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한국 사회의 가장 뚜렷한 특성은 노년층의 비율 증가다. 한국 사회는 지난 2000년 7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이 7.8%가 되면서 고령화 사회에 도래했으며 오는 2019년에는 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이 14%)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뇌리 속에 존재한 노인의 이미지를 진단해 봄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뿌리깊다는 데 특징이 있다. 더구나 한국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긍정적인 편이 아니라서 고령 사회에 대한 준비의 미흡함이 우려된다.

산업사회 노인 이미지=무기력함?

노인의 性 여전히 인정않는 사회


노인이 부정적으로 부각된 것은 농경제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의 사회 시스템 변화에 있다. 이전 농경 사회에서 공경의 대상이었던 노인은 이제 무기력하고 능력 없는 보호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전통 사회에서 노인은 가정에서는 가장, 동네에서는 어른, 사회에서는 지도자로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대들에게 전통을 전수하는 한편 사회구성원간의 유대관계를 강화시켰다”는 김동일 한국노년학회장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에는 노인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었다. 토지를 기반으로 한 농경 사회에서는 정년이나 은퇴의 개념이 부재했을 뿐더러, 누구나 원하면 노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산업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생산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산업사회에서 느린 노인은 더 이상 인력으로서 활용 기회 마저 상실하게 된다. 반면, 전문가들은 노년기에 신체적·정신적으로 무력하다는 것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미래의 노인들도 과거처럼 생계 유지를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국가차원에서 노인 인력 활용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노인의 性’도 우리 사회에서 보수적으로 둘러싸여 있다. 한국 사회 속 노인은 물질적인 발전과 달리 정신적으로는 유교 사상의 틀 속에 갇혀 있길 강요받고 있다. 최근 그런 의미에서『죽어도 좋아』는 노인을 성적 욕구와 무관한 계층으로 각인시켜왔던 이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노인 스스로의 의식 자체가 적극적으로 변모했다. 특히, 한국의 노인전화로‘연애’관련 문제를 상담하는 비율은 전체의 17%로 지난 해 7.8%에 비해 현저히 증가했다는 결과는 이목을 끈다. 방병만 한국노인의 전화 사무총장은 “고독함과 공허함을 달래고자 하는 독거 노인들의 상담요청이 부쩍 늘었다”며 “외로움을 달래려는 노력은 자연스레 이성교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결국 젊은 남·녀가 공공장소에서 손을 잡거나 가벼운 스킨십을 하면 “솔직한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면서, 노인이 비슷한 모습을 보일 시에는“늙어서 주책”이라고 쏘아붙이는 사람들의 시선은 편견이라는 끈으로 노인을 묶어놓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노인과 활력이라는 단어는 연계성이 없다는 고정 관념도 빼놓을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이 급변하는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노인을 무능력하다고 몰아붙이면서 정작 젊은이들의 유행을 따라가려는 노인을 보면 어른답지 못하다고 비난하거나 의아하게 바라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6월, 월드컵이 한창일 때 뙤약볕 아래서 역시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페이스 페인팅으로 치장하고 장외 응원 대열에 합류해‘대∼한민국’을 외치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기존의 관념 자체를 흔들어 놓았다.

노년기, 인생의 재도약의 다름 이름
노년기 준비는 사고전화에서부터

노인의 학구열 또한 마찬가지이다. 서경석 마포노인종합복지관 관장은“복지관에서 인터넷 교육을 받은 할머니가 외국에서 공부하는 손녀에게 전자우편을 발송했는데, 이를 받아본 손녀는 물론, 가족 모두가 놀랐다더라”면서 사례를 소개한다. 가족들의 이러한 반응은‘노년기에는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사회적 편견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서 관장의 해석. 사실 배움 앞에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임춘식(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노년기도 충분히 개인의 잠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라면서“노인들은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구조의 변화와 함께 가족의 구조 역시 3세대 동거 가족형태에서 핵가족·단독가구로 이행된 사실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창출했다”는 김태현(성신여대 가정문화·소비자학과) 교수의 지적에서 알 수 있듯, 서로에 대한 앎의 부족이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의 원인임을 알 수 있다. 1세대와 3세대간의 왕래 기회의 축소는 관계의 소홀로까지 이어졌으며 그럴수록 노인들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은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요즘 아이들은 노인하면‘청결하지 못하고 냄새난다’는 식의‘불쾌함’을 이미지로 먼저 떠올린다”면서“만일 그 아이들이 조부모와 함께 생활을 했다면 그것은 오히려 할아버지, 할머니의 향기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는 감지하지 못할 만큼이지만 우리도 서서히‘늙음’으로 향하고 있다. 인생에 있어 청년기가 있다면 노년기도 반드시 돌아온다. 자신에게는 노년기가 없을 것이라고 방관하기엔 시간이 아깝다. 아름답고 당당한 노년을 위한 준비, 노인에 대한 사고전환이 그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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