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일부 매체에서 보여지는 노인의 이미지는 ‘일선에서 은퇴한 후 여생을 보내는 사람’에서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세대’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매체가 형상화해 내는 노인은 실제 노인의 상을 뒤틀어 놓은 모습이다. 

요즘의 방송매체 광고에는 노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즉, 텔레비전 광고 속의 노인 이미지는 기존의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존재에서 일정 수준의 재력과 사회적 경륜을 지닌 인물로 위상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모토로, 대학 강의실을 찾는 한 노인을 내세운 (주)케이티프리텔(KTF)의 CF, 노인들의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험한 바다를 건너 삶의 파도를 넘어’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구성한 포스코(POSCO)의 이미지 광고 등에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노년층이 갖는‘구시대적인 이미지’를 뒤엎은 광고도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댄스댄스레볼루션(DDR)을 하는 장면으로 어필한 야후코리아, 노인들의 춤추는 모습을 광고로 담은 (주)태평양제약의 케토톱 광고 등이 바로 그것. 외국의 한 속옷 광고에는 90대 노인배우가 출연하기도 했으며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선전에 노인을 등장시켜 패스트푸드 문화를 ‘젊은이들만의 것’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하려 한 점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광고에서 보여지는 노인의 긍정적 이미지를 다른 측면에서 보는 견해도 있다.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이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광고라도 노인의 자녀들을 소비자층으로 겨냥해 제작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과정에서 노인은 다시 주변계층으로 소외될 수 있다”고 광고의 상업성을 지적했다.

또한 광고계의 긍정적인 노인 이미지는 일부 방송 광고에 한정된다. 신문광고의 경우 노인이 모델로 등장하는 것은 극히 드물며, 등장하더라도 건강식품이나 보험, 운세 상담서비스 등의 광고가 주를 이룬다. 게다가 노인이 수동적이며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서 묘사돼 공익광고나 명절맞이 광고에 나온다든가, 방송사의 오락 프로그램 중 노인을 희화화하거나 우스꽝스럽게 비유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결국 대중매체를 판단하는 것은 수용자의 몫일까. “대중매체에서의 노인의 모습을 어떤 틀에 맞추려 하기보다는 다양한 노인들의 생활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 스스로가 편안하게 노년의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 교수의 말은 한국사회의 노인 이미지가 올바른 방향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매체에서 구체화되는 노인의 모습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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