등 원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공약이다. 하지만 광역 셔틀버스 사업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기에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김가영 정후보는 “현재 광역 셔틀버스가 운영되고 있는 서울대의 사례를 롤모델로 삼아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인천, 분당, 일산을 기점으로 사업을 시작해 점차 노선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후보가 언급한 서울대의 사례는 광역 셔틀버스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비용문제임을 보여준다. 현재 서울대의 통학버스 비용은 1회 4000원이다. 주중 매일 통학을 한다고 가정하면, 편도로만 한 달에 10만 원 정도가 지불되는 셈이다. 분당에서 통학을 하고 있는 조재현(정경대 정외17) 씨는 “한 달 왕복 교통비가 13만 원 정도”라며 “통학버스가 학생들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려면 한 달에 왕복 10만 원 정도가 상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가영 정후보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학교에 재정 지원을 요구해 학생들의 금전적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대동제 주류판매 금지 대응도 시너지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학생들이 주류판매 면허 없이 주점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기에 지난 5월 대동제 주점에서는 술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진우 부후보는 “주점 진행 여부를 학생에게 묻고, 주류판매에 긍정적인 여론이 많을 시 대동제 기간에 주점에 일반음식점 허가를 낼 수 있도록 성북구청에 조례개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북구는 조례개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기 위해선 건축물, 소방시설, 보건교육필증 등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대학축제 주점에 일반음식점 허가를 내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시너지 측은 학내 편의점 또는 학생회관에서의 주류판매를 임시로 승인받는 대책을 제시했지만 성북구 측은 “추가 논의가 필요해 섣불리 답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글ㅣ전남혁 기자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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