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대학가]추가시험의 긴장과 새학년의 설렘이 공존하는 9월의 프랑스 대학
[해외대학가]추가시험의 긴장과 새학년의 설렘이 공존하는 9월의 프랑스 대학
  • 민유기(프랑스 파리 통신원)
  • 승인 2002.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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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유급제도로 긴장감 높아

대학이란 교육기관이 세워진 중세이래 유럽의 기본 경제활동이었던 밀농사의 파종과 수확기를 따랐던 9월 개강, 6월 종강의 학사일정은 구미 대학가에 보편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3월초 한국 대학가의 생기발랄한 모습은 그대로 9월초 개강과 함께 새학년을 시작하려는 구미 대학생들에게 보여진다. 수강신청 하기, 강의실 찾기, 지도교수와 면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지난 방학 얘기를 나누는 것은 물론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은 새로운 친구 사귀기에 정신이 없다.

하지만 새롭게 지식의 전당에 들어섰거나 이곳에서 새로운 과정을 맞이하는 이들의 호기심과 지적 긴장감으로 인한 약간의 들뜸과 동시에 9월의 프랑스 대학엔 의기소침이나 실망감에 의한 다소 무거운 우울한 풍경이 존재한다. 그 이유는 9월에 학년도의 시작과 끝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공식적인 학년말이나 종강은 6월이다. 그러나 6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9월에 한번 더 시험을 치를 기회를 주고 있다.

추가시험 제도는 얼핏 보면 학년말 시험에서 실수했던 소수의 학생들을 위한 임시 구제제도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9월 추가시험이 대부분의 학생들을 위한 학년말 공식 시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6월 시험의 합격자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학은 3년제로 1, 2학년 과정을 마치면 대학 교양 학위를 수여하고 3학년을 마치면 학사학위를 수여한다. 고등학교 졸업시험인 바깔로레아는 고등학교 과정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아닌지를 가리는 시험으로 최근 80% 전후의 합격률을 보이고 있다. 이들 중 직업교육 고등학교 바깔로레아을 치른 학생이 아닌 일반 바갈로레아 출신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는데 대학의 어느 특정학과에 집중되지 않게 일반 고등학교 과정과 바깔로레아 시험 자제에 인문, 자연계열 내 각각 5~6개의 세부구분이 있다. 대학은 입학정원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새로 대학생이 되는 수는 일반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진학을 포기한 이를 제외한 수와 같다.

따라서 대학에서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졸업을 할 수가 없다. 매 학년마다 유급제도가 있어서 모든 과가 한과목만 낙제여도 다시 똑같은 학년에 등록을 해야하고 학부의 경우 일반적으로 똑같은 학년을 2년 내 통과하지 못하면 소속과에 등록이 거부된다. 가장 최근의 통계를 살펴보면 입학해서 2년 내 대학 교양학위를 취득한 학생 수는, 즉 유급없이 1,2학년을 통과한 수는 사회과학과 이과계열이 36%, 인문학이 22%, 공과계열이 10% 밖에 되지 않는다.

프랑스 대학에서 시험은 20점 만점인데 일반적으로 10점, 공학, 의학 등은 12점 이상이 통과점수이다. 학년별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고 담당교수 재량에 따라 한해 평균 7~8 차례의 부분평가가 있다. 학생들은 부분시험을 싫어하면서도 낙제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이에 응시한다. 6월말이나 9월말에 과사무실 게시판에 걸리는 시험결과를 보려고 몰려드는 학생들 중 일부는 자신의 점수가 19점이든 10점이든 재시험 없이 새학년에 올라간 것에 대해 기뻐하고 9.5점을 딴 일부 여학생은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게시판의 점수는 대개 8점에서 12점 사이, 15점을 넘는 학생은 어쩌다 서너명이고 3~4점도 많다.

이렇게 시험이 어려운 이유는 대학입시가 아니라 대학에서 하는 공부량에 따라 학생들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수들이 수업과 평가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교육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을 어김없이 낙제시키기 때문이다. 설령 시험문제가 수업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은 곳에서 출제돼도, 교수가 이 부분에 대해 학생 스스로 공부하라고 한마디만 언급했다면, 학생들은 이에 반발하지 않는다. 여전히 스승에 대한 학문적 존경심이 있기 때문이며, 수업에서 강조된 참고문헌은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걸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5월 대선 당시 학생들의 집단적인 극우파 반대 시위 탓인지 9월 재시험을 치르는 학생수가 예년에 비해 좀더 늘어났다고 한다. 9월 6일 파리1대학 사학과 과사무실 앞에서 과목별 추가시험 일정을 확인하고 있던 마리(여·20세)는 2학년을 2년째 등록했는데 6월 시험에서 2과목에 실패했다고 했다. 5월에 일주일을 거리에서 보내기도 했지만, 학기초에 교수가 나눠준 20여권의 참고문헌 가운데 자신이 읽지 않았던 책에서 시험이 출제됐기 때문이라며 여름방학에 학기 중에 읽지 않은 7권을 모두 읽었다고 한다. 

9월의 각종 재시험 탓에 신입생을 제외한 하부수업은 9월말이나 10월에 들어서야 시작한다. 6월에 일찍이 학년을 마친 이들의 새 학년에 대한 기대감과 마지막까지 유급을 피해보려는 학생들의 긴장감은 9월 한달 내내 대학가의 분위기를 지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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